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적 현안들
성인입교자들은 일정기간의 예비기간을 수료한 후 신앙고백을 거쳐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취득하는데 반해 유아세례는 무엇보다 이러한 절차없이 출생과 더불어 원천적으로 하느님 백성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해준다는데서 중요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특징은 교회의 성격과 사명을 잘 드러내 주며, 이에 따른 각종 사목적 현안들을 찾을 수가 있다.
1969년 9월 8일자로 발표된 새로운 어린이 세례예식서는 2차공의회 전례헌장의 정신에 따라 아직 자기행위에 대해 책임질 수없고 고유신앙을 지닐 능력이 없는 어떤이들의 상태에 맞추어 부모의 역할 및 의무를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유아세례는 대부분의 본당에서 매월 일정한 날짜를 정해 주보 등을 통해 대상자들을 본당 사무실에서 접수, 해당일에 성사를 집전하고 있다. 곧 세례성사의 의미와 중요성ㆍ대부모선정、자녀의 종교교육 등에 관해 사목자들이 사전에 세례받을 아기의 부모들을 면담하거나, 이에따른 교육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놓고 있는 본당들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또한 유아세례 당일에도 흔히 아기의 어머니만 참여하고、아버지는 성세 후 세례명을 아는 정도로 그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같이 신앙생활의 주춧돌이 되는 성세성사에 대한 소홀한 사목적 배려로 유아세례는 단순히 예식 그 자체로 끌나버리기가 십상이며, 어린이가 성장해감에 따른 가정의 종교교육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에 대한 가정종교교육은 신앙을 강요하는 식의 엄격함과 책벌을 지양, 성장함에 따라 신앙이 지니는 올바른 가치를 판단、자신의 생활로 체득시켜 갈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목자들은『과거 태중교우 신자들은 사실 자녀에 대해 신앙의 참된 가치를 가르쳐주기 보다는 무조건적인 전수(?)에 치중해온 것 같다』고 공감하면서『따라서 이것은 오늘날 현안이 되고 있는 신앙의 생활화ㆍ내실화가 폭넓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한 원인이 되고 있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전주교구 홍보국장 권이복 신부는『태중신자들이 신앙적 회의감에 젖어 냉담의 길로 쉽게 빠져들어 오랜 세월을 교회 밖에서 방황하고 있는 경우를 간혹 접할 수 있었다』면서『보다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어린이 가정 종교교육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0년 10월 20일 반포된 성청 신앙교리 성성의「어린이 세례에 관한 훈령」은 유아세례에 대한 사목적 배려를 사목자들이 수행해야 할 중대한 의무임을 상기시키고 있다.훈령은『유아세례에 대해 더욱 깊고 새로운 사목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면서『사목자들은 해산(解産)을 앞둔 신자가정을 방문하거나 부모들을 모아놓고 교리를 가르치고 적절한 조언을 하는 등 부모들을 준비시키고 영세식의 내용을 잘 드러낼만큼 성사거행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함께 훈령은 아기의 부모들에 대해서도『부모는 아기의 세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다가오는 해산을 사목자들에게 알려야 하고, 그들 자신이 영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면서『세례당일 부모의 세례식 참여는 자녀교육에 본질적이기 때문에 능동적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세례성사에 있어서 대부모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유아세례를 받은 아기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대부모와 끊임없이 신친관계를 유지시켜 오고 있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유아세례를 받는 신자들 가운데, 자신의 대부모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며、마찬가지로 유아세례 때 대부모가 되어준 신자들도 자신의 대자녀가 어디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아세례로 맺어지는 신친관계의 단절은 대부모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정성의 부족에 일차적인 책임을 돌릴 수 있지만、영적 부모로서의 자녀의 교육을 소홀히한 대부모를 맡은 당사자들에게도 신앙적 책임이 크다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학자들은 인간개개인이 먼저 구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교회가 먼저 구원을 선포하고 제공한다는 교회의「구원론적 복음정신」이 유아세례를 통해 실천적으로 증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이 교회의 성격을 극명하게 들어내 주고 있는 유아세례가 더욱 값진 열매를 맺을 수 있기 위해서는 다방면에 걸친 사목적 관심과 정성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교회의 혼인강좌프로그램에 유아세례와 관련된 강좌를 보다 다양하게 마련하고、교구차원이나 인근본당과 연계해서 출산을 앞둔 가정의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연중 지속적으로 펄쳐나감으로써 자녀들의 종교교육의 중요성을 깊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한국 천주교중앙협의회(CCK) 89년 교세통계에 따르면 4만1천3백34명의 유아들이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취득했다.
이들은「어린이는 국가의 보배이다」라는 말처럼 분명 향후 한국교회를 짊어지고 갈 교회의 참다운「보물」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이「보물」들과 더불어 또 장차 태어날 또 다른「보물」들이 그들의 천부적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순전히 오늘을 살고 있는 부모를 비롯 성직ㆍ수도자ㆍ평신도 등 교회 각계각층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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