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회 개인전 여는 인천가대 조형예술대학 강상중 학장
“아픈 마음 치유되길 바라며
‘빛과 생명’ 캔버스에 담았죠”
수도자처럼 몸·정신 관리하며 ‘소확행’ 가운데 얻은 영감
한 땀 한 땀 세필로 수작업
강상중 학장이 자신의 연구실에 걸린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작품 속 여인의 형상은 아내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라고.
2~3미터가 넘는 대형 캔버스에 색색의 꽃들이 피어난다.
보라, 분홍, 연두 곱디 고운 빛깔에 어디 하나 모난 데 없는 동글동글한 원 속에 살포시 자리 잡은 작은 들꽃과 풀들...
그림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그림이다.
‘빛과 생명’을 주제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 온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강상중(다니엘·서울 개봉동본당) 학장이 6월 7~13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전시실에서 37회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생명정원’, ‘빛과 생명정원’, ‘빛-생명정원’ 연작들을 주로 선보이며, 인터액티브 영상물도 설치해 관람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저에게 빛과 생명은 평생에 걸쳐 풀어야 할 일종의 화두입니다. 빛과 생명은 불가분의 관계이자 우리 삶 속에서도 생명의 존엄성은 빛과 관련되어 있지요. 빛의 신성함은 생명을 영위하는 절대적 가치이고, 생명은 빛을 향한 긍정의 의미입니다.”
빛과 생명에 대한 그의 관심은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정크 아트 조소 작품을 선보였던 것. 고철을 주워 작품을 만들고 센서와 모터를 활용해 동력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었다. 그 다음 시도는 춤과의 만남을 시도한 키네틱 아트였다. 평면 예술로 다시 회귀한 지금의 작품 세계는 예전만큼 실험적이거나 전위적이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과 고민의 산물이다. 원시 미술로부터 고대 문명, 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빛과 생명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그의 작품들에는 태양이나 성인들의 후광을 연상케 하는 다양한 원이 많이 등장해, ‘현대판 이콘’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또, 어느 평론가는 그의 작품을 두고 ‘영혼의 식물도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저의 롤 모델은 피카소입니다. 여러 사조를 넘나들며 평생 동안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은 피카소처럼 저 또한 끝없는 도전을 하려 합니다.”
강 학장이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손맛’이다.
“요즘에는 너무 기계의 힘을 빌려서 작품 활동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그래픽이 아닌 한 땀, 한 땀 세필로 수작업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작품을 완성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관절염과 요통에 시달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 방법을 고수할 겁니다(웃음).”
위대한 예술가는 몸과 정신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허리를 숙이거나 엎드려서 작업해야 하는 대작이 많은 관계로 오랜 시간 요가로 유연성을 길렀다. 매일 6시 30분에 일어나 새벽 독서를 하고 강의를 하거나, 강의가 없는 날엔 산행을 하며 풀, 꽃, 나무를 관찰하고 밤늦게까지 작업실에 머무는 어찌 보면 단조로운 일상을 유지한다.
작품 활동에 필요한 폭넓은 교양을 쌓기 위한 독서, 영감을 얻기 위한 산행과 신앙생활. 수도자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나날이지만 강 학장은 이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이른다.
그가 세례를 받게 된 사연도 독특하다. 원래 불교 신자였던 강 학장은 작업이 잘 되지 않을 때면 작업실과 가까운 서교동성당에서 조용히 묵상을 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곤 했다. 그러던 1990년대 초 어느 날, 강 학장의 바로 옆에 매우 낯익은 이들이 앉았다. 당시 재야 인사였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큰 아들 고(故) 김홍일씨였던 것.
“김 전 대통령을 실제로 뵙자 마치 성인처럼 느껴지더군요. ‘이것은 세례를 받으라는 주님의 뜻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 길로 바로 아내까지 설득해 같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198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쉼 없이 작품 활동에 매진해 온 강 학장.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열정의 근원은 무엇일까.
“작품을 통해 나의 생명력을 전달하는 것이 제가 받은 탈렌트에 대한 절대적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해지는 것과 같은 개인적인 욕망을 위해 작품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제 그림을 보며 마음이 아픈 단 한 사람이라도 치유가 된다면 그걸로 제 소임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