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사람들이 교도소를 출입할때는 대개 쇠창살로된 문을 보통으로 여러개를 거쳐서 교무과나 상담실에 도달하게 된다.
어느 여름날 교무과로부터 외국인 교리반을 맡아줄것을 요청 받았다. 나는 외국말은 못하지만 홍콩, 대만, 일본인 세사람이 천주교 교리를 배우길 원해서 교무과 한쪽 구석진 곳에서 그들과 주1회 따로 교리공부를 시작했다. 서로 말은 잘못해도 그들이 말을 알아듣는다는 사실이 퍽 신기 했다.
그중 45세의 기꾸찌 마사시라는 일본인은 구속 당시에는 체격이 좋고 건강한 분이었다. 그는 히로뽕 사건으로 3년6월 징역을 선고 받았다. 그는 구속되면서 고혈압증세가 생겨 병동에 입방되었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 남의 나라에서 교도소생활 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움이 많은데다가 일본과 우리나라는 과거 적대감이 있는 터라 감방안에서의 생활이 이중 삼중으로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같은 병실에 있는 어느 사장님이 쪽발이라 무시하면서 온갖시중을 다 들게 하는 등 그들 못살게 했다고 한다. 그는 모든 면에 있어서 극히 부정적이었고 기회만 있으면 자살을 기도하여 요시찰 대상이었다. 한편으로 가족들이 보내 주는 신앙 서적을 읽기도했다.
어느날 교리하는 도중에 일본인이 벌떡 일어나더니 자진하여 자기의 신앙 체험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수녀님의 권고에 못이겨 성경을 읽었습니다. 처음엔 성경책을 경멸로 대했고, 두번째는 소설을 읽듯이 했습니다. 그러나 세번째는 존경과 두려움을 갖고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전 화장실에 갔는데 갑자기 사도신경 기도가 저절로 입에서 터져 나왔고, 그 순간 평소에 그렇게도 비위에 역하기만 했던 화장실 악취가 없어졌습니다.』
모든 사람이 예쁘게 보이면서 모든 면에 전과는 정반대로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다고 말했다. 자기는 어릴때부터 심성이 비뚤어져서 주가 이리가라 하면 일부러 저리가는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주었고, 많은 죄를 짓고 악하게만 살아왔는데 하느님은 자기를 사랑하시어 항상 따라 다니시며 붙들어 주셨고, 마침내 당신 사랑을 깨닫게 해주셨다고 감격스레 말했다.
밤이 송이 안에서 무르익으면 아람 벌어 쏟아지듯 참지 못하고 신앙체험을 열렬히 증거하여 모두가 감격해했다. 성탄전날 나자로라는 본명을 갖고 콧물,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세례를 받았다.
하루는 소장님이 나를 불러서 소장님실로 갔었다. 『수녀님 큰 일이 났었습니다. 천주교가 무슨 종교이길래…』의아해하는 나에게 소장님은 미소 가득한 얼굴로 『연말 새벽에 재소자 환자 한사람이 토하고 쓰러진것을 나자로씨가 잘 보살펴 살렸다』고 했다. 『수녀님 연말에 재소자가 죽으면 어떡합니까? 큰일날 뻔했습니다』
재소자들과 모든 직원들이 『저 사람은 참으로 새로 났다. 얼굴이 빛난다』고들 했다. 나자로씨는 성서를 억지로 읽기 시작했다. 그래도 끝까지 읽은데서 성서 말씀을 통해 심리적인 차원에서 하느님의 능력이 드러 났다. 그래서 나자로씨는 성서 말씀을 통해 하느님을 만났고 그는 하느님의 사람으로 변화되어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그에게서 예수님을 보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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