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가 범죄하여 파출소와 경찰서를 거쳐 구치소에 구속되면 관할구역 재판부를 거쳐 집행유예로 내 보내든가 아니면 가정법원으로 송치된다. 그러면 서울 감별소에 가서 병아리 감별하듯 감별관을 통해 세밀히 감별된다. 즉 이 아이를 가정으로 돌려 보낼것인가? 소년원으로 보내야 하는가? 또는 청소년 선도위원이나, 어느 교회시설에 위탁할것인가를 거치는 동안 심판날이 닥쳐 온다.
여기엔 부모들의 면회서신 등 가족관계가 많이 참고되고, 또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한다.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도 변호사를 선임한 아이는 우선권으로 차례를 앞당겨 처리되는 경우도 보았다. 인수는 소년 심판정에서 판사님이 부탁하신 소년이다. 심판날을 연기시키면서 상담을 했다.
인수는 『전라도가 집이예요. 부모님은 다 계시고 내가 첫째 아들이예요.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고요. 엄마랑 아빠랑 맨날 동생만큼 공부도 못한다고 나를 미워 하고 야단만 쳐요. 공부 하기 싫어서 도망 나왔어요』 『인천 누나 집에서 가내공업하는데 일하고 월 5만원 받았어요. 그런데 매형에게 구박만 받고 화가 나서 집을 나왔어요. 소매치기 아이들과 어울리다가 잡혀 왔어요』했다.
『인수야 낮에는 네가 원하는 기술 배우고 밤에는 공부하면 어떻겠니』하고 물으니 인수도 그렇게 하길 원했다. 천주교 계통시설에 위탁 보호하여 공부시키기로 했다. 인수를 심판실에서 데리고 나와 곧바로 남대문 시장에 가서 속옷부터 겉옷까지 새로 사 입혔다. 옷을 골라 입히는 것은 내가 하지만 값을 치루는 것은 시장 교우 부인들이다. 부인들은 모성애가 있어 더 좋은 것을 사주려고 한다.
전철을 타고 오다가 대방역에서 내렸다. 대방동 시립아동상담실 입구에까지 왔을 때 인수는 아이구! 하면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그러느냐? 고 했더니 높은 담을 보고 놀란 것이다. 그러나 그 담은 상담실이 아닌 것을 알고 안심할 정도로 아이들은 높은 담장안의 고정된 시설에 꽉 갇혀 있는 것을 죽기 보다 더 싫어 한다.
내가 보내고 싶어하는 곳은 성모 자애원이었는데 시립 아동 보호소에서는 그집엔 자리가 없어 시청에서 안된다고 했다. 나는 돈보스꼬센타에 전화를 했다. 기술 교육을 시키기 위해 원장신부님과 상의한 결과 데리고 오라고 허락이 내렸다. 우리는 버스를 탔다. 그 아이는 자기가 갈집이 갑자기 변경되는 바람에 속으로 무척 불안해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인수의 장래를 위해서 좋은 시설을 선택하기 위해서였다.
한 정거장 남겨두고 다음에 내릴것이라고 알려주려고 뒤를 돌아다보니 언제 내려 버렸는지 아이는 없어졌다. 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즉시 가까운 파출소를 찾아가 신고 했다. 벌써 어디로 갔는지 찾을길이 없었다. 당직 경찰은 컴퓨터에 조회했다.
어디서든지 검거되면 나에게 연락이 오게 해 놨다.
길거리에 오고가는 아이들이 모두 인수처럼 보였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 아이 장래를 위해 얼마나 정성과 사랑을 쏟아 왔는데 사랑하던 새를 날려보낸듯 그날밤 한잠도 못자고 뜬 눈으로 밤을 세웠다.
소년 심판실에서 곧장 데리고 나왔기 때문에 수중에 돈이 한푼도 없다는 것이 위험한 일이고 몹시 불안했다.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는 거을 보면 걸어서 인천 누나집까지 갔는지? 아니면 검거됐어도 이름을 다르게 하면 컴퓨터에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아직까지 무소식이다.
첫째 실패 원인은 상담기간이 너무 짧아 서로가 마음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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