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터울의 언니와 말다툼을 크게 하고 미아는 곧장 가출했다. 닷새가 넘어도 전화 한통이 없다. 가지고 나간 돈이 없으니 곧 들어올 거라고 막연히 믿고 있었노라고 미아의 어머니는 그 동안의 경위를 간결하게 마치고는 한숨만 쉬었다.
『미아의 친구들한테 알아보세요. 돈이 필요할테니까요. 빌려달라는 전화가 오고갔을 겁니다. 그리고 미아의 언니가 몸이 약하다고 말씀 하셨는데, 그렇더라도 언니를 편애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합니다.아이들은 민감하니까요』
이튿날 미아의 어머니로부터 급하게 전화가 왔다. 미아의 친구 아주가 가출을 했다는 것이다.
『글쎄 일기장에 쓴 내용으로 보아 미아한테 간게 분명하답니다』
미아의 어머니와 아주의 어머니는 만나서 딸들을 찾기 위해 의논을 했다.『우리 아주는 미아가 불쌍하다는 내용과 자기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걸 되풀이해서 적었어요』
묘책이 없다고 고개를 무겁게 떨구는 두 어머니와 두 시간 가깝도록 얘기를 나누었다.
공부만 잘 해 준다면 그 이상 더 바랄 게 없다는 것과, 미아는 샘이 많아서 언니와 자주 싸운다는 걱정을 듣고 나도 착잡해졌다. 대동소이한 희망사항을 모든 부모들은 소박하게 지녔건만 자녀들은 어떤가?「공부만」이라는 지극히 간단한 그 어휘가 우리의 자녀들 청소년들에겐 무겁고 질긴 숙제일 뿐이라는 이율배반의 진리를 외면하는 건 아닌지. 어머니들은 그냥 앉아서 나만을 바라본다.
『우리 어른들이 재미있는 일을 하기 원하듯이 청소년들도 같거든요. 하고 싶은 일은 힘이 안드니까요. 학교생활이 재미있어야 한답니다. 그런데 자꾸 성적만 따지는 어른들 때문에 학교가 싫어지게 되지요…』
물론 학교가 무슨 놀이터다워야 한다는 그런 어거지소리가 아니다. 배움의 전당이다. 어디까지나 학습의 현장이요. 그러니 학생들은 그 목적이나 수단이 모두 학습에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래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로는 부모나 자녀가 똑같은데 잘 안된다는 현실이다. 새벽부터(7시) 밤중까지(22시)대부분의 시간을 그 학습을 되풀이 하는 프로그램만 날마다 되풀이 한다. 따분하다. 싫증이 나다못해서 지겹다. 아이들은 차라리 무감각해질 뿐이다.
머리를 염색하는 아이,「퍼머」를 해서 새둥우리만한 머리를 싸안고 오는 아이 교칙을 어긴 아이들 이니 처벌을 해야한다. 여기에다 마시고 피우고….
그 아이들과 마주 앉아 왜 그랬는가를 들어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학교 가기가 죽기보다 싫거든요. 재미가 없거든요』
미아의 뒤를 이어 이주가 나가더니 그들의 친구 둘이 함께 합세를 하고야 말았다. 서××, 동××, 여기저기를 보았다는 소문만 듣고 뛰어가던 어머니들이 지칠때 쯤、몽땅 귀가를 했다. 거짓말처럼 천연덕스럽게 각기 제집으로 돌아왔다. 상담실로 미아의 어머니가 약속한 시간에 찾아 왔다. 어떻게해야 학교가 재미있어지느냐는 거였다.
약처방을 내리듯이 간단명료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확실한건 이 아이들이 모두 학교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걸 잘 이해시키는 일이라는 걸 역설했다. 다행스럽게도 가출기간 중에 다른 사건들이 겹쳐지지 않았다는 것도 강조했다. 어지러운 이 사회에서 구렁텅이가 입을 쩍 벌린 맹수처럼 노리고 있는데 이 아이들은 무사히(?) 귀가를 했으니 말이다.
지나친 기대와 간섭은 백해무익하지만 자신들에게 관심과 애정이 많다는 걸 자주 알려 주어야 한다. 이건 매우 중요하다. 못났다고 스스로 좌절할 틈을 주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공부를 못해도 너는 내 귀중한 딸이요 보배라는 걸 꼭 알려 주어야 한다. 성적때문에 사랑하는게 아니라는 걸 어른들, 부모들은 자녀에게 고백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학교에 대해 흥미와 재미를 상실하지 않는 예방책이 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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