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본당에서 23년 9개월을 사무장으로 재직, 한 본당에서 가장 오래된 사무장 경력 소유자로 알려진 박인선씨(다태오ㆍ53세)에게 수요일은 아주 귀중한 날이다.
일의 특성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는 주일이 가장 바쁜 날인 박씨에게 수요일은 개인에게 주어진 재충전의 시간이자 집안일을 돌볼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 날을 이용, 박씨는 여흥을 즐기기보다 일주일간의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한편 자신의 일에 대한 새로운 자부심과 함께 소중함을 새삼 확인하곤 한다.
그러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십 수년간 계속된 박씨의 이 같은 삶의 패턴 때문에 박씨 가족은 간혹 가장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곤 해왔다고 한다.
박씨는 이와 관련『시간 여건상 지금까지 가족 야유회 한번 가 본적이 없었고 이에 부인과 아이들이 불평을 할 때가 많았다』면서『지금은 기간이 오래되고 나이가 들어서인지 가족 모두 불평을 말하기보다 자신의 일에 같이 긍지를 느끼고 있다』고 말해준다.
박씨가 서대문본당 사무장으로 재직하게 된 것은 박씨가 군대시절 알았던 신부에게 인사차 방문한 것이 동기.
당시 29살의 젊고 혈기 왕성한 박씨에게 이 일이 그렇게 흡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동시에 유아세례를 받을 만큼 독실한 가톨릭집안에서 성장한 박씨에게 어떤 매력을 던져 주었고 결국 평생의 일터가 된 것이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의 경험을 정리, 박씨는『과거나 현재나 사무장이 성당에서 하는 일의 영역의 한계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수녀님이 없는 본당에서는 제의방 일까지 하는 등 대체로 통반장 역할을 다하는 것 같다』며『지금까지 사무장은 성당 관계로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본당 신부님의 방침에 맞게 하는 것이 그 역할이라고 생각해왔고 그렇게 살아왔다』고 털어놨다.
박씨가 20년을 상회하는 기간 동안 해온 일과 역할, 그리고 느끼는 여러 점들은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대다수 본당 사무장들의 경험과 대동소이 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박씨는 사무장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은 대체로 경제적인 문제, 불안정한 자리문제 등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것은 사무장의 임금이 사회와 비교해 너무 낮을 뿐 아니라 각 본당마다 차이가 있고、본당신부의 이동 때마다 느껴지는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현재까지 저는 7명의 신부님을 맞이했는데, 그때마다 사무장의 임면에 전권을 가진 신임 본당 신부님과 어느 정도 긴장은 있어 왔다』고 고백하면서『그래도 요즈음은 교구차원에서 많은 배려가 있어 과거에 비해서는 월등히 좋아졌다』고 밝혔다.
또한『경제적인 면에서는 현재도 크게 모자라는 대우를 받고 있지만 늘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며 다양한 차원에서 사무장들을 위한 여러 배려가 교구차원에서 있게 되기를 기대했다.
아침미사 때부터 출근, 하루의 모든 시간을 성당에서 보내는 생활을 거의 변화없이 해온 박씨는 한 본당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을 되살려『현재 서대문본당이 가난한 본당 중의 한 곳인데도 신자들은 과거에 비해 풍족하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며 중산층화돼 가는 교회의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다고도 일러준다.
이와 함께 박씨는『성당에서 늘상 많은 신자들을 만나는 가운데「아는척」「잘난체」하는 이들이 대체로 성당활동을 단기간에 하고, 신자들 간에도 여러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보아왔다』며『성당에서 직책을 맡고 있는 신자나 그렇지않은 신자나 신자에게 절대 필요한 것은 봉사와 겸손의 자세』라고 강조한다.
박씨는『교구에서 정한 사무장의 연령 기한까지 사무장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 간청한다』며『사무장직을 통해 하느님의 자그마한 도구 역할을 해 온 것에 늘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