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9월이면 한국진출 회갑을 맞는 부산의 올리베따노 성베넥딕또 수녀회.
수도회 역사가 그리 깊지않은 한국교회에서 60년이란 세월은 어찌보면 장구하기까지 하다. 물론 서구 수도회에 비하면 역사와 전통에 있어 하잘 것 없지만 그럼에도 이회는 한가지 점에서 이정표를 세웠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것은 60년이란 짧은 기간안에 적어도 올리베따노회안에서는 회원수가 가장 많은 수녀원이 됐다는것.
이는 전세계에서 한국만큼 사제와 수도성소가 많은 나라가 없는 현실과 무관치 않은 것이지만 어쨌든 본원을 비롯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서구의 유명한 이 회 수녀원들을 다 제치고 회원수 최다 수녀원이 됐다는 것은 한국교회로서는 자랑이 아닐 수 없으며 이는 또한 한국교회의 소명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하느님의 섭리의 하나랄 수 밖에.
올리베따노회가 우리나라에 들온 것은 1931년이었다. 스위스 캄에 있는 본원으로 부터 6명의 수녀가 연길교구에 첫 발을 디딘 것이다.
해방후 중국이 공산치하에 들어감에 따라 외국인 수녀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한국인 수녀들도 청주ㆍ안동 등으로 내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다시 6ㆍ25전쟁으로 부산까지 내려와 부산 초량동 성분도병원을 개설하고 그곳에서 삶의 터전을 가꾸기 시작했다.
현재의 광안리 본원에는 1965년 이사했다. 지원자수가 늘고 규모가 커지자 이 수녀회는 1972년 자립수녀회로서의 독립을 전제로 한 대리구로 승격됐고, 마침내 1981년 교황청 수도자성성으로부터 독립을 인가받았다.
이로써 한국 올리베따노 수녀회는 베네딕또 성인의 뜻을 이어 받는데 있어서는 같지만 형식적으로는 모원인 캄수녀원과 대등한 입장이다.
현재 총회원수는 3백61명으로 이 가운데 종신서원수녀가 1백95명, 유기서원 수녀가 87명이며 수련수녀 43명, 청원자와 지원자가 각각 15명, 21명이다.
이들은 부산 대구 마산 대전 교구청을 비롯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및 전국12개 교구소속 36개 본당에서 사목활동을 펴고 있으며, 또한 각종 사회복지시설과 의료기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어느 수녀회가 다른 수녀회와 구분될 수 있는 것은 바로 고유한 영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리베따노의 영성을 한마디로 표현하면「기도하고 일하라」이다. 이를 좀더 세부적 으로 살피면 끊임없는 회개 겸손 찬미 봉사 공동생활로 특징지워질 수 있다.
회개는 세례로서 새롭게 태어난 그리스도인이 독신과 가난의 수도생활을 위해 거듭 깨어있기 위해 필요한 것이고、겸손은 그리스도를 따르는데 보다 철저하기 위한 것이며 찬미는 수도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서 올리베따노는 이를 위해 성체 조배와 영적독서에 많은 비중을 둔다.
특히 영적독서는 베네딕또회의 특징적인 묵상방법인데 이는 성서를 명상적으로 읽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봉사는 예수께서 행하신 것처럼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바치는 덕목이다.
올리베따노의 활동은 관상수도회 답지않게(?) 참으로 다양하다. 전국기구교구청 본당 사회복지기관 등. 그중에서도 가난한 이를 위한 배려는 참으로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부산 성분도 봉사의 집ㆍ빛둘레의 집ㆍ어버이의 집ㆍ하나의 집ㆍ경기도 장애자 직업재활원 등지에서 이들은 버림받고 육체적 고통에 신음하는 가난한 이를 위해 우선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사실 한국교회내 수도회간 영성과 활동에 있어 별로 구별이 되지않는다는 지적이 없지는 않다. 이같은 현상은 기도와 활동이라는 두가지 축으로 이루어지는 수도회의 속성에서 기인하는 것도 있지만 선교지방의 한국교회의 특성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사제와 전문인력이 태부족한 교회에서는 수도자만큼 다양하고 효율적으로 선교활동에 임할 수 있는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올리베따노는 들어가기가 까다롭다고 지원자들사이에 소문이 나 있다. 그것은 하느님 뜻에 철저히 순종할 수 있는 사람만 선별해서 뽑기 때문이다. 수도생활자체를 즐거이 받아들이고 그 밖에 주어진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올리베따노는 매우 권위적이고 딱딱한 곳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상이 손수 부엌 당번을 맡고 시인 이해인 수녀가 이회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부적으로 매우 부드럽고 진보적인 곳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내년 60주를 맞아 이 수녀회는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자세 가다듬기에 한창이다. 베네딕또 성인의 영성과 규칙 및 기도생활 등을 중심으로 내부 쇄신과 영성강화를 목적으로 심포지엄을 정례적으로 개최하는가 하면 관상적 분위기의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성체조배에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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