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개입과 사목
만일 위기 개입의 봉사가 사목적이라면, 인간의 고통의 신비를 다루게되고, 인간의 고통을 가볍게해 주도록 노력하게 된다.
인간이 위기를 당하는데 대한 신학적 문제점은 하느님이 그 위기에 섭리적으로 참여하신다는 것이다. 믿음이 좋았던 시대에는 사람들이 고통은 하느님이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믿음 자체가 위기를 맞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고통 안에 하느님이 역사하신다는 개념이 흐려졌다. 남을 도와야 할 사람들 자신이 의심과 신앙 부족에 허덕이게 되었다.
위기 개입을 심리학적으로만 다루는 사람들은 믿음의 문제에 별 관심이 없을지 모르지만, 사목상담자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오늘날의 사회는 공업기술과 광고기술이 발달한 나머지 희망이 많아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행복과 부를 약속해 주는 공업기술은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줄 때가 많다. 지구촌에서 이루어지는 생산활동과 부의 분배는 세계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굶주림과 군비경쟁 그리고 석유 문제는 세계적인 문제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르는 각양 가색의 공해와 생태의 문제는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대는 한이 없다. 이 기대가 스트레스의 원인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스트레스가 기대와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어긋남의 척도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른바 발달의 위기와 상항의 위기는그 자체로서 고통스런 것이지만, 오늘날에는 한없는 기대에 실존적으로 어긋난다는 추가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런 위기에 처하면 사람이 삶의 뜻을 잃게 된다.
인간은 위기에 처해서 하느님의 섭리의 손을 보아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묘안이 없다. 사목자가 각각 해답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먼저 사목자는 위기 개입에 있어서 자기의 역할이 다른 분야의 상담자들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보아서 사목자는 신경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나 또는 사회사업가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자주 또 더 직접적 으로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목자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집이나 병원이나 그밖의 어느 곳에나 때를 가리지 않고 약속없이 가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사목자는 정신병의 예방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위기 때에는 사목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이 사회의 통념이다. 가령, 사람들이 상을 당하면 교회의 사목자가 자진해 가서 위로해 주고 기도해 주게 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사목자는 신자들과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위기에 처한 신자들의 괴로움을 더 잘 이해하고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
사목자가 하는 일은 상징적인 가치를 지닌다. 사목자 자신이 신앙의 문제가 있다하더 라도、 그가 하는 일은 의례 인간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존재와 섭리를 대표한다. 그렇지만 너무 지나치게 하느님의 이야기를 많이하면 위기 개입의 인간적인 노력이 위축될 수 있고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교회 안에서 사목자가 해야 할 일은 위기를 당하는 신자들을 위해서 위로해 주고 봉사할 사람들을 골라서 교육을 시키는 일이다. 위기 개입은 마술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사람들을 도와주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은 책을 읽음으로써 배워지는 것이 아니고, 실지로 해봄으로써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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