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나라에 관한 마지막 비유로 예수께서는 그물의 비유를 드셨다. 고기잡이 하는 어부들은 그물을 바다에 던지고 그 그물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물고기가 걸려든다. 어부들은 그물을 끌어올릴 때를 알고 있다. 그물에 물고기가 걸릴 만큼 걸리는 시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물을 바닷가 모래언덕에 끌어올리고는 않아서 좋은 고기와 나쁜 고기를 골라 좋은 고기는 바구니에 담고 나쁜 고기는 밖에 버린다. 고기잡이 하는 그물의 영상은 세상 마칠 때에 하느님나라 사정과 빗대어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천사들이 나와서 이 나라에서 선인들과 섞여 있던 악인들을 갈라내어 불구덩이에 던져버릴 것이라는 것이다. 이 비유는 하느님나라의 성장과정을 설명하는 다른 비유들에 이어 마지막으로 하느님 나라의 완성시의 사정을 예고하는 종말론적인 비유이다.
지금까지 읽는 예수님의 비유는 겨자씨의 비유와 누룩의 비유, 보물의 비유와 진주의 비유와 같이 쌍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물의 비유는 가라지의 비유와 쌍을 이루면서 하느님 나라안에 선악의 공존과 끝 날에 가서야 선악이 가려지고 선은 보상을, 악은 징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이 한 쌍의 비유들을 같은 자리에 놓지 않고 가라지의 비유와 그물의 비유 사이에 겨자씨의 비유, 누룩의 비유를 끼우고 가라지의 비유를 설명한 다음, 보물과 진주의 비유를 놓은 다음 마지막 비유로서 그물의 비유를 놓은 점이다. 그것은 이 복음서를 구성한 마태오의 자료구성의 사정에서 온 것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
하여튼 하느님 나라에 비유된 바다에 던져진 그물은 예언망으로서 티베리아데스 바다에서 쓰던 것은 길이 4~5백미터, 너비2~3미터나 되는 큰 그물이다.
이 그물을 실은 배는 적당한 깊이까지 바다 깊은 곳으로 나아가 한 사람이 이 그물을 한 끝에서부터 차례로 물속에 늘어뜨려 넣으면서 배는 반달형을 그리고 저쪽 그물 끝까지 물에 떨어뜨린다. 그리고 앞쪽에 달린 그물 끈을 육지에서 여섯 명이 잡아당긴다.
4백 미터 또는 5백 미터 길이의 그물을 반달형으로 펴서 쳤으니 그 안에 든 고기는 별 수 없이 몽땅 걸릴 수 밖에 없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투망어획방법이다. 온갖 종류의 물고기가 잡힐 것이다. 이 세상에 펼쳐진 하느님 나라 그물도 아와 같아서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은 아니 뿌려진데 없는 땅과도 같고 아니 던져 진데 없는 물고기 어장과 같다. 그러나 밭에는 가라지가 곡식과 함께 섞여있고 그물에는 나쁜 고기가 좋은 고기와 함께 섞여 있다. 어부들은 그물을 모래 언덕에 끌어 올려놓고 둘러 앉아 좋고 나쁜 고기를 가려낸다.
여기서 둘러앉아서라는 동양적인 표현은 아름다운 표현이다. 동양인들은 어려운 일을 성취한 다음에 우선 앉아서 헤아린다. 앉아서 힘든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에 젖어 행복을 만끽한다. 옛날 우리 할아버지 아저씨들 같아서는 앉아서 담배라도 한대 피우고 볼일이다. 일이 잘 되었는가를 헤아려보기 위하여 앉고, 생활계획을 짜기 위하여 앉고, 생각하기 위하여 앉고, 글을 쓰기 위하여 앉고, 심심해서 앉고, 그저 앉는 즐거움을 맞보기 위하여 앉는다. 불행하지만 않으면 앉는다. 오늘 비유에서 좋고 나쁜 것을 가려내기 위하여 앉는다고 하였다. 좋고 나쁜 것을 가려내는 어부들의 재미를 표현한다.
그런데 우리의 비유에 등장한 어부들은 보통 다른 어부들과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보통 어부들은 그물에 걸려든 것을 가려내지 않고 몽땅 가져간다. 한번 투망 그물에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걸렸는지 여기서는 언급이 없지만 「그물이 가득차면」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가득 잡힌 것만은 사실이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고기잡이하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서 행하신 기적적인 고기잡이때는 그물에 가득찬 물고기를 제자들이 세어보았더니 153마리였다고 한다(요한 21, 11). 그 때에는 나쁜 고기 이야기는 없다.
오늘의 비유에서 밖으로 던져질 나쁜 고기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어부들은 옛날에는 그물에 재수없는 고기가 걸려들면 이것을 버렸다고 한다. 오늘 비유에서 나쁜 물고기가 무엇이며 얼마나 되는지도 언급이 없다. 티베리아데스 바다의 물고기를 조사한 어류학자 들의 말에 따르면 이 바다(그 호수)의 물고기 종류는 30종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이 중 먹지 못할 물고기는 하나도 없다고 한다. 다만 유대아인들에게 레위금지법에 따라 금기로 되어 있는 물고기는 비늘없는 물고기이며(레위 11, 10). 티베리아데스 바다에는 학명으로는 클라리아스 마크라칸투스(Clarias Macracanthus)라고 불리는 메기의 일종인 실루리데(Siluri-dae)라는 물고기가 있다고 한다. 그 물고기는 비늘이 없다.
물가에 앉아서 골라낼 나쁜 고기는 이 메기를 가리키는 것일까? 실제로 그러 수도 있지만 이 비유에서는 실제와 교훈과의 차이가 있다. 그 교훈은 고기잡이하는 그물로 비유된 교회 안에 끼어있는 골칫거리 악인들을 세상 종말에 가리어 낼 것이라는 종말론적 교훈이 강조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어부였던 사도들도 이 현실과 교훈과의 차이에 신경을 쓰지 않고 그대로 받아 들여 초대교회의 교과내용으로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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