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교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라 청소년들의 방황, 가정 안에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여성의 역할, 노인문제 등이 갈수록 심각해져가고 있다. 따라서 본보는 5월 한 달간 「흔들리는 가정」과 그 안에서 더욱 심각한 「노인」 「청소년」 「여성」 문제를 심층 분석, 진단하고 사목적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註>
총론
『한 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온가족이 함께 가정식탁에 모여 기도하고 즐겁게 식사하며 자유로이 대화를 나누려고 하고 있어요』
중학교ㆍ고등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둔 회사원 ㅇ씨는 바쁜 직장일 때문에, 자녀들의 학교공부 때문에 자녀들과 마주대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적어 1주일에 한두 차례씩 꼭 온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화의 부족으로 가정부재 시대를 가져온 현대가정에서는 심신의 안락을 얻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부정행위나 과음ㆍ도박ㆍ가출 등을 유발,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또 우리의 전통적 가정에서는 부모에 효도하는 것이 우선적이었으며 자녀를 인간답게 교육하는 것이 그 목표였으나, 가정제도의 가치관 변질의 영향으로 많은 노인들이 안주할 가정을 잃었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가정 밖에서 방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명경시 풍조와 피임법 오용 및 유산을 조장하는 운동, 지나친 핵가족주의 등은 건전한 가정과 혼인을 병들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세태 속에서 신자가정 역시 가정 중심이 그리스도가 아닌, 물질위주로 또 자녀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출세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 등이 일반가정과 별로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에 천주교가 들어온 지 2백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크리스찬 가정으로서 성숙된 곳은 드문 것 같습니다. 가정의 영성이 부족하다고나 할까요』 한 본당의 사목자는 현대사회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신자 가정, 특히 신자 부모들에게 무엇보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가치관 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본당차원에서 나름대로 가정성화를 위해 매주 가정기도의 날, 매월 가족미사 봉헌의 날 등을 정하고 주일학교 여름캠프를 가족캠프로 변경, 온 가족이 함께하는 자리를 권장하고 있는 곳도 있다.
또 교회 내 가정사목 프로그램 중에는「MㆍE」「행복한 가정운동」 「혼인강좌」등이 있다. 그리고 성바오로교육관을 중심으로 한 「성가정피정」과 「성가정교회 만들기 피정」, 예수고난회의 「가족단위 피정」등이 있어 본당 사목자의 관심여하에 따라 신자 부부, 또는 신자 가정이 이를 잘 활용하면 본당 사목자의 일손도 덜어주고 가정성화에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8월 서울대교구 내에 가정사목 전담부서가 신설됨으로써 앞으로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가정사목 전담사제인 김창석 신부는 『때늦은 감이 있으나 가정사목부서가 생겨 무척 기쁘다』며 현대사회는 개인상담보다 가족상담ㆍ집단상담으로 가는 추세라면서 가정상담에 관심있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위한 교육을 금년 말부터 실시할 계획으로 현재 교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족상담 실시와 아울러 MㆍE , 행가운 보급에 힘쓸 계획이라고 김 신부는 말했다.
국민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두고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ㅈ씨는 『가능하면 일요일에는 온가족이 함께 주일미사에 참례한 후 유원지에 놀러가기보다 신학교나 수도원ㆍ성지 등을 방문하며 아이들에게 이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데 아이들도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춘기의 자녀들에게 성교육 역시 1차 교사가 부모들이지만 성에 대한 의식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부모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부모들을 위한 크리스찬 성관에 입관한 성교육지침이 마련돼 이를 연구ㆍ토의하는 부모모임이 아쉽고 또 중ㆍ고등부 주일학교에서도 크리스찬 성관에 입각한 성교육이 아쉽다고 한 부모는 토로했다.
이와 함께 자녀들에게 쏟는 정성의 반만이라도 노부모에게 효도한다면 노인문제의 심각성은 약간이나마 해소될 것이고 자녀들과 함께 외로운 노인시설을 방문하는 것은 자녀교육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한 본당 노인대학 관계자는 말했다.
5월 가정의 달만이라도 우선 몇몇 가족끼리의 가족단위 피정을 마련하고 지역별로 가정을 위한 세미나를 본당차원에서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 나오고 있다. 또 매 성탄ㆍ부활ㆍ사순절에 나오는 교회의 메시지들을 볼 때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점점 심각해지는 가정문제에 촛점을 둔 서한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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