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한 사례 : 자살방지
이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특별한 평가 기술이 필요하다. 먼저 자의식(自意識)의 문제부터 생각해 보자.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어떤 때에는 삶에 매력을 느낄 때도 있고, 어떤 때에는 죽음에 매력을 느낄 때도 있다. 삶에 희망도 없고 고통뿐이라고 느껴지면 사람이 불안해진다. 이런 때 그의 징후를 잘 살펴보아야한다. 자살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는 자살을 하지 않고, 자살하려다가 미수로 그치는 사람은 자살을 끝까지 해내지 않는다는 설이 있다. 여러 심리학자들이 조사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변수가 나타났다.
○나이와 성별: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이 자살하고, 50세 이상의 계층이 가장 많이 자살한다.
○징후:우울하고, 희망을 잃고, 극도로 피로하고, 알콜 중독인 사람이 자살을 더 많이 한다. 이런 징후가 심할 때에는 자살을 하지 않고, 오히려 회복기에 자살을 더하는 경향이 있다.
○스트레스:스트레스가 클수록 자살을 더 많이 한다.
○급성환자와 만성환자:징후가 만성적일 때 자살을 더 많이 한다.
○자살 계획:자살 계획이 조직적이고, 상세하고, 치명적일수록 자살율이 더 높다.
○의지:가족ㆍ친구ㆍ사목자ㆍ직장 등 의지할 데가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 보다 자살 활률이 더 높다.
○전과:전에 자살을 시도해 본 일이 있는 사람이 또 그렇게 할 확률이 더 높다.
○의학적 상태:만성적 중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자살할 확률이 더 높다.
○발산의 배출구:죄책감 좌절감 수치심 비관 등의 느낌을 발산할 곳이 있는 사람이 자살할 확률이 더 낮다.
○웃어른의 반응:웃어른의 비난이나 배척을 받는 사람의 자살 확률이 더 높다.
지금 열거한 통계는 자살의 방지를 위하여 매우 도움이 되는 정보이다. 자살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상담할 때 주의해야 할 일이 두가지인데, 과잉반응과 반응부족이다. 너무 조용해도 안된다. 오래 옆에 같이있어 주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고 또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을 동원해서 같이 있게 해주는 것도 치유에 도움이 된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을 다루는 기초적인 목표는 죽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없애주는 일이다. 어떤 때 남의 관심을 끌고 웃사람을 괴롭히기 위하여 자살하는 체하는 사람이 간혹 있는데, 이런 사람은 나중에 상담때 잘 다루어야 한다. 자살을 안하기로 다짐을 받는 일은 시간을 버는데 좋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죽으면 슬퍼하는 가족을 위로하는 것이 시급해진다.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은 지체없이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 그가 희망을 되찾지 못하면 결국 자살하고 마는데, 문제는 살아남은 가족의 죄책감 분노 슬픔 등의 느낌을 잘 가다듬어 주는 일이다.
사실 자살하는 사람은 모종의 정신병 때문에 죽는 것이므로 본인이 당하는 고통은 대단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살아남은 가족의 슬픔과 고통이 훨씬 더 심각하고 괴로운 것이다. 자살하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사람을 정신적으로 치유해서 자살을 못하게 하는 일은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목자가 위로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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