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박, 한, 그중 어느것이 진짜 자기성인지 모른다는 영철이는 눈동자와 손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극히 정서가 불안한 아이였다. 버짐이 가득하고 윤기없는 얼굴은 영양부족상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 엄마는 내가 여섯살때 나를 외삼촌댁에 맡겨놓고 열다섯살 위인 중학교 교장선생님 한테로 가셨대요.
내가 엄마가 보고싶어 먼거리를 어렵게 고생하며 찾아가면 그 집 형이 둘있고 누나가 셋 있었는데 나를 때리고 구박했고, 또 그 교장선생님은 찬바람이 돌며 무서워 보였어요.두 집을 왔다 갔다 하다가 어느 한집도 내가 맘 붙일수 없고 나를 사랑해 주거나 알아 줄 사람은 하나도 없어 나는 늘 외로웠어요.
해가 지면 하늘만 바라보며 엄마잃은 강아지처럼 쪼그리고 앉아 울었습니다. 나중에야 알게된일이지만 그당시 엄마가 처녀로 그집에 시집간 것을 내 극성때문에 비밀이 탄로 났으니 엄마의 처지가 얼마나 난처 했을까? 내가 커서 늦게야 알게된 일입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때 외삼촌에게 야단 맞고 집을 나와 방황할때, 심야만화 가게에서 만난 세살아래인 수길이가 1천5백원짜리 국수 한그릇 사주면서 돈버는 기술을 가르쳐준것이 소매치기였습니다. 사람들이 날보고 큰 벌도 못되는 때벌이라고 해요. 한수와 셋이서 처음으로 일했을땐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고 무서워 떨렸는데 손쉽게 용돈이 벌어지는 바람에 어느새 담대해지기까지 했어요.
한수와 나는 바람잡이고 수길이는 기계였어요. 주로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복잡한 시장거리나, 버스터미널, 만원 버스나 전철안을 무대로 한동안 일이 바빴습니다. 여러탕을 하고나니 어느새 가방이나 핸드백속의 수표나 현금이 훤히 눈에 보이는것 같았어요. 꿈에도 가방속에 돈이 보일 지경으로 신이났습니다. 바람잡이란, 손님이 한눈을 팔도록시끄럽게 굴거나 수단방법을 쓰는 것이고 기계란 그 기회에 돈을 꺼내는 사람을 지칭합니다. 저는 주로 바람잡이 었어요.
어느날 시민의 고발로 우리의 뒤를 쫓던 경찰에게 잡혔습니다』
그는 천주교 집회에 열심히 나왔고 그해 성탄무렵 바오로라는 본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만기 출소후 다른 고아청년이 자취하는데 함께 기거하게 해주었다. 생강차 등 각종 차종류와 소모품 등을 몇몇 성당부인회모임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장사를 시켰더니 부인들이 아들처럼 생각하고 많이 팔아 주어 수입이 괜찮았다.
계산을 속이는 불미스런일도 생기고 하더니 그후 두번이나 다시 구속되었다. 그래도 관계를 맺은 결과 세번째 출소후엔 완전히 마음을 잡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잔심부름부터 시작하여 열심히 일하며 신용을 얻은결과 지금은 수준급디제이(DJ) 가 되었다.
바오로가 세차례나 구속되고 말썽을 부려 여러번 그 엄마에게 편지와 전보를 띄우기도 했지만 한번 면회도 오지 않고 묵묵부답이었다. 떨어져 살아 정이 없어 그런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바오로는 정년 퇴직한 아버지와 엄마에게 때마다 선물을 챙기는 효도하는 아들이 되었다. 지금은 키가 훤칠하게 크고 귀티나는 청년으로 성장했고 착실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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