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미사 참례로 하루를 여는 장수진(마리아ㆍ43세)씨의 마음은 바쁘다.
미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보통 7시5분, 8시20분까지 출근하려면 정신없이 바쁘지만 한번도 지각을 한 적이 없다.
서울 고덕동본당 부설 보나유치원에서 보모로 일하고 있는 장수진씨가 주로 하는 일은 유치원생들의 간식을 준비해서 나누어 주며 건강을 보살피는 일이다.
『마흔살에 이 일을 사직했어요. 처음에는 인간관계에서 약간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즐거워요. 일이 고달프지만 힘든 줄 모르겠어요』
3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장씨는 유치원 꼬마들에게는「마리아 아줌마」로 통한다.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한 후 성당에서 만나면 무척 반가워한다.
『저기 마리아 아줌마 있다』고 어린이들이 우르르 몰려오면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는 장씨는『천성적으로 발랄한 성격이 아이들과 잘 맞는 것 같다』고 웃는다.
『아이들과 노는 것이 재미있다』는 장씨에게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간식 메뉴를 짜는 일이다.
보통 1~2주에 해당되는 간식메뉴를 준비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잘 먹으면서도 영양가가 높은 것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빵을 이용해서 후렌치토스트, 사라다빵 등을 만들거나 떡볶이ㆍ 각종 튀김ㆍ돈까스ㆍ오뎅 등을 130인분을 만들어야 하며 그날의 메뉴에 맞춰 과일이나 음료수도 준비해야 한다.
『10시30분부터 간식시간이기 때문에 아침시간에는 정말 정신없어요.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흐뭇하고, 또 내일의 간식에 신경이 쓰이죠』.
장씨는 유치원생들이 귀가한 후에는 120여개의 식기와 컵을 닦느라고 또 바쁘다.
주방이 반짝거릴 정도로 말끔히 치운 후 다음날 간식준비를 위해 시장을 갔다오면 벌써 퇴근시간이다.
『원래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했지요. 경제적으로 힘이 들었을 때 요리파출을 나가기도 했어요. 어린 아들을 떼놓고 나갈 땐 정말 가슴 아팠어요.』
장씨는『그때 다섯살이던 아들이 이젠 어엿한 중학생이 되어 엄마의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대견스러워 한다.
보나유치원에 취직되기 전에는 반장ㆍ구역장ㆍ레지오 마리애 단장 등을 하면서 봉사활동에 바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도 구역장을 맡고 있는 장씨는『직장일 때문에 반장들에게 일일이 신경쓰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성당 활동과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어 다행스러워한다.
장씨는 반모임에 나가면 반원들에게『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릴 때、시장을 오갈 때, 시장을 오갈 때 아무 생각없이 다니지 말고 주모경을 바치라고 권한다』면서 자신도 유치원을 오가면서 매일 주모경을 25번씩 바친다고 한다.
『우리 집에는 찬밥이 없어요. 반찬투정은 물론 제밥 그릇에 담긴 밥은 다 먹어야 하니까요. 외아들이라고 해서 버릇이 나빠지면 안된다고 아이 아버지가 엄하게 다스려요.』
식구가 적어서인지 집안일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는 장씨는 남편이 청소ㆍ설거지 등을 도와주기 때문에 훨씬 편하다고.
장씨의 남편도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열심히 활동 중인데 이들은 특히 자녀의 신앙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있다. 성당 신축기금을 헌금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매월 15만원씩 적금을 들고 있다는 장씨는 잘사는 사람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고 한다.
『작은 것도 서로 나누면서 함께 할 때 그것이 사랑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장씨는『자신도 한때는 가난으로 인해 소외감도 느꼈지만 이제는 주님이 주신대로 만족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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