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순교자 공경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되돌아 보고자 신앙속에서 묵묵히 성지 보호와 단장에 힘쓰는 이들의 이야기 「성지를 가꾸는 사람들」을 이번호부터 연재합니다. <편집자>
윤순용 옹(안드레아ㆍ72)은 어농리 성지(이천성지라 불리움)에 묻힌 순교자 윤유일 바오로의 6대손이다. 그러나 순교자 윤유일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기까지에는 윤옹의 애끓는 정성과 사랑이 있었음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바로 윤순용 옹은 이천성지를 탄생시킨 산파역을 스스로 감매했다고 할수 있다.
『9년전부터 윗대 어른들의 얘기로만 들었던 조상의 묘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신앙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선조들의 묘역을 가꾸는 것은 후손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했지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오기선 신부님을 찾아 도움을 청하기도 했고, 고증을 위해 많은 애를 썼지만 이처럼 성지로 축성되어 개발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
1987년 9월 15일 축성된 이천성지에는 주문모 신부를 모셔온 죄로 1795년 순교한 윤유일 바오로와 1801년에 순교한 가족들의 묘가 있다.
처음 윤옹이 교회사적으로는 신앙의 선조이자 순교자이며, 개인으로는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곳을 찾았을 때는 나무와 풀들이 뒤엉켜, 사람의 발길조차 외면하는듯 했다. 사람이 드나들기도 힘든 곳에서 윤옹은 혼자서 나무를 베어내고 길을 만들고, 산을 깎아 냈다. 그곳에 잔디를 심으면서 조상의 묘를 가꾸기 시작했다. 그것은 윤옹의 조상들의 묘이기에 앞서 한국교회 신앙 선조인 위대한 순교자들의 묘역이기도 했기에 그의 손놀림은 분주하기만 했다.
3년전부터는 성지에서 기거하면서 순례객들도 안내하고 있는 윤옹은 성지개발을 위해 흘린 땀은 기쁨의 땀이었고, 보람의 땀이었고, 그리고 감사의 땀이었다고 한다.
『성지를 가꾸는 일에 전념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말하는 윤옹은 금년 여름에도 변함없이 잔디를 가꾸고, 풀을 뽑으면서 순례객들이 많아질 순교자 성월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윤옹은 이천성지를 개발하고 지키기까지 주위로부터 많은 반대와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처음 순교자 묘역을 가꾸기 시작할때에는 그의 형제들이 그 일을 반대하고 나섰다.
일찍이 가친을 여의고, 가장 노릇을 해온 윤옹은 동생들보다 배운 것이 적은 자신이 동생들을 설득시키려면 교회사와 순교자들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 새벽 1시나 2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성경을 읽었고, 매일 새벽미사와 묵주신공으로 신앙을 키워 나갔다.
얼마후 윤옹의 동생 상호(베네딕또)씨와 상욱(라파엘)씨도 흔쾌히 이일을 받아들여 개발초기에 묘역을 꾸미고 묘비를 세우는데 필요한 경비를 부담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조상들의 묘역이 순교 성지로 축성되고 개발이 되자 기쁨에 넘친 윤옹이 성지에 기거하면서 성지를 가꾸고 지키려고 하자 이번에는 윤옹의 자녀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나이든 부친을 혼자 고생하게 둘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윤옹은 한겨울이나 한여름, 혼자서 지내기에 정말 함든 계절이면서 교동의 큰아들 집에서 기거한다.
순교자 성월을 맞아 다시 이천성지로 돌아온 윤옹의 주름진 얼굴에는 이곳을 찾는 순례객들에게 신앙 선조들의 신앙을 전할 마음으로 기쁨이 번진다.
『성지순례는 자신의 삶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자리가 돼야 합니다. 진정한 이웃사랑이야말로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나는 삶의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이 하느님을 빛나게 하는 것이며 순교자의 얼을 받드는 일일 것입니다』
이천성지가 제대로 개발돼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순례하면서 윤유일 일가의 신앙을 본받기를 희망하는 윤옹에게 하나씩 하나씩 모습을 갖추어 가는 성지의 모습은 바로 축복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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