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나라가 있고, 백성이 있고 자기가 있는것 아닙니까? 우리나라 이거큰일 났습니다. 어쩔려고 들 점점 그러는건지 사회정화운동은 종교인들이 해야합니다. 글쎄 혼수감으로 의사사위에게 벤츠를 사주었다지 뭡니까? 학생들이 화염병을 그런 차에다 던져야 합니다』어느 직원의 말씀이다.
국민수준과 사회분위기에 어울리는 혼수감이면 누가뭐랄까? 사주는 사람이나 받는 측 양쪽 모두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만날 형제는 고아로서 엄마의 얼굴도 모른채 고아원에서 컸다. 국민학교 5학년때 가출하여 산전수전 다 겪은 기림이는 무척 소박하고 사람됨됨이와 바탕이 진솔하고 영리해 보이는 청년이다.
『저는 길거리에서 만난 수진이와 동거하던 중 소매치기로 들어왔어요』한다. 수정을 찬 위에다 또 혁수정을 차고 나온 기림이는 목과 양쪽 손목에 아직 덜아문 흉터가 남아 있었다.
『수진이는 어렵게 만난 아이에요. 엄마겸 동생겸 모든것을 다 바쳐서 사랑했는데…난 수진이 없이는 못살것 같애요』하며 울먹였다.
잠시 침묵이 흐른뒤 『그애 부모님께 인사도 드렸고 우린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였어요. 그러던 수진이에게 일이 생겼다고 집주인 아줌마한테서 편지가 왔어요. 믿어지진 않지만 앞이 캄캄하고 도저히 살아갈 힘이 없어 죽어 버릴려고 했던거예요』했다.
우선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깊은 기도로써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내 생명의 주인은 절대자이신 창조주 하느님이시고, 자살행위는 하느님의 권리를 침해하는 용서받을수 없는 큰 죄악이다. 가장 어리석은 무지의 소산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고 우리는 죽음을 넘어서 영원한 새생명, 하느님의 참 생명에 참여하는것』등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너의 앞길을 지켜봐 줄터이니 어려움이 있을땐 항상 말하고 잘 살아보아라. 혼자만의 비밀을 갖고 있는 사람은 구제불능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오면 이름 석자를 남긴다는데… 기림이는 외모도 훌륭하고 건강하고 마음도 착한데 전과가 자꾸 많아지면….
너의 2세를 생각해보렴. 우리 아빠가 과거 전과 얼마였다. 그것 되겠니? 깊이 생각해서 남자의 자존심을 갖고 너 자신을 사랑하고 또 네 이웃을 사량해야지, 그것이 삶의 가치관ㆍ생의 보람아니겠어?
가장 높이 날으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말있지? 젊은이가 이상을 높게, 앞을 내다보며 살아야지, 다소곳이 듣고있던 기림이는 조용히 머리를 들고 바라보며 감사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하며 얼굴이 밝아 져서 들어갔다.
순정을 다 쏟아 바치던 애인의 배신으로 인해 실망하여 자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이 아이에게 만나서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하나 당분간 공백기를 두고 생각할 여유를 주면서 그대신 바른 판단을 할수있게 기도로 도와주는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되어 몇주간 사이를 두었다가 다시 만났다. 의외로 많이 기다렸다고 한다.
악몽에서 깨어난듯, 이제는 반대로 내 건강을 걱정해주는 여유를 보여 마음이 가볍고 기뻤다. 『수녀님 막판으로 살땐 안잡히더니 이번처럼 마지막으로 손씻겠다고 결심할땐 꼭 잡히거든요. 이번으로 종지부를 찍고 잘 살아서 수녀님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는 결심까지 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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