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시를 쓰고싶어 시를 쓴다기보다 내안에 차오르는 그 엄청난 현존의 충만함이 시를 쓰게 했습니다』.
듣지는 못해도 말할줄아는 청각장애 여류시인 유한신(안나ㆍ36ㆍ전주 중앙본당)씨.
그가 하느님에 대한 진솔한 신앙의 표현이자 자기성찰의 흔적인 그동안의 작품들을 모아 3권의 연작시집 「내영혼 사랑에 묶여」(서음출판사)를 펴냈다.
「제대에 1ㆍ2ㆍ3」이란 부제가 붙은 이 시집에는 『한사람의 여성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인간이고자』했던 작가의 고뇌어린 시(詩) 2백80여편 이 담겨있다.
89년「표현」지 제4회 신인상수상을 계기로 문단에 정식 데뷔한 유씨는 지난해말 1년이 넘게 준비해온 첫시집 「나를 기다려달라」를 출간한 바 있어 이번 시집이 두번째.
『시를 쓴다는 것이 제겐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순간입니다. 들을수 없다는 저의 처지는 오히려 저의 신앙을 더욱 현실적이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이 시로 표현될 뿐입니다』.
청각장애의 고통을 신앙으로 극복하고 오늘이 있기까지 그에겐 특별한 신앙체험이 있었다. 중3때 영세를 하고 막 신앙생활을 시작할 무렵, 무심코 펴든 성경에서 읽은 한구절이 그의 온 전신을 사로잡았다. 『이 사람이 날때부터 소경인 것은 부모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것은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것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케 해준 이 말씀은 그후 유씨의 삶에 크나큰 격려와 힘이 되어 주었다.
시를 쓰기전부터 품어온 미술에의 꿈을 이루고자 미대(美大)에 응시했다가 장애를 이유로 「입학불허」의 통보를 받았을때, 또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고 20여차례에 걸쳐 「취업거부」의 쓰라림을 맛보았을때도 『하느님께선 분명 나를 당신 뜻대로 살게하시리라』고 믿었다.
이제 시를 통해 하느님께 대한 사랑, 고독, 자신의 전존재를 고백할수 있게된 지금 유씨는 5살때 홍역후유증으로 자신이 청력을 잃어버렸다는 사실까지도 하느님의 뜻안에 있었음을 믿게됐다.
『다른 사람보다 두드러진 체험을 한것도 아닙니다. 다만 한 영혼으로 살면서 보다 절실한 것에 둔감치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잊기 쉬운것, 지나치기 쉬운것에 대해 잊지않으려, 지나치지 않으려 했을 뿐입니다』.
신앙체험에서 샘솟는 부단한 시적 영감들을 순진무구한 영혼의 목소리로 토해낸 유한신씨의 시들은 그래서 그대로 명상과 기도가 되어 「님」을 향한 갈망·그리움에로 치닫고 있다.
『내 당신안에 살으오리/나의 고통/나의 슬픔/나의 희망을/매일 새로이 태어나는 당신안에 두어./홀로, 나만이 홀로 지니울/가장 아름다운 십자가를/그리운 이의 볼에 피어나는 홍조(紅潮)처럼/꽃답게 지고가리…』 (제대에 1권 제3편 중에서)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