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있어서 생명과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는 사회 전반에 깊이 투영되어 있다. 첨단 의학 기술의 발달은 과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새로운 인간생명의 윤리 문제를 파생시켰고 이 모든 생명 경시현상은 1950년대 이후 합법화하기 시작한 인공유산의 허용이 하나의 기폭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금년은 인간생명 전수에 관한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에 따라 자연법적 가족계획 보급의 선봉장 역할을 해온 행복한 가정운동 설립 1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본보는 인간 생명 수호를 위한 교회의 가르침은 무엇이며 행가운을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 교회의 생명운동의 현주소ㆍ낙태를 비롯 인공피임ㆍ태아 성감별ㆍ시험관 아기 등 인간 존엄성에 도전하는 각종 행위와 그에 따른 대책을 진단해 본다.「평화」시리즈 첫번째 순서로 기획ㆍ보도되는 생명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ㆍ낙태 등 인간 경시풍조의 현장은 신자 개개인이 살아가면서 신앙인으로서 뚜렷한 중심이 없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그리스도적인 생활로 빠져드는 것을 경고한다.
인간 생명은 인간의 정신적및 육체적 생명을 일컫는 것이며 생명을 옹호한다는 것은 바로 살아있는 인간의 모든 존재를 존중하고 보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을 죽인다는 것은 곧 평화를 죽이는 것이다. 교회는 더이상 인간 생명을 근원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를 묵과해서는 안된다. 생명수호를 위한 교회의 강력한 힘의 발동과 신자들의 참여를 평화기획으로 촉구해 본다.
<편집자註>
생명은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가운데 제일가는 것이요 가장 보배로운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보존키 위해 온갖 삶의 양식을 취하며, 이 생명을 더욱 윤택하게 하려고 저마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보존키 위해 다른 생명을 해치고, 생명에 해악을 주는 온갖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모순을 쉽게 범하기도 한다.
다시말해서 사람이 인간생명을 어떻게 알아듣느냐에 따라서 삶의 성격도 규정된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적 생명관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알아야 생명을 둘러싸고 있을 여러가지 문제들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생명관
인간의 생명을 출생과 사망까지로 좁혀 생각할때 교회에서는『삶과 죽음은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주신 과제이며, 참 삶을 발견하고 자기를 완성시킬 가능성이자 기회』라며『인간생명의 원초적인 주도권은 하느님께 귀속되어 있음』을 가르쳐 왔다.
교회는 이같은 가르침에서 인간생명문제와 연결, 몇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첫째, 인간은 하느님이 자기에게 준 생명을 유지할 중대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태어남과 죽음으로 제약된 자기의 현실생명을 자유로이 꾸며 나아갈 수 있으며 또 꾸며야 할 중대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즉 인간은 수태의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을 닮고 또 닮는 삶이어야 한다.
둘째, 인간은 자기 생명의 시작을 스스로 결정하지 않았듯이 죽음도 임의로 단축시킬 수 없고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의 뜻에 순응해야 한다.
세째, 그리스도인은 삶과 죽음을 하느님의 뜻에 맡기며, 죽음에 대한 공포와 초조함도 극복해야하고 삶에 대한 애착에서도 초연해야 한다.
교회의 이같은 원칙적인 가르침은 그리스도교의 인간생명에 관한 제반 사항을 규정, 육신생명을 보호할 의무와 거스르는 행위들을 설명하는데 있어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인간 생명과 관련, 우리 주변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문제는 쉽게는 육체건강과 의ㆍ식ㆍ주와 관련된 것에서부터 사회ㆍ경제ㆍ정치ㆍ문화 등에 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특히 신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육체의 건강과 관련」된 생명문제와 낙태ㆍ시험관아기ㆍ자살ㆍ안락사 등의 문제, 그리고 생명문제의 적극적이고 광의의 의미로 나타나는 기아ㆍ전쟁ㆍ환경공해ㆍ반생명적인 사회제도 등을 꼽을 수 있다.
