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나라에 대한 비유는 계속된다. 하느님 나라는 처음에는 보잘것 없고 미미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굉장한 성장력을 가지고 임한다는 사실을 농사와 가정생활에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청중들에게 확신을 준 다음 군중을 떠나 집으로 들어가 제자들과만 자리를 같이 하고 그 비유에 대한 해석을 제자들에게 해주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하느님 나라는 그 진가를 안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귀중하다는 것을 역시 예를 들어 비유로 설명하셨다. 그 비유가 보물과 진주의 쌍비유이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손에 넣으려는 목표물이 있으면 자기 소유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그것을 가지려고 한다. 그 목표물은 그 사람의 인생목표에 따라 돈, 명예, 건강, 사업, 학술연구 등 여러가지일 수 있다. 돈에서 학술연구에 이르는 생활목표 일람표를 보면 저속에서 고상한 목표로 상승등급으로 짜여져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이 경주하는 자산과 정력은 그 목표의 우열에 따라 덜하고 더한 것 없이 가능한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그 목표달성이 그 사람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오늘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짧막한 비유 두개를 들어 하느님 나라에 대한 제자들의 의욕을 북돋아 주셨다. 하느님 나라에 대한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돈의 가치를 깨달은 사람처럼, 학문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처럼 자기의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 그것을 얻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는 이치를 설명하신 것이다.
한기지 다른 것은 돈과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에서 학문진리를 추구하는 사람,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하부의 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희생한 댓가도 없이 그 돈이 손에 들지 않고 둘 다 잃어버리고 위로 올라갈수록 정도의 차이를 두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의 것을 소유한다는 사실이다. 하느님 나라는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보람이 있어 결국은 온전하게 소유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동화에 나오는 보물섬 찾기에서, 그밖에 모든 유사한 이야기에서 인간의 탐욕은 결국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다는 교훈은 어린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하늘나라는 밭에 묻혀있는 보물에 비길 수 있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보물을 얻기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인간의 심성을 예로 들어 그 보물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고 하늘나라 것이라면 그 추구노력의 보람이 완전하다는 비유의 말씀이다. 감각적인 탐욕을 영성적 의욕으로 바꾸어 설명한 적절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 보물을 찾아 낸 사람은 그것을 다시 묻어 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그 보물이 묻혀있는 밭을 사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보물이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도 남는 귀중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쟁과 재앙이 빈번했던 팔레스티나에서는 사람들이 피난하면서 가보나 보물들을 땅속에 묻어두고 떠난 일이 빈번하였다. 그리고는 몇 백년, 몇 천년이 지나 주인없는 물건이 되고 만다. 그래서 후대 사람들은 이러한 주인없는 보물찾기 횡재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늘 그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예수나 동시대인인 유대아인 역사가 요세푸스는 저서 「유대아 전쟁」에서 로마 황제 띠뚜스는 예루살렘을 점령한 후(70년) 숨겨진 보물찾기에 두 눈을 밝혔다고 전하고 있다. 율법에 대한 유대아인들의 전통적인 민중교과서 「탈뭇」이라는 책에도 보물발견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압바 유단이라는 사람이 90년경 안티오키아에 가서 자기 밭의 나머지 일을 하고 있었다. 땅을 파고 있을 때 자기 소가 구덩이에 빠져 다리를 하나 부러뜨렸다. 그는 구덩이에 빠진 소를 꺼내려고 그 속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냐. 하느님이 그의 눈을 밝혀주시어 거기서 보물을 발견하게 되였다. 그래서 그는 부르짖기를 소 한마리의 희생 대가로 나에게 행운이 돌아왔구나라고 하였다.
예수님의 비유에서 누가 보물을 숨겼는지는 언급이 없다. 그러나 누가 숨겼는지는 이 비유의 교훈과 상관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당장에서 그것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다시 묻어두고 정당한 값으로 그 밭을 사려고 마음먹었다. 그 당시에는 땅을 사고 싶으면 언제라도 살 수 있었다. 여기서 발견자의 행위의 윤리성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비유의 목적은 보물을 알아보는 눈, 즉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알아보는 지혜가 중요하며 일단 그 가치를 알아보았으면 모든 것을 희생하여 그것을 획득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진주의 비유에서도 교훈의 초점은 마찬가지이다. 다만 보물의 비유와 다른 점은 하느님 나라가 보석을 찾아다니는 보석장사에 비유된 점이다. 그는 보물에 관한한 전문가이다. 그가 발견한 진주 한 알이 얼마나 값진 것이길래 재산을 통 털어서 사려고 하는지 장사꾼의 심정에서 이해할 수가 없다.
성 예로니모는 이 대목을 주석하면서 보석장사가 찾아다니는 다른 보석들은 구약의 예언서와 율법서를 은유적으로 가리키고 마지막에 발견한 진주는 예수의 복음을 가리킨다고 하였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 예수를 발견하고 모든 옛 것을 버리고 오직 그분을 위해서 일생을 바친 것을 좋은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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