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라디오、 신문ㆍ잡지ㆍ비디오 등 매스 미디어의 폐해는 심각하다.
대부분의 수용자들이 이들 홍보매체가 홍수같이 쏟아놓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먼저 이들 미디어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교회의 가르침과는 정반대로 「순간 가치」들을 추구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교회는 변치않는 진리、 즉 인간존중 정신을 가르치고 있는데 반해 매스 미디어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이고 찰나적인 가치 즉 물질ㆍ권력ㆍ 명예만을 지향하는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섹스ㆍ폭력ㆍ금전만증 풍조를 부추기며 「인간소외」쪽으로 계속 진행되는 매스 미디어의 폐해는 가치관의 주객전도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미디어는 사물이나 사건을 다루는데 있어서 편향ㆍ편견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미디어수용자들에게 종합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도록 오도하고 있는 것이 두 번째 문제점이다.
이러한 편향되고 제한된 시각을 갖고 있는 미디어의 태도는 지역ㆍ계층ㆍ성별문제 등을 해결하기 보다 오히려 각계각층에 걸친 편견을 불러 일으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이들 미디어의 폐해중 논리에 어긋나는 비 논리、 윤리에 어긋나는 비윤리적인 프로그램의 방영과 보도는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서 실제 보이는 폭력보다 그 폐해가 더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비윤리적인 드라마ㆍ공상만화 등의 제작、 방영은 수용자들을 공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등 합리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이끌어 궁극적으로는 폭력문제 등을 유발시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학생이 TV극을 흉내내 형제를 납치、 몸값을 요구하는 인질극을 벌인 예를 비롯 「마약문제」「10대 문제」등을 다룬 보도가 오히려 청소년 범죄를 유도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올 정도이다.
이처럼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디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교회의 관심과 참여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높다. 이같은 미디어의 제 문제점에 대해 그동안 한국교회는 극히 미미한 차원에서 대응해 왔기때문이다.
교회의 미디어 교육은 비교적 일찍부터 시도됐다. 미디어폐해가 그다지 크게 부각되지 않던 73년 주교대상 교육을 시작으로 70년대 성직ㆍ수도자교육으로 이어왔으나 평신도등 교회전반에 걸쳐 확산되지는 못했다.
그후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85년부터 광주ㆍ대구ㆍ서울ㆍ수원가톨릭대학 신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해 온 매스컴세미나는 미래사제들에게 미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높이 평가되고 있다. 메리놀회 반예문 신부(당시 미디어연구소소장)가 실시해 오다 반신부가 한국을 떠나면서 중단됐던 「미디어교육」은 살레시오회의 돈보스꼬 청소년센터가 지난해 11월 제1차 매스미디어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재개되고 있다.
YMCA와 공동으로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돈보스꼬센터는 또 선정적인 광고와 기사로 청소년정서를 크게 해치고 있는 「청소년 잡지」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다.
또 서울대교구 여성연합회는 올해초부터 성바오로 딸회와 공동으로 「좋은 비디오 보기운동」을 전개、 건전문화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본당차원으로 최초로 서울 대치동본당이 3년전부터 「주부미디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수년전부터 신학생ㆍ신자등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는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도 교회의 미디어 선용에 앞장서고 있다.
이밖에 교구사제대상 매스컴 세미나가 세차례 실시됐는데 부산교구ㆍ광주대교구에 이어 지난 5월 14~16일 솔뫼 피정의 집에서 교구사제들 대부분이 참가한 대전교구 사제단연수회가 미디어교육으로 실시됐다.
그러나 이같은 교회내 미디어교육은 교육참가자에게만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인식시켰을 뿐 한국교회전체가 관심갖고 공동대응해 나가야될 과제로 확산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교회적인 미디어의 횡포와 폐해앞에 무방비상태로 놓여진 현상황에서 「미디어는 교회 사목과 직결돼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돈보스꼬 청소년센터 박경석(보스꼬) 수사는 한국인의 일주일 평균 TV시청시간이 30시간이라는 통계수치를 들려주면서 『TV뿐만 아니라 일반 매스컴이 매일 쏟아내는 「세속적인 가치」들에 의식화되고 있는 신자들이 15분여의 주일미사 강론말씀을 제대로 알아들을까 의심스럽다』며 「30시간대 15분의 싸움」(?) 을 걱정했다.
교회내 미디어전문가들은 가톨릭교회가 중심이 돼 모니터모임을 갖고 매일 방영ㆍ 보도되는 미디어제작물에 대한 다각적인 비판작업을 거쳐 가톨릭윤리와 어긋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담당PD나 편집 및 취재담당자ㆍ작가등 제작자들에게 전화나 편지로 부당한 점을 지적、 자극을 주는 운동을 전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반교회적인 미디어제작물에 대한 항의ㆍ비판운동은 레지오마리애ㆍ반모임 등 교회내 기존 신심ㆍ액션단체 및 조직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최창섭 교수는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고취 작업을 최우선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고 전제하고 『교회언론에서도 홍보주일에만 미디어문제를 다룰 것이 아니라 연중기획물로 지속적인 캠페인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 지적하면서 현대세계홍보매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홍보주일 교황메시지를 공부하고 널리 알리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미디어폐해에 대한 교회의 대응방법은 무엇보다 교회 장상들과 성직자들의 우선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여론이다.
지난 사순절에 『금육재와 단신재 같은극기행위도 좋지만 「금(禁)TV」』를 주창했던 두봉 주교와 같이 미디어 공해를 극복하려는 교회장상들이 늘어 갈수록 한국의 미디어폐해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대전교구 사목국장 유흥식 신부는 사제단 미디어연수를 마치고 『미디어종사자들을 우리 사제들이 돌봐주자』는 공동의 인식아래 교구주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과 매스컴공부를 희망하는 사제를 양성하겠다는 교구장 경갑룡 주교의 말을 전하면서 6월중 열리는 평신도사목위원 교육을 미디어교육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피력했다.
「제2의 신(神)」으로까지 불리는 매스 미디어. 이에 대한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한국사회 전체가 앓고 있는 「가치관 부재현상」을 극복하자는 것이 90년 홍보주일을 맞는 많은 신자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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