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속으로 파고드는 혹독한 꽃샘 추위에 몸을 움추리고 구치소를 향해 걸어 가다가 문득 지난날이 생각났다. 몇 년전 서울역 광장을 지나가고 있을 때 떡을 팔고 앉아 있던 중년부인이 매우 급하게 떡그릇을 지나가는 행인에게 잠깐 봐달라고 맡기고 황급히 서둘러 뛰어 가면서 저아이가 팔려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뒷모습이 얼마나 고맙고 아름다운지 아마 역광장에서 자주 그런 장면을 봐서 척하면 눈치로 알수 있는 모양이다. 이런 어른들이 많아진다면 범죄는 줄어들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될텐데 … .
시골에서 가출하여 막 기차에서 내린듯, 긴 머리에 세련되지 못해 보이는 옷차림, 어리숙하고 수줍어보이는 10대 소녀, 두 청년틈에 서있는 모습이 정말 수상쩍어 보였다.
14세의 미혜를 처음 만난 것은 어느 이른 봄 구치소 여사에서 였다. 『친엄마가 아닌데 아빠와 자주 싸우셨어요. 그리고 엄마라 부르기도 싫고, 새 엄마가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열두살 때 혼자 서울에 왔어요. 서울엔 아는 사람도 없고 먹고 잘때도 없었어요. 겨울이었는데 역대합실이나 심야 만화가게에서 며칠을 지내다가 낯선 오빠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엔 무서웠는데 집엔가기 싫었고, 할수 없이 하숙방에서 함께 살았어요. 그런데 정말 임신할줄 몰랐어요. 차츰 배가 불렀는데, 병원에 안갔어요. 세월이 흘러 아이를 낳게 될무렵, 오빠 세명중 한사람도 영영 들어 오지 않았어요. 돈도 없었어요!』하며 머리를 푹 숙였다. 어떻게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까? 가슴이 부서지도록 아팠다. 부패된 현실 현장을 웅변적으로 말해주는듯 했다.
어린 미혜는 혼자서 출산에 대한 예비지식이나 아무 상식도 없고 준비도 없이 그저 무방비 상태에서 아이를 혼자 낳았다.
보호자는 물론 거들어줄 이웃도 한사람 만나지 못한채 아이를 낳아 너무 당황한 나머지 겁이나서 벼개로 아기의 입을 막아 숨지게하고는 이른 새벽 아무도 모르게 쓰레기 수거장에 버리고 나오다가 청소원 아저씨에게 발각됐고, 경찰에 신고하여 구치소까지 오게 되었다고하며 울었다. 그는 3개월후 가정법원으로 송치되었다.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 손길이 미치지못해 관계가 끊어지고 말았다 (최고수 형제들 면담이 바쁜관계로).
범죄 심리가 안들킨다고 철두철미하게 행동하지만 그러나 전지하신 하느님이 계시기에 완전 범죄란 없다. 흑백이 가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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