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시험관아기」에 관한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얼마전 MBC TV 9시 뉴스는 부산의 모대학병원이 「시험관아기」의 탄생에 좋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불임부부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장할만한 시술이라고 보고한바 있다.
우리 교회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표명을 하지 않는듯이 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시험관 아기」가 윤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줄로 오해하고 있는 것같다. 「시험관 아기」는 과연 어떤 시술이며, 윤리적 법적 사회적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인가?
우리 교회는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해 아기를 갖지 못하는 부부들에게 깊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고있으며 불임의 원인을 제거해줌으로써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모든 과학자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부부에게 자녀출산이 제아무리 높은 가치라 하더라도 윤리적으로 불가한 방법을 써서 자녀출산에 이른다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키지 못한다는 윤리원칙이 있는만큼, 그러한 방법들을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녀가 없는 불임부부들에게 자녀를 가질 수있도록 치료해주는 의술로서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인공수정(人工受精)과 시험관아기(체외수정 : 體外受精이 더 정확한 전문적 표현이다)가 있다.
인공수정은 남편이나 아내의 생식기능의 결함 때문에 정상적인 부부행위로 임신이 되지 않을때, 남자의 정자(精子)를 주사기를 사용하여 여자의 체내에 주임함으로써 임신을 가능케하는 치료술인데 두가지의 형태가 있다. 하나는 남편의 정자를 부인에게 수정하는 「배우자간(配偶者間) 인공수정」 (교회의 초기 공식문헌은 이 방법을 단죄하고 있는 듯이 보이나 최근 여러 나라의 주교회의나 신학자들은 이 방법은 윤리적으로 허용될수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이 있고, 다른 하나는 남편에게 생식능력이 없기때문에 (예 : 무정자증 無精子症) 다른 남자의 정자를 주입하는 「비배우자간 인공 수정」(이렇게 태어난 아기에게는 「유전학적인 의미에서의 아버지」와 「법적인 의미에서의 아버지」라는 두 아버지가 있게 되므로 이 방법은 윤리적으로 절대불가하다)이 있다.
「시험관 아기」는 남편의 생식능력은 정상인데 부인에게 결함이 있어서 임신이 안될때 시술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선 남편의 정자와 부인의 성숙한 난자를 채취하여 체외(실험실의 유리접시)에서 수정시킨 다음 이 수정란을 시험관에 보관한후 자궁에 넣어 착상시키는 것이다. 이때 보통 여러개의 수정란을 동시에 주입하여 착상시키고자 하는데, 착상 성공률이 겨우 2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방법으로 태어난 세계최초의 「시험관 아기」는 1978년 7월 25일 영국에서 태어난 「루이스 브라운」양이며, 현재까지 여러 나라에서 수천명의 「시험관 아기」들이 태어났으며 우리나라에서도 1985년에 처음으로 성공한 이래, 많은 병원에서 수백명의 「시험관 아기」들이 태어났으며 앞으로는 더 많이 태어나게 될 것이다.
우리 교회는 체외에서 수정된 수정란을 하나의 인간생명으로 보기 때문에 (사목헌장 51항 참조) 수정란 한개를 착상시키기 위해 여러개의 수정란을 만들고 이를 자궁벽에 투입하는 것은(25%의 착상성공률이기에)여러개의 수정란 생명을 죽이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많이 만들어낸 잉여 수정란을 단순히 의학지식을 얻기 위해 배양, 관찰, 내동보존, 다른 동물세포에로의 이식, 유전자 조작 등등의 실험용으로 쓰여지고 버려지고 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수정란은행이 생겨나서 수정란들이 상품화되고, 한쌍의 부부가 수백의 수정란을 제공함으로써 이 「시험관 아기들」이 서로 결혼이라도 하게 되는 날엔 근친상간의 관계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경우가 생겨날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있다.
산고(産苦)를 겪지 않으려고, 임신으로 인한 사회경제활동을 중지하고 싶지 않아서 등등의 갖가지 이유로 수정란을 다른 여인의 자궁안에 착상시켜서 출산케 하는 이른바 대리모(代理母)도 성행하고 있으며 이제는 상업적인 고용대리모까지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요얼마전 미국의 어떤 부인은 자기 딸과 사위 사이의 수정란을 받아 기꺼이 대리모까지 되어주었다고 보도되었다. 그렇다면 태어날 그 아기가 그녀의 자식이 되는건지, 손자(손녀)가 되는건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들은 하느님으로 부터 창조된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가지고 노는」짓이며 인간생명을 인공적으로 조작해내려는것은 인간생명의 신성성과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이며 하느님의 창조영역에 도전하는 짓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험관에서 이루어지는 수정란은 하나의 존엄한 인간생명체로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보호받아야 할대상이지 결코 의학적 연구실험대상이 아니다. 모든 치료는 인간생명의 보존과 연장을 위한것이지 인간생명을 파괴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짓밟는 기술이 되어서는 안된다. 단지 먼훗날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오늘의 수없이 많은 인간생명이 희생되어도 괜찮다는 사고방식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수 없는 것이다. 모든 의료행위의 가장 첫째가는 기본원칙및 윤리적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 아닌가.
시험관아기는 아기 갖기를 원하는 극소수의 불임부부들에게 임신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크게 공헌하고 있음이 사실이지만, 하느님의 선물로서의 인간, 신적 광채를 지닌 인간으로서의 의미보다는 과학 기술적 조작을 통해 태어남으로 인간이 바로 인간생명의 참 주인이라는 착각속에서 극도의 인명경시사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가톨릭교회는모든 「시험관 아기」와 수정란과 태아에 대한 실험연구등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시험관아기」는 사치스러운 치료술이다. 성공에 이르기까지 천만원이 넘게드는시술료는 엄청난 초호화판 치료이다. 우리교회는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라도 내 아기를 가지려는 자세 보다는 차라리 자녀입양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것이 보다 더 인간적이며 그리스도교적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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