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후의 처리문제 중 하나가 사할린에 남아 있는 한국인에 대한 문제이다. 일본은 2차대전 전과 전쟁중에 약 6만여명의 한국인을 사할린으로 징용해 탄광 등에서 중노동을 시켰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외국인」으로 취급당한 한국인들은 다시 일본으로 귀국하게 된 일본인과는 대조적으로 사할린에 남게 됐으며 한국인들은 지금까지도 귀국은 물론 조국방문도 어려운 상태이다. 이 글은 사할린관광단 일원으로 사할린을 방문한 일본 기꾸마찌본당의 카부라기 사찌에(蕪木幸惠)씨의 방문기이다.
나는 신문기자 또는 잡지사 기자로서가 아니라 일본의 보통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또 일본 사할린관광단의 일원으로서 사할린을 방문했다.
내가 사할린을 방문할 것을 결심했던 것은「카라후도(樺太)재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후였다. 카라후도재판은 인권문제로 늘 나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 일본사회에서는 중국에 남아 있는 일본인들에 대한 문제는 중요시하고 이들의 거주문제에 대해서는 적극 추진하면서도 지난날 일본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내버려둔 사할린 거주 한국인 4만여명에 대해서는 전쟁이 끝난 지 4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한국인이 소련시민으로 살고 있는 이 사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다시 대두시킨다는 그 자체가 사회적으로 무엇인가 잘못된 풍조가 만연돼 있는 느낌이 든다. 사실은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좋은 일은 적극적으로 배우고 또한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아울러 보상(補償)하여 두 번 다시는 이런일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후손들에게 정확하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유언비어나 진실이 은폐된 사실이 아닌 지금 현재의 사실을 그대로 이 눈으로 보고 직접 확인하고자 사할린 방문길에 올랐던 것이다.
4만여 한국인
사할린에는 8할이 넘는 러시아인 외에 우크라이나인을 비롯 수많은 민족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는 민족차별ㆍ인종차별을 볼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개인 개인의 마음은 전혀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직접 보았던 면에 있어서는 적어도 인종차별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그네들로부터 차별받은 적이 없고 모두가 나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해 주었기 때문이다.
사할린에는 지금 약4만여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 한국인의 사회적 지위도 중위권 정도이며 경제적으로도 뒷받침돼 대체로 중류층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할린에서의 안정된 생활과 조국이 분단돼 있는 상태에서 이곳 한국인은 차츰 소련화 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특히 젊은 세대는 한국어보다는 러시아어만 사용하기 때문에「한국계 소련인」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사할린의「호룸스크」가(街)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2세인 시에이씨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현재 한국인들끼리 모이는 일은 회갑잔치 또는 결혼축하식 정도라고 했다. 결혼식의 경우 자기집에서 하면「조선식」이라 했고 레스토랑이나 다른 곳에서 하면 러시아식이 되어 버리고 결혼식에서도 전통의상인 치마ㆍ저고리 등은 입지 않는다고 했다.
또 소련에서는 다른 민족간의 결혼이 아무런 장해가 되질 않고 의료비와 교육비는 전액 무료라고 했다.
이와 같이 한국인들이 처음 사할린으로 징용되어 갔던 시대와 비교하면 지금의 사할린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생활이 안정되어 있을뿐만 아니라 차츰 소련화되어 간다는 사실에 대해서 일본인으로서 나는 무척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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