영수는 평소 엄마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하며 살아오던대로 성모님께 모든것을 쉽게 의탁하면서 다시 큰 용기를 얻었다. 그는 성모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묵주기도를 즐겨바쳤고 기도와 성서 읽기를 정성껏 했다.

성모님을 통하여 예수님께 인도되고,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인도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의 빛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자신을 보다 밝게 알게 된다.

영수는 차츰 잘못 살아온 과거를 반성하고 아주 깊이 뉘우치게 되면서부터 자기 스스로 공부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교무과에 보고전을 내고 천주교 담당님의 주선으로 검정고시반에 들어갔다. 마침내 고검과 대검시험에도 합격하는 영광을 따냈다. 그는 열렬해진 신앙생활을 통하여 마음과 정신집중이 잘 되었다.

차차 공부에 취미를 붙이고 눈이 뜨여 재미도 생겼다. 낮에는 안테나 공장에서 일하고 밤이면 영어와 수학을 기초부터 전적으로 파고 들었다. 마침내 대학 예비고사반에 들어가 공부하게 됐다. 소장님의 넓으신 배려로 작업도 면제받고, 대학입시 공부에만 전념하게 되었다. 그는 공부하기 위해 생전 처음 독방을 자원하여 들어갔다. 처음엔 무척 견디기 어려웠다. 그때 바로 3층에는 긴급조치 9호로 구속되신 신부님 한분이 계시어 크게 의지가 되기도 했다.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을 힘입어 나는 못할것이 없습니다」(필립보4, 13)라는 성서구절이 항상 큰 힘이 되었다.

어느덧 예비고사 날이왔다. 그 동안 혼신을 다하여 시험에 대비해 왔으나, 워낙 기본이 부족했다. 시험 결과는 전문대학에 들어 가기엔 넉넉하였다. 입학 수속을 해야 하는데 형과 누나에게는 별로 기대할 바가 못되었다.

푸른군대 회원들과 교도사목회 몇몇 자매님들의 정성어린 협조로 기숙사비를 포함한 등록금이 마련되어 농과대학 원예과에 입학수속을 마쳤다.

그리고 법무부의 배려로 가석방 혜택을 받아 마침내 전화위복을 가져오게 되었다.

세상엔 지식이 많지만 그중 종교교육은 인생의 뿌리에 해당된다고 한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어떠한 비바람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내가 동해안에서 전교할 때 밤사이에 작은 태풍이 불어와, 수녀원 마당의 미루나무 세그루가 쓰러졌다. 내가 놀란 것은 그 나무가 키에 비해 너무나 부리가 얕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그때에 받은 깨우침이 생활속에 큰 교훈이 되고 있다. 항상 상담 때마다 느끼는 공통된 아픔은 사후 약방문격이다. 교도소 밖에는 진작 그들을 알게 되었더라면…. 그러나 이제라도 만나게 된거이 참 다행이다. 하느님 은총 안에서 새로 태어나는 모습을 지켜 보는 것은 최대의 희망이고 큰 기쁨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