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대목처럼 해석하고 알아듣는데 곤혹스러운 이야기는 복음서의 많은 이야기 중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야기 내용이 좀 우스꽝스럽기 때문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서주석가들도 오늘의 기적이야기는 해석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예수의 일행은 배를 타고 갈릴레아 지방에서 그 맞은 편 지방인 게라서(마르꼬)또는 가다라(마태오)지방으로 바다를 건너갔다. 그런데 거기에 마침 마귀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예수를 알아보고 달려와서 자기를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간청한다.
그 사람의 입을 통하여 마귀와 예수와의 대화가 전개된다. 자기 이름은「떼거리 마귀」라는 것이었다. 이 떼거리 마귀에 들린 사람은 무덤에서 살면서 온갖 미친짓거리를 다 부리며 주위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었다.
그를 붙들어두려고 쇠고랑을 채우고 쇠사슬로 매어두었지만 이것들을 끊고 부수어 버리는 괴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무덤과 산을 돌아다니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이렇듯 포악한 힘을 가진 자는 예수를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부르며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자기들을 아주 없애버리지 말고 돼지 떼 속으로라도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원하였다.「가라」는 명령을 받고 그들은 2천마리나 되는 돼지 떼 속으로 들어갔고 돼지 떼는 미쳐버려서 벼랑을 내달려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마귀 들렸던 사람은 풀려나 멀쩡하게 되었고 예수를 테카폴리스 지방 일대에 선전하였다.
마치 마귀할멈의 마법에 걸렸다가 귀공자의 사랑을 받고 풀려난 공주이야기 동화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자 이제 이 어려운 고리를 하나씩 풀어 보자. 이 이야기는 다음에 전개되는 하혈병자 부인의 치유와 야이로의 딸의 죽음에서의 소생과 함께 지금까지의 예수의 산상설교와 수상설교 등 하느님나라에 관하여 가르친 활동과 대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복음사가들은 유대아인들 땅에서의 구원사업을 마치신 예수께서 바다를 건너 이교도들의 땅으로 넘어가셔서 전교활동을 하시는 것을 대조적으로 비추어 주려고 편집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그러니 오늘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는 이야기로서 뜻을 찾기보다는 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대화나 사건 하나한에서 구세사적인 뜻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우선 『그들은 (예수의 일행) 호수 건너편 게라사 지방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도착한 곳이 마르꼬복음서는 게라사 지방이라 했고 마태오는 가다라 지방이라 했다. 이 두 지방명은 이 곳 외에는 다른 성서 어느 곳에도 나오지 않는 옛 도시 이름이기 때문에 토론하기가 어렵지만 유명한「주해자들을 위한 성서 사전」에 따르면 게라사는 당시 로마령 게라사와 별로 알려지지 않은 그리스어 표기의 게라사 두 곳이 있었다. 전자는 호숫가에서 약 48㎞나 떨어져 있는 큰 도시였고 후자는 호숫가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마르꼬가 말한 게라사는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가다라는 호수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며 당시 그리스문화권을 강조했던 10개돗 즉 데카폴리스중 하나이다. 마귀의 시달림에서 벗어난 사람이 데카폴리스 지방에 두루 예수의 이야기를 퍼뜨렸다는 이야기의 결론으로 보아 가다라로 기록한 마태오가 정확한 것 같고 마르꼬의 게라사는 가다라 지방의 게라사라는 동네일 수도 있다.
이 두 지방명은 복음서의 형성과정에서 또는 복음서의 전달과정에서 필경사에 의하여 혼돈되어 전달되었다는 것이 성서학자들의 의견이고 후대 사본에는 게르게사로 되어 있기도 하다. 이 마지막 이름은 초대 교부시대의 오리게네스의 박학한 추측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마르꼬복음서에는 마귀 들린 사람이 하나이고 마태오는 둘이라고 했는데 이 차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사로잡은 마귀들의 수이다. 그 사람 안에서 발휘하는 괴력, 2천마리 돼지에게 들어가는 수, 이런 것은 마귀의 세력이 이교도들 세계에서 기승을 부렸다는 것을 뜻하고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이세력을 평정시켰다. 바람과 바다를 평정시킨 후의 일로서 이교도세상 전교의 준비 작업이다.
우스꽝스러운 돼지 떼 이야기는 이교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사야서 65장 1~7 절을 배경에 깔고 있다는 것을 알면 우습지 않게 된다. 말하기를 『무덤 속에 들어가 살며 굴속에서 밤을 지내는 것들, 돼지고기를 먹고 부정한 음식을 그릇에 담는 것들, 나는 그들의 청을 들어주었고…그들을 만나 주었다…배신하는 백성을 온종일 나는 두 팔 벌려 기다렸다』라고 하였다. 구약율법에는 돼지고기를 금기로 하였고, 율법서를 해석한 미드라쉬라는 민중교육서에는 돼지 기르는 것까지 금지되어 있다.
돼지를 방목한 가다라 지방은 이교도 지방일을 부각시키고 있다. 악령들은 자기네 거처인 무덤에서 쫓겨나면 돼지들이 적격한 거처가 될 것이니 거기로 가게 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를 허락하셨고 악령들은 저들의 본고장인 나락으로 떨어져갔다. 반면 나음을 받은 사람은 예수를 따르겠다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하고 예수를 거절하는 온 지방에 두루 예수를 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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