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절의 마지막 날은 축제의 절정을 이루는 날이었다. 이날에는 특별히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갈릴래아에서 온 시골 선생님 한 분이 돌연 성전 한가운데에 나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내게로 와서 마시시오』라고. 그 사람은 예수였다. 이 느닷없는 초대의 말씀을 잘 알아듣기 위하여 장막절 축제의 뜻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장막절은 7주축제, 무교절과 함께 곡물추수와 관계되는 순례자들의 대축제 이다. 장막절은 발의 곡식을 거두어 들일 때(출애23.16) 타작마당과 포도즙이나 기름을 짜서 소출을 거두어 들일때 (신명16.13) 농민들은 야외에 나무가지로 장막을 짓고 거기서 머문다.
이 축제에는 추수감사와 함께 다음해의 풍년을 비는 기우제를 지낸다. 예루살렘에서는 사람들이 행렬지어 가혼이라는 샘터로 가서 물을 길어오는 예식을 한다. 이 샘터로부터 실로암 연못으로 물이 흘러 들어 온다. 샘터에서 제관이 금으로 된 그릇으로 물을 뜬 다음 행렬은 다시 성전으로 향하는데 할렐시편(113편-118편)을 노래하며 오른손에 룰랍이라는 나무가지 다 발을 들고 왼손에는 에트르그라는 열매 (레몬비슷)를 들고 행진한다. 룰랍은 장막을 짓는 재료이며 에트르그는 추수열애의 상징이다.
이 행렬은 그들의 조상들이 귀양살이에서 해방되어 돌아오며 장막살이를 한것을 기념한다. 행렬이 성전앞 번제물 제단앞에 도달하면 사람들은 둘랍을 흔들며『야훼께 감사노래 불러라 알렐루야』라고 시작하는 시편 118편을 노래하고 제관이 제단으로 올라가 은깔때기에 물을 부으면 물은 땅으로 흘러 내린다. 이 예절은 장막절 제7일에 행한다.
예수시대에는 물을 갈망하는 이 예절의 축제는 『주님의 승리의 날」과 연결 되어 있었고 주님의 날은 메시아를 맞이하는 날로 기대되어 있었다.
이 사상은 구약성서 즈가리야서의 예언에 기인하는 것으로 (9장∼14장) 주님의 날이 오면 메시아 구세주가 왕으로 오시어 온 세계를 평하고 생명의 물이 예루살렘에서 흘러나와 동서로 흐르게 될것이고 그렇게 되면 온 세상이 주님을 왕으로 모시고 한 주님 한 이름으로 평정될것 이라고 하였다.
생명수가 흐르는 샘터에 관하여는 에제키엘도 새도시, 새 나라를 예언하면서 생명의 샘이 모든 생명을 살게 할 것이라고 예언하 였다 (47.1.9).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예수께서는 일어서서 큰 소리로 외쳤던 것이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이 말씀은 구약성서 잠 언에서 지혜가 길가 언덕에서 부르고 슬기가 네거리에 자리잡고 목청을 돋우며 (8. 2~3) 『와서 내가 차린 음식을 먹고 내가 빚은 술을 받아 마시 시오』 (9.5)라고 한 말씀을 연상시키며, 이사야서에도『목마른 자들아, 오너라. 여기 물이 있다. 돈이 없더라도 오너라』(55.1) 라고 초대하며 새 예루살렘 건설을 예언한 말씀이 있다.
이 물은 요한복음서 에서는 생명을 주는 생명수로 나타나고 예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물이라고 했듯이 예수 그리스도 자신을 가리킨다. 그리고 물에 대한 언급이 있을때마다 성령을 퍼주는 영상으로 기술된다.(3.5:4.10∼ 15:7.38:19.33)
이러한 생명수가 강물처럼 흘러 나오는 곳은 요한복음서의 논리대로는 예수님 자신이다. 그런데 공동번역에는 38절『나를 믿는 사람은 성서의 말씀대로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 나올 것이다』라고 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나를 믿는 사람은」이란 말마디를 빼고 37절과 연결시켜보면 목마른 사람은 다 내게로 와서 마셔라, 성서의 말씀대로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 나올 것이다』 라고 읽을수 있고 이 말은 예수가 강물의 샘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나를 믿는 사람 』은 「…마셔라」와 「성서의 말씀대로」의 중간에 있으면서 원문에는 구두점이 없다. 그래서 학자들은 「나를 믿는 사람」이란 말을「… 마셔라」에 붙여서 『목마른 사람은 다 내게로 오라. 그리고 나를 믿는 사람은 마셔라』라고 읽는다. 다만 우리 말 구문상 어려운 점은 「…마셔라」까지는 37절 이고「나를 믿는 사람」은 38절이므로 절수가 달라지는 점이다.
한편 공동번역대로 믿는 사람에게서 강물의 샘이 흘러 나온다라고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하여튼 물의 샘은 예수이며 그를 믿는 사자들 즉 교우공동체는 그 물이 흐르는 강물이다. 이 사상은 모세가 백성을 이 끌고 광야에서 헤맬때 지팡이로 바위를 쳐서 물을 흐르게 하여 목말랐던 백성들이 물을 마신 에집트 탈출기에 기인한다. (출애 17.6.시편 78. 15∼18)
생명수-메시아사상은 이 사야서에 여러번 언급되었고(43. 20:44. 3:48. 2) 사도 바오로는 이 생명수 바위를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보아(고린전 10. 4) 그리스도를 모든 믿는 자들의 양식의 근원으로 가르쳤다. 요한복음서도 이러한 관점에서 출애굽기를 여러번 인용한다. (1. 29의 어린 희생양: 3. 14의 구러뱀: 6. 31의 하늘에서 온빵) 생명수의 바위이신 예수. 이제 새 에집트탈출을 인도하여 하느님의 승리를 가져다 주는 구세주라는것이 요한복음서의 정신이다.
요한은 생명을 주는 물은 앞으로 신자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킨다고 가르친다. 이사야서에서 메마른 땅을 촉촉히 적셔줄 생명의 물은 (44. 3)사도시대에서는 하느님이 내려 주시는 성령에 비겨 받아들였다. 예수께서 부활하시고 하느님으로서의 영광을 받으신 다음 성령을 촉촉히 받은 것을 실감한 사도들은 생명수의 샘이신 예수께서 성령을 내려 주시는 주님이 심을 실감있게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장막절에 참석하실 때의 예수는 아직 영광을 받지 않은 상태여서 그 분을 놓고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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