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성당에 들어서서 제대의 왼쪽 방은 신부님 준비실이고 오른쪽 방은 복사실이라고 이천영(아나돌) 성당부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또한 조선천주교인협회 상임위원이라고도 했으며, 협회의 서기장은 박경수(박오로)씨였다. 북한에서 명함을 건내준 사람은 박경수씨가 유일했고 그는 평양 장충성당의 회장직도 겸하고 있었다.
작년 3월에 시작해서 9월에 완공되어 12월에 축성식 비슷한 것을 했다는 성당의 교인 수는 약 1백11명 내지 1백 명 정도라고 했으며, 연령은 55세에서 57세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최고령자는 70세이고 연소자는 35세인데 젊은이들은 동북에 살다가 온 사람들로서 평야에 살도록 허가를 받았다고 했으며 인원 수는 15명이라고 한다.
성지주일에 묘향산으로 가면서「로스엔젤레스」에서 와 계시는 이광덕 목사님께 장충성당도 방문해주실 것을 말씀드렸더니 신자가 1백 명가량 나왔고 부활절 준비로 활기가 대단했다고 전했다. 사실 옛날에 부모님을 따라 성당에 다니던 사람들 가운데서 10여 명이 부활절에 세례를 받게 된다고 성당측 간부들이 이야기를 했으며 어느 분인지는 모르나 부활절에 신부님이 오시게 되어있다고 했다. 은근히 고종옥 신부님으로 추측하는 듯 했으나 부활절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그 이상의 소식은 알지 못했다. 교회건물은 말쑥하고 아담하며 건축자재도 상당히 좋은 것이어서 중국의 허름한 성당들과 비교할 때 북한사람이나 정부당국의 확고한 의지같은 것이 엿보이는 듯 했다. 나무의자들은 3사람씩 앉을 때는 1백80명이 들어가고 4사람씩 앉으면 2백40명이 앉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개신교인 봉수교회당엔 2백명 가량의 신자가 현재 나오며 담임목사 한 분, 부목사 한 분과 장로가 있다. 성당에는 물론 신부님이 안 계시나 사제관까지 2층으로 지어놓았고 교리 공부와 회의 등에 사용할 회관건물도 견고하게 건축해두었다.
교인은 여자들이 조금 더 많다고 하며 박 회장은 요사이 젊은이들은 전자공학, 과학기술, 자연과학 등에 힘을 넣으려고 하지 종교에는 흥미가 없다는 설명을 했다. 부활절에 미국서 25명의 신자가 신부님과 함께 올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하면서 장익, 정의철 신부님께서 신구약전서 및 성가집을 보냈고, 교황 성하께서는 성작과 성합을 보내주셨다는 말을 했다.
북한의 젊은 여성들이 과학자 남성을 은근히 남편감으로 기대한다는 것은 몇 명의 여성들과 인터뷰에서 알 수 있었고 과학을 전공하는 남학생들의 패기에서도 느꼈다. 여성들은 과학자들이 오직 자기하는 일밖에 모르고 성실하며 진실하다고 생각했다. 로보트를 만드는 남자들에게 호기심 있는 여성들이 「인민의 아편」이나「남조선에 대한 미제의 침략 도구로서의 종교」를 믿는 약한 남자가 매력이 없음은 당연한 것 같다.
성당에 함께 갔던 안내원과 운전수는 약간만 질문이 예민하면『우리는 믿지 않으니까니』로 답을 피했다. 한편 자주 다녔는지 개신교에 가면『눈을 감더만, 또 책을 읽더만』하면서 약간 정신이 복잡하던데 성당예식은 조용해서 좋다는 말을 했지만, 단순한 인사로 생각할 뿐이다. 대개 공산권의 교회에 가면 신부님의 강론을 접할 생각도 못하다가 몇 년 전 상해(上海)에서 새벽미사를 갔을 때 지방사투리를 배우지 못했던 남편이 한숨을 쉬고 있었다. 마침 아무리 빼돌리려고 해도 새벽부터 따라온 모 대학의 젊은 교수가 영어로 통역을 해주어서 속이 시원하게 강론을 이해한 경험이 생각났다.
공산당 엘리트를 통하여 우리 귀에 하느님 말씀을 전해주는 것은 정말 신비한 체험이었다. 안내자가 유창하지도 못한 영어로 옮겼으나 그가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음으로 충분히 전해졌었다.
폴란드 출신 교황의 메시지가 통역 없이 공산국가로 전해지는 것 또한 살아 계시는 하느님의 배려로 감사한 것도 그 순간이었다.
『만군의 야훼께서 조금이라도 살려두시지 않으셨더라면 우리는 모두 소돔같이 고모라같이 되고 말았으리라』는 이사야 1장 9절을 기억해 볼 때 한반도의 남쪽을 보호하신 그분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기사 통일 14년의 베트남인데도 호지명市의 성당과는 달리 하노이市의 성당은 굳게 문이 닫혔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다른 점은 새로운 성전을 건립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돌아본 동독ㆍ유고슬라비아ㆍ폴란드ㆍ소련ㆍ중국 등에는 옛 성당의 문을 열어준 것이고 북한에는 현재지방공소까지 걱정을 하고 있다. 다음은 기독교가 우리 것이 아니고 미국과「제국주의자들」로부터 수입된 것이라는 생각이다.
1882년 미국과 조선의 무역협정 때 종교의 자유도 보장되었으나 이는 주로 선교사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북한에서는 말한다. 서구 자본주의를 몰고 들어온 기독교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선교사들의 영향으로 빨치산을 배신했다고 한다. 즉 기독교인들은 미국인과 한패가 되어 자본주의 이념을 가지고 동포를 억압하고 대지주들의 편에 섰기 때문에 추방당하거나 강제수용소에서 죽어야했고, 특히 천주교인들은 열렬한 반공주의자라는 것이다.
온 세계가 평화를 지향하고 평양이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준비로 한창 바쁜데 유독「남조선과 미제국주의」는 침략전쟁연습으로 조선반도정세를 악화시켜「조선민주공화국」의 평화를 반대한다는 것이 팀스리피리트 합동군사연습에 대한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북한에는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누구에게 무슨 질문을 해도 대답은 같다. 그 이유를『진실은 하나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주민들은 『모두 다 김일성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수호하는 성새가 되고 방패가 되자』는 교육을 받고 있고, 현재 당하는 모든 경제적인 곤란은 군사비 증강 때문이라고 믿는다. 통일만 되면 하루아침에 20배 잘 살게 된다고 하며 외세인 「미국」만 없으면 남한정부도 힘을 못 쓰기 때문에 통일은 금방 된다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인민대중이 정치를 결정한다고 하면서「위대한 김일성 수령」의 교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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