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람에게든지「어머니」란 단어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어머니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전 본명축일을 맞아 어느 수녀님께서 책을 선물로 보내주셨다. 무심곁에 펼쳐본 제목이 바로 이 책이었고 책을 잡자마자 도저히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았다.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몇시간 안에 정신없이 읽다보니 마지막 페이지였다. 책을 놓는 순간 그제야 본 정신으로 되돌아 온듯 했다. 책에서 읽혀지는 어머니는 작가 최인호씨의 어머니이지만 또한 나의 어머니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이다.
이 글을 저자 본인은 자전소설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수필 형태를 띄고 있다고 보여진다. 서장(序章)으로 시작해서 어머니의 삶의 향내를 있었던 그대로 그려내기 위해 무던히 애쓴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꾸미면서 서장에서 밝히고 있듯이, 어머니에 관한 추억이 괜한 사적인 감정이나 회고답이 되지나 안을까, 나아가 과장된 감정이나 자애심으로 말미암아 어머니를 미화 시키려는 우(遇)를 범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일이 일어나는 것을 가능한한 방지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평일미사에 참여하는 모습도 얘기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통해 작가가 이 책에 쏟아붓는 애정의 일면을 읽을 수 있다.
감동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감동이 있기까지는 그 사람의 삶의 향기와 진실이 배어져 있어야한다.
가을이다. 낙엽을 보며 세월의 흐름에 묻어있는 하느님의 섭리를 더욱 깊이 느낄수 있는 이 계절에 참으로 마음을 열고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함께 그 감동을 나누고 싶은 책이다.
공교롭게도 얼마전 나는 어머님의 병고소식을 들었다. 현재도 투병중에 계신다. 언제나 내곁에 건강한 모습으로 계실 것 같던 어머니니가 어느날 갑자기 쓰러지셔서 말문을 닫고 몸을 제대로 가누시지를 못하신다. 건강하실때 좀더 극진히 모시지 못한 후회스러움을 마음에 묻어두고 지내는 요즘의 나날이다. 그때문에 최인호씨의 이 책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 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제일 마지막 제목으로 삼고 있는 「어머니는 죽지 않는 다」라는 내용을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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