육체생명 및 건강
교회는『모든 신자는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육신생명을 잘 키우고 보호할 의무를 가지며, 이유없이 육체적 기능이나 발육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합당한 일이 아닐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라며『모든 신자는 육신 건강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건전한 인격형성을 뒷받침해야 할 중대한 의무가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따라서 의ㆍ식ㆍ주도 이에 맞게 취하여야지 과하게된면 이 가르침에 어긋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음주하는 자체는 괜찮으나 절제력을 잃어 대취하게되면 건강을 해치고 인간의 품위 등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체의 건강을 보존하는 것과 관련, 교회는 또 『그리스도인은 직ㆍ간접으로 몸의 건강을 상해하는 일을 해서는 안되며, 육체의 기능을 장애하거나 제거시키는 일을 하여서도 안되고、지체를 상해하거나 절단해도 안된다』며『단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면 예를들어 생명이나 혹은 더 중요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불가한 경우에 한해 지체를 절단할 수 있는 것과 같은「전체성의 원리」가 적용되는 경우 뿐』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현대에와서 육신을 보호하고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치료방법으로「수술」이 무척 발달하면서, 특히 수술에 있어 세포나 지체의 이식기술이 발달하면서 윤리적인 몇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식 수술중에서도「동질세포 이식수술」은 한인체의 지체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시키는 것을 뜻하는데, 여기서의 문제점은 한 인체의 지체나 몸의 부분을 절단한다는 점과 한 인간의 지체나 몸의 부분이 타인의 체내에서 생장하거나 그 기능을 계속한다는 점이다.
교회의 윤리학자들은 이 문제를 두가지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첫째, 타인의 지체나 한 부분을 이식하거나 전수하는 경우라도 그것이「피」나 「피부」등과 같이 쉽게 회복될 수 있는 것이거나 죽은 사람의 세포나 지체로 그 주검에 대한 불경이나 스캔달이 없으면 큰 문제는 아니다.
둘째, 한번 절단하면 회복이나 재생이 불가능한 부분으로서 수여자 자신도 불구가 되는 경우거나, 생명에 유해한 경우에는 문제이나 학자들의 의견이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다만 학자들 간에는 이식수술 및 장기제공이 어떤 의무감이나 강압으로 이루어 질 수도 없으며 금전으로 매매되거나 물품으로 교환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공통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
인공수정은 자녀가 없는 부부중 한편이 생식 기능의 결함이있어 임신이 불가능할때 하는것으로서 남편의 정자를 부인에게 수정하는 배우자간 인공수정과 남의 정자를 받거나 대리모를 두는 비배우자간 인공수정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50년대부터 실시되었으며 지금까지 약1만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체외수정 또는 시험관수정은 남편의 정자수가 적거나 부인의 생식능력 결함 때문에 임신이 불가능할 때 사용되는데 국내에서도 85년에 처음 이 방법으로 어린이가 태어난 바 있다.
이같은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으로 인한 수태와 분만으로 인해 사회적ㆍ윤리적ㆍ법적인 문제가 계속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자은행」이 생겨나는가 하면,「대리모」가 성행하고, 남는 수정란을 통한 유전자 조작 등 온갖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교회에서는 이같은 수정방식을 통한 수태나 분만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며 생식 능력에 지장이 있을 때는 자녀 입양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관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자녀는 단지 부모의 세포결합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결혼한 부부의 참사랑과 영혼의 화합이 함께 이루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창조되기 때문에 단지 세포수의 유전자 결합 같은 기술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자살(自殺)
교회는 자살이 부당한 행동인 것을 말하고 자살이나 자살을 기도한 자에게 대하여 혹은 자살을 권고했거나 종용한 사람에 대하여 혹은 자살을 권고했거나 종용한 사람에 대하여 성직자가 될자격 박탈, 장례미사와 주기미사 등을 공식적으로 거행할 수 없다는 등등의 법칙을 가하며 금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어떤 목적을 위해 분신자살ㆍ투신자살이 많이 나타나면서「자살」에 대한 윤리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관련 교회 윤리신학자들은 『자살이 죄가 되느냐 안되느냐를 말하기전에 자살을 어떻게 알아듣는지 그 범주를 규정하고 난 후에야 그 윤리성을 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윤리신학자들은『죄가 되는 자살행위란 개인적으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자기생명을 완전한 자유로 끊는 것을 말한다』며 현대에 와서 쉽게 자살로 규정하기 어려운 죽음들, 즉 여러사람의 생명이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생명을 끊는일, 독재자에 항거하여 죽음을 알면서도 맨주먹으로 무력앞에 인간의 자유를 시위하는일 등은 아예 자살의 법주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안락사(安樂死)
안락사라는 것은 가족과 사회에 너무 무거운 짐을 지을수도 있는 정신질환 및 불치 병에 걸린 비정상아를 여러해동안 계속되는 비참한 생명의 연장에서 구제하기 위한 「안락살해」를 의미한다.
