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가 교회의 공무원이 돼서는 안 됩니다. 사제가 직업이라는 말은 슬픈 현상 중 하나입니다.”
‘가난한 사제단’으로 불리는 프라도 사제회(이하 프라도회) 한국지부장 한영수 신부는 사제를 직업으로 바라보게 하는 현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사회의 이상적인 사제상으로 ‘신자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친구가 돼 줄 수 있는 사제’를 꼽았다.
물질주의가 팽배하고 쾌락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사제들은 다양한 유혹에 도전을 받는다. 때문에 성화(聖化)를 위한 사제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사제 성화의 날(6월 28일)을 맞아 교구 사제로서 프라도회의 카리스마에 따라 사도직을 수행하며, 매일매일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노력하는 김경진 신부(의정부교구 양주 송추본당 주임)의 하루를 소개한다.
■ 사제는 먹히는 존재
“하하하하하~”
6월 15일 오전 10시 송추성당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김경진 신부가 한 마디 던지며 특유의 웃음소리로 호탕하게 웃자, 신자들도 박수치며 따라 웃었다. 이들은 피정에 참가한 의정부 송산본당 신자들이다.
김 신부는 본당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월례 피정부터 시작해 하루피정, 순례와 함께하는 피정, 소그룹 및 단체 피정 등 다양한 피정을 요일에 상관없이 진행한다. 피정에 대해 별도로 홍보한 적은 없지만 알음알음 소문이 났다. 토요일 피정은 11월까지 예약이 꽉 찼을 정도로 호응이 좋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생명’을 끊임없이 신자들에게 내어주고 있었다.
김 신부는 2시간 반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강의를 열정적으로 이어갔다. 본당 신자들은 이런 김 신부를 두고 ‘작은 거인’이라고 부르며 “이런 사제 처음 본다”고 입을 모은다. 본당 봉사자 김수미(레베카)씨는 “정말 사제같은 사제”라면서 “항상 자신보다 본당 교우들을 위해 사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본당 사랑꾼”이라면서 “선물이나 돈을 받으시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주시거나 본당 신자들을 위해 모두 내어 놓는다”고 덧붙였다. 신자들이 서로서로 김 신부 옆자리에 앉으려는 이유다.
그는 항상 본당을 찾는 신자들을 어떻게 기쁘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 그것만 생각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빼빼로데이(11월 11일) 등에는 늘 신자들을 위한 작은 이벤트를 준비한다. 작년 어린이날에는 캐릭터 인형 탈을 쓰고 신자 가족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본당 신자들에게 그는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친구’ 같으면서도 너그러운 ‘아버지’ 같은 사제다. 그의 이런 모습 때문인지 현재 본당 주일미사 참례율은 50% 가까이 된다. 그는 “주님 안에서 제가 할 일은 본당 최고의 아빠가 되는 것”이라면서 “송추 교우들을 위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