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4년 순치황제는 아담 샬 신부를 흠천감 감정(監正)으로 임명하였다. 흠천감 감정직을 수행하려던 흠천감에서 잠을 자야 할 때도 많고 이른 새벽에 관리들을 만나야 할 때도 많다. 순치황제는 샬 신부가 수도자라는 것을 감안하여 흠천감 일을 사제관에서 수행해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 중국 관리는 정종(正從) 9품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샬 신부는 정5품이었다. 흠천감은 예부 소속이었으므로 샬 신부도 예부에 속했다.
샬 신부와 소현세자
병자호란 때 소현세자와 강빈(姜嬪) 봉림대군 판서 남이웅(南以雄) 이하 관원 1백80여명이 인질로 끌려가 심양관에 있었다. 청 순치황제는 북경으로 천도하면서 심양관에 있는 소현세자 일행도 북경으로 거처를 옮기게 하여 세자는 북경에 약 70일간 거류하세 되었다. 소현세자의 숙소는 동화문(東華門) 앞에 있는 문연각(文淵閣)이었으며 샬 신부가 교무를 보던 곳은 선무문(宣武門) 내에 남당이었다. 소현세자는 샬 신부가 천문학과 과학에 뛰어나고 서양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찾아갔을 것이며 샬 신부에게 있어서 소현세자의 내방(來訪)은 전혀 생각지 않은 영광이었을 것이다. 소현세자는 샬 신부를 여러번 방문했으며 소현세자도 샬 신부의 방문을 여러번 받았다. 소현세자를 수행하고 온 사람 중에 북경에 계속 체류하며 샬 신부에게 천문학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샬 신부는 열심히 가르쳤으며 소현세자는 감사의 뜻으로 종종 예물을 샬 신부에게 보냈다. 샬 신부는 천문서적 과학서적 천구의(天球儀) 그리스도 성화를 보냈으며 소현세자는 샬 신부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고 그리스도 성화는 돌려보냈다. 샬 신부는 소현세자의 편지를 서양의 문자로 번역하였다.
샬 신부가 서양과학서적을 소현세자에게 보낸 것은 장차 조선에서도 과학선교를 꿈꾸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현세자는 서양과학에 대한 이해가 매우 풍부하였으며 장차 조선에서 선교할 선교자를 청하여 동반하기를 원하였다. 샬 신부는 선교사 한명을 조선에 보내려고 했으나 마카오에 있는 순찰사 신부에게 허락을 얻지 못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샬 신부는 선교사를 못 보내는 대신에 소현세자의 이미 영세한 환관에게 교리를 상세히 가르쳐 조선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소현세자가 샬 신부와 작별할 때 함루(含淚)까지 하였다 한다. 그 후 조선은 선교사들의 관심을 끌어 예수회 신부와 프란치스코회 신부가 조선으로 가려고 했으나 조선에서 봉쇄정책을 쓰고 있었으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샬 신부 기중기 제작
청나라의 섭정왕 아마왕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을 때 샬 신부가 새로 제작한 기중기로 비(碑)가 4만여톤이고 비아래 구좌(龜座)가 7만여톤이나 되는 무거운 돌을 운반하여 세워놓아 아마왕과 황제를 놀라케 하였다. 청에 항상 위협을 주는 것은 몽고였으므로 몽고에 대해서는 항상 회유정책을 썼다. 순치황제는 회유정책의 하나로 몽고 공주를 후궁으로 삼았다.
천자(天子)의 수도 북경에 성당 건립
순치 황제는 1651년 친정을 하게 되었으나 나이는 아직도 어렸다. 샬 신부는 그의 명성이 한참 높았을 때 천자(天子)의 수도인 북경 번화가에 성당을 건립하였다. 북경 자금성이 있는 곳은 천자의 수도이므로 한인(漢人)들이 거주하지 못하게 전부 다른 곳으로 이주시켰으므로 폐허가 되다시피 하였다. 샬 신부는 중국의 민간신앙인 묘우(廟宇)가 불에 탄 터를 싸게 구입하여 성당을 건립하였다. 한인들이 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했으므로 곳곳에 난적(亂積)해 있는 건축 자재를 구입하여 싸게 성당을 건립할 수 있었다.
1650년 샬 신부가 이 성당을 건립할 때 자신이 설계하고 공사 감독까지 하였다. 재정적인 것은 황제와 황족 고관들의 도움을 받았으며 일반신자들에게서는 기부금을 조금도 거두지 않았다고 한다. 옆에는 부녀들 전용 작은 성당을 지어 부녀들이 그곳에서 교리를 배울수 있게 하였다. 성당에 종탑을 높이 세우고 종을 여러개 달았으며 내부도 서구식회화로 장식하여 중국인들이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