안락사에는「이상적 안락사」와「용서받지 못할 안락사」로 구분되는데 후자는 물리 적ㆍ화학적 방법으로 죽음을 직접 초래케하는「적극적 안락사」와 의료행위를 하지 않아 죽게하는「소극적 안락사」가 있다.
이 「소극적 안락사」에는 일종의 존엄사가 있는데, 이를테면 의식불명 상태에서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식물인간」을 존엄하게 죽게하기 위해 인공 호흡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예외적인 방법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방법을 정당하게 중단할 수 있다』 입장을 취하면서『정당하기 위해 세가지 조건을 채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건강을 회복할 가망이 전혀 없어야 한다. 둘째, 그 치료가 가족의 가산을 전부 탕진케 한다든지 등으로 환자와 가족에게 크나큰 고통을 주지 말아야 한다. 세째, 환자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또한 교회에서는 이것의 사용을 절대적으로 조심해 사용할 것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지 난 80년 5월 5일 신앙교리성을 통해 어떤 경우에 처한 인간이든『인간의 살해를 용납 할 수 없으며, 어떠한 권위라도 이런한 행위를 합법적으로 권고하거나 용인할 수 없다』고 안락사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생명문제와 관련된 것은 이같은 단편적인 문제 외에도 평화와 관련된 문제, 즉 적극적이고 광의의 의미로 나타나는 기아ㆍ전쟁ㆍ환경공해ㆍ생명을 죽이는 사회제도 등과 같은 문제가 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77년 제10회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평화를 원한다면 생명을 옹호하라』는 요지의 메시지를 발표,『평화는 생명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로, 생명은 평화에 대하여 그 내용과「주제들을 제공해 줄 뿐아니라 생명은 평화와 동일한 적을 가지고 있다』며 평화와 생명보호의 깊은 연관성을 강조한 바 있다.
오늘날 세계는 어느것 하나가 평화를 저해한다거나 생명을 위협한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다방면에서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굳이 이러한 여러 문제들중에서 심각한 것을 꼽는다면 직접적인 살인이 되는「낙태」 와 인간의 모든 영역을 종합적으로 파괴하는「전쟁」, 인간 이기심이 극도로 나타나 고 있는「기아」, 미래 인간의 삶을 축소시킬 수 있는「환경문제」등일 것이다.
교회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말하면서 이를 극복하기위한 노력을 촉구해 왔다.
특히 제2차 바티깐 공의회 문헌들 다수와 그후에 나오는 교황 회칙들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이를 증진시킬 수 있는 여러 원칙들을 제시해 왔다.
이 가운데에서도 교회는 낙태에 대해 강한 불법성을 천명해왔고 교황 바오로 6세는 68년 산아조절에 관한 회칙(Humanae Vitae)을 발표하고, 한국주교단에서도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등 낙태를 근절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교회에서는 항상 끊임없이 신자들에게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임을 자각함과 동시에『자신의 안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해서 반평화적이고 반생명적인 형상들을 묵과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그리스도교의 생명관에 맞게 사고하고, 주변에서 잘못된 것들을 극복해 나가길』요청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