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않는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고 마침내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게 하는 이른바 일련의 예비자교육과정에 있어 맨 첫 단계가 바로 「예비자 인도」단계이다.
예비자인도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전교」(또는 선교)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교란 용어는 사회현실 속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살며 행동으로 신앙을 증거하는 간접선교와 믿지 않는 사람에게 말로써 복음을 전하는 직접선교를 모두 일컫는다. 그런데 복음전파의 일차적 목적은 비신자가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백성」으로 되게 하는데 있으므로 예비자인도를 좁은 의미의 전교라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의 전교상황은 어떤 모습일까? 대개의 본당은 1년에 2~3차례 예비자를 모집, 일정기간 교리교육을 실시한 후 세례를 베풀고 있다.
예비자 모집단계에서 각 본당은 대개 1개월 전부터 전교의 달을 설정, 신자들에게 전교의무를 강조하고 한 사람씩 인도할 것을 요청하거나 본당근처 거리에 현수막을 걸고 전교용 리플렛을 관할구역 내 각 가정에 돌리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총 동원, 가능한 많은 예비신자를 모집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작년 한 해 한국교회는 총 15만 명을 영세시켰다. 87년말 현재 2백31만여 명에서 88년 말 현재 2백46만여 명으로 늘어난 것이다(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통계).
이 수치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하면 작년 한 해 한국교회의 신자증가율은 6.5%이며 이는 신자 15명이 새 신자 1명을 인도한 꼴이 된다. 여기서 유아영세자와 자발적으로 입교한 자를 제외시킨다면 직접 인도율은 더욱 떨어진다.
87년 가톨릭신문사가 신자들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입교과정은 자발적으로 입교한 사람이 38.2%로 가장 많고 타인의 권유로 입교한 사람이33.5%, 나머지는 태중교우(유아세례)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타인의 권유로 입교한 사람의 비율 33.5%를 작년 한 해 영세한 새 신자에 대응시켜보면 15만여 명 중 불과 5만여 명만이 기성신자들의 입교권유로 영세한 것이다. 결국 기성신자 45명이 새 신자 1명을 영세시킨 저조한 전교 실적인 것이다.
45명당 1명꼴 인도
물론 45명 가운데 1명만 전교를 하고 나머지는 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대개 신자들 중 절반가량은 전교에 관심을 가지며 실천에 옮기고 있으나 활동이 소극적인 결과 입교까지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84년 2백주년사목회의 사회조사보고서 중「전교자세」를 묻는 항목에서 응답자의47.23%는「늘 생각하며 실천한다」고 대답했으나 47.38%는「생각은 하나 실천은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데서 이러한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이같이 저조한 전교실적은 우선, 전교방법이 간접적이고 소극적인데서 하나의 원인을 살필 수 있다. 가톨릭신문사의 동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이웃에게 직접 입교를 권유한다」는 사람은 불과 18.4%밖에 안 되며, 나머지는 모두「표양을 통해서」「기도를 통해서」「사회정의선포와 봉사를 통해서」등 간접선교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 의하면 실제 입교자의 입교동기 중 「가톨릭신자의 모범적 생활을 보고」입교한 사람은 불과 9.6%밖에 되지 않으므로 「표양」으로 전교한다는 방식은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어쨌든 한국의 가톨릭신자들은 신흥종교나 개신교신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교열의가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며, 신자들의 인식 또한 그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자들의 전교열의가 부족한 원인 중 중요한 부분을 한국교회의 사목정책과 교회조직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는 이도 있다.
