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순절마다 예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기도로써 걸어가면서 응답한다.『주의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바로 이 응답기도틀 제목으로한 특별 강론집이 나왔다. 사순절은 우리 교회의 특별한 시기이기에 신자들의 회개의 신앙을 돕는 여러 묵상책들이 이미 여러 권 나와있다. 그런데도 이 책을 권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 책에 담긴 글이 저자인 정병조 신부가 대치동본당에서 특별강론을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할 때 이미 강론들은 많은 신자들의 회개와 신앙을 도와 열띤 호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예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직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어떤」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가? 사순절마다 어김없이 행해지는 십자가의 길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왜 이렇게 악한 길을 가고 있는가? 그래서 복음을 선포하는 사목자들은 물론 복음을 듣고 이에 따라 살고자 하는 많은 신앙인들은 묻는다. 복음은 개인들이 성의껏 지켜야 하는 또 다른 율법인가? 아니면 믿지 않는 사회 전체에게 실천하도록 촉구하는 윤리 도덕인가? 사실상 오늘날 그리스도의 복음은 이 둘 중의 하나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기에 개인들이 성의껏 지키되 완전히 준수할 수는 없다는 비관론에 빠지는가 하면 부패한 사회 전체에게 정의의 이름으로 회개를 촉구하는 공염불로 그치기도 한다. 그러나 복음은 제자들과 그 뒤를 잇는 그리스도의 교회에 주어진 하나의 새로운 질서이다. 교회에서「서로 사랑하는 생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개인들이나 사회 전체가 복음을 기쁜 소식으로 받아들여 실천하기엔 벅찬 노릇이다. 서로 사랑하는 가운데 서령께서 함께 계시고 성령의 도우심으로 복음을 복음으로 믿는 이들의 생활질서가 세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의 십자가로…」에서 저자는 이 점을 민감하게 의식하고 있다. 그래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려는 신앙인들、즉 교회에 대해서 그리스도께서 일깨워주신 회개를 촉구한다. 개인들에 대해서가 아니고 사회 전체도 아닌、신자 공동체에 인과응보적인 신관(神觀)을 거슬러서 올바른 신관을 정립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여섯 강론은 모두 성서적이거나 신앙적인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그 주제 내용은 ①하느님께 향한 믿음, ②참된 이웃은 누구인가、③고통의 구원적 의미, ④올바른 죄의식, ⑤깨끗한 양심, ⑥부활에 대한 희망과 이로 인한 인간성 회복에 대해 일깨워 주고있다.
복음은 어디까지나 진리이지만 그것은 우선 믿는 이들의 공동체에서 살아있는 진리여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에게는 사순절만이 아니라 온 날이 삽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때여야 할 것이다. 부활을 향한 믿음을 십자가의 길로 받아들이고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고침: 본보 6월 24일자 16면에 거재된 야외국악견진미사기사증 견출과 사진설명의 서울 목1동본당을 서울 목동본당으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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