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스물네번째 홍보주일을 맞았다. 홍보란 「널리 알림」이니 교회가 널리 알려야 할 내용은 복음이고、 이를 널리 알리는 주된 도구가 매체이다. 매체는 본디 한 공동체의 구석구석에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 등을 전해주고 나누는、 우리 몸의 피와도 같은 존재이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요 그리스도의 몸이다. 따라서 교회공동체 안에서도 교회의 생명력인 복음을 전하고 각 지체들의 삶과 삶을 서로 나누며、 교구. 본당. 신자끼리 또 교회와 세상이 서로를 이해하고 일치할 수 있게 해주는 매체의 역할은 소중하다. 특히 현대사회가 크고 복잡하게 될수록 매체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듯이 교회공동체가 대규모화 될수록 매체가 참으로 필요하다. 복음은 하나이지만 그에 관한 견해나 사는 모습이 다양하듯 이를 서로 나누고 필요한 자극과 도전을 던지면서 국극적으로 교회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는 다양한 매체가 교회를 한층 풍요롭게 한다.
그렇지만 80년대에 급성장된 우리 교회가 남다른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은영중에 자부하며 이십여년 홍보주일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교회 매체의 실상을 알아보면 빈약하기 짝이 없다. 갓 출발한 전파매체 하나、 주간 신문 둥에 월간지 다섯이 전부이다. 단순한 수적 열세는 그만두더라도 실제로 교회 안에서 교회매체가 차지하는 역할과 중요도를 보면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다.
홍보주일이 비단 교회 매체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사회매체가 복음화될 것을 요구하고 강조하기에 앞서 교회매체가 복음화되어 대안(代案) 매체의 모습을 가질 수 있도록 활성화시키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가톨릭 교회의 매체들이 이렇듯 빈약한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점은 교회 전체가 매체의 역할이나 의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않다는 느낌이다. 일반신자들의 인식과 형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목자들이 홍보주일을 제외하곤 (때로는 홍보주일마저도) 매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신자들 역시 교회매체가 어떠한지、 또 있는지 없는지 조차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다들 사회매체는 강조하면서도 정작 교회매체에는 소홀한 듯하여 서운한 마음이다.
다음으로는 교회매체의 구독자 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1987년 조사 당시 한가지 간행물도 보지 않는 신자가 46.7%였으니、 지금도 대략 그 정도가 아닐까 한다. 교회매체는 광고비를 주소득원으로 삼는 사회매체와 달리、 성격상 광고를 많이 싣지 않기에 구독자가 주된 소득원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구독자수가 적다는 것은 교회매체를 운영하는 데 치명적인 약점이며、 교회매체를 영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또 그렇기 때문에 교회매체에 종사하려는 뜻있는 전문인들을 많이 놓치게 되고、 더 투자할 여지가 없어진다.
마지막으로는 교회매체 자체의 문제이다. 구독자 처지에서 보면 교회매체가 신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고、 교회당국의 입장만을 강조하거나 「너희는 받아 먹어라」식의 권위주의적인 태도、 비슷비슷한 필진과 구태의연한 내용들、 세련되지 못한 책매무새 등등이 불만일 것이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그런 불만의 여지는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다. 교회를 위해 있는 「품안의 자식」이기에、 역사에 관계없이 아직도 여린 새싹이기에、 온 교회가 따뜻하게 품어두고 사랑할 때 복음화의 도구로 알차게 자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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