「전교국」설립돼야
부산 서면본당 안달원 신부는 『기성신자「사목」과 새 신자 전교 중 어느 것에 비중을 두느냐는 그 교회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다』고 전제, 『서구나 미주에서는 당연히 신자관리인 사목에 초점을 맞추게 되지만 전 인구 중 불과 6%만을 신자로 갖고 있는 전교지방의 한국교회는 사목보다 전교에 종점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안 신부는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교구에 「전교국」이 없으며 오히려 「사목국」이 주무부서로 기능하고 있다면서 신자들의 미지근한 전교열은 이 같은 전교에 대한 교회의 잘못된 상황판단에 크게 기인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예비자인도, 영세는 본당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본당신부의 전교열성 정도와 그에 따른 본당의 전교분위기에 따라 전교 실적이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년에 40%까지 신자 수를 증가시키는 본당이 있는가하면 불과 2~3% 밖에 증가시키지 못하는 곳도 있는 등 본당신부와 신자들의 전교의욕과 방법 선택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81년 서울 압구정동본당(당시 주임 박신언 신부)은 한 해 6백 명을 영세시켜 전년대비 40%증가율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전교용 리플렛(팜플렛)을 각 가정마다 돌리는 등 효율적인 선교대책의 결과로 나타났는데, 실제 입교자중 70%가 리플렛을 보고 왔다는 것이다.
리플렛 활용은 84년 교황방한한 시를 전후로 각 교구에서 앞을 다투어 사용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일부 본당에서만 활용하고 있다. 리플렛 전교는 적은 노력으로 많은 결실을 얻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리플렛을 보고 찾아온 입교자들은 한결같이 『천주교신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어떤 절차를 통하지는 몰라서 망설였는데, 안내문에 예비신자교리반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보고 찾아왔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는 복음을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음에도 복음을 전하는 방법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서는 리플렛 외에 「예비자봉헌카드제」를 실시하는 본당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큰 성과를 얻고 있다. 예비자 봉헌카드제는 신자들에게 일교권면 할 대상자를 카드에 적게 하고 입교할 때까지 매일 기도하는한편 직접 인도케 하는 방법이다.
「봉헌카드」큰 성과
최근 4~5년간 중소도시본당으로는 보기 드물게 매년 6~8백의 새영세자를 배출해 주목을 끌고 있는 대구대교구 포항 죽도본당(주임ㆍ김무한 신부)도 이 제도를 십분 활용한 케이스. 김무한 신부는 『봉헌카드제로 효과를 본 것도 사실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신자들의 전교의욕을 강하게 부추겨 전교가 신자의무 중 제일 중요한 것임을 인식시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성분도병원장 하용달 신부도 『본당 사목시 전교의 달을 맞이하면 한달 내내 강론을 전교에 초점두어 신자들의 전교의식을 고양시켰다』며 『본당신부의 관심정도에 따라 성과가 결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입교시기를 1년에 2~3번으로 정하지 않고 연중 내내 구도자를 받아들이며 본당을 전교분위기로 휩싸이게 함으로써 큰 성과를 얻은 곳도 있다.
서울 절두산기념관장 김수창 신부는『 교회의 속성은 바로 전교 자체이므로 전교주일이나 전교의 달을 정하고 그때에 맞추어 전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항상 전교하는 본당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격월로 또는 3개월마다 교리반을 개설, 큰 성과를 얻었다 』고 말했다. 최근까지 김수창 신부가 사목하던 청담동본당은 작년 1천2백 명의 영세자를 배출했다.
결국 예비자인도에 있어 가당 중요한 점은 신자들의 전교의욕 고취와 이를 위한 본당신부의 노력, 그리고 훌륭하고 다양한 선교방법의 개발 등이다.
충실한 교육만 전제가 된다면 예비신자를 많이 모집하면 할수록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선교사명에 충실함은 물론 한국교회의 지상과제인 민족복음화를 하루라도 앞당기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예비자인도는 교회의 실존양식으로 일컬어지는「케리그마」(복음선포)의 구체적 실현단계라는 점에서 사목상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현재 각 교구는 일선본당에서 이루어지는 전교실적과 상황들을 분석, 연구하고 효과적인 전교대책을 수립하는 체계적인 연구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며 신학교에서도 한국상황에 맞는 전문적인 선교학을 연구하는 곳이 없는 실정이다. 2백주년 사목회의 의안도「선교연구소설치」를 주장한 바 있는 만큼 거교구적 또는 교구차원의 전문연구기관설치는 시급히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한편 교회일각에서는 「신앙의 내실화」란 측면에서 양적팽창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전교지방의 교회인 한국교회로서는「질적 내실화」못지않게「양적성장」도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이 양자는「두 마리의 토끼개념」으로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조화개념」으로써 동시에 추진돼야 하는 것이 특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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