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의 정의가 실현되지 않고서는 올바른 사회구조가 형성되기 힘들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닐수록「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은 날로 극심해져 가고 있고 이 현상은 평화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소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사람들로부터「인간성」마저 탈취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빈부격차 문제는 단순히 가진 자와 못 가진자의 거리감문제정도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층간의 엄청난 불신의 장벽 및 인간성 파괴, 사회병리 현상의 확충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인간다운 삶의 환경들을 파괴하고 전도시킨다. 이에 평화 시리즈 제2회에서는「재화」을 주제로 선정, 교회에서 가르치고 있는 가르침 및 한국교회에서 이를 실천하고 있는 모습들과 앞으로의 전망、대안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註>
교회차원에서「재화」의 실천적인 운용을 생각할 때「가난한 이와 함께 하는 교회」와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2천년 교회사에서 가난한 이와 함께 하는 교회모습은 그렇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끊임없이 가난한 이와 함께 하는 교회를 강조하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 왔으며 이는 한국교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한국가톨릭교회는 교회 가르침에 따라「가난한 이와 함께 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사회복지차원ㆍ본당차원ㆍ전체 교회차원에서 미약하나마 그 움직임이 있어 왔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상태이다.
사회복지 차원에서는 빈민들을 위한 무료식당, 각종 수용, 보호시설이 증가하고 있으며 본당차원에서는 반ㆍ구역모임을 통한 나눔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서울의 빈민지역인 금호동ㆍ옥수동ㆍ종로ㆍ구로1동ㆍ구로3동 본당 등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공부방ㆍ도서실ㆍ탁아방을 개설하고 현장체험교육피정, 반ㆍ구역모임을 통한 전ㆍ월세 안올리기운동, 영세세입자를 위한 보증금대여 등을 통해 가난한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볼 때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열린 공동체가 되기 위해 지난해 제3회 AISA(아시아사회복지연수회) 개최와 함께 진정으로 가난한 이들의 교회가 되어 가난한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한 AISA정신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으며 이들을 위해 살아가려는 의식있는 사제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현실적으로 교회내에서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로는 가난한 이들과 진정으로 함께 하기에는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일반대중 다수가 넘겨다보지 못할 레저 등을 즐기며 상류생활을 하고 있는 사제수의 증가、교회 건물의 대형화ㆍ고급화、자신의 직장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에게 저임금을 지불하고、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길 꺼려하는 평신도들의 의식 등이 이를 잘 반영해준다고 하겠다. 다시말해 실질적으로 교회차원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며 그들과 고통을 나누고 있는 단체는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현재 가난한 사람들의 계층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곳은 위원회로서 주교회의 인성회ㆍ도시빈민사목위원회ㆍ노동사목위원회가 있으며、단체로서는 가톨릭 노동청년회(JOC)ㆍ가톨릭농민회ㆍ전국노동자사목협의회ㆍ천주교도시빈민회ㆍ각 현장공동체와 본당의 빈첸시오회 등이 있다.
이에 비해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요소들을 너무나 많이 내포하고 있다.
즉 교회건물의 대형화ㆍ고급화와 함께 중산층화 현상、신자증가에 따른 비대화로 서로간의 유대관계 희박、삶과 신앙의 이원화 등으로 교회내 가난한 이들의 소외현상은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서 탈피、가난한 이들이 소외되지 않고 함께 하는 교회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교회 구성원 모두의 특별한 노력이 요망되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교회는 신자들에게 신앙관ㆍ사목관을 재교육시키고、유능한 평신도 인재를 양성하여 현장교회를 지원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사제들은 사목자 본연의 역할을 재정립해 평신도 지도자 양성、구역내 소공동체형성、여러 다양한 계층의 신자들간의 일치ㆍ협력ㆍ나눔운동을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현행 본당 중심의 사목구조 안에서는 가난한 지역、가난한 이들은 자연적으로 소외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목의 소외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본당구역내 현장교회의 모습을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본당의 시설이나 공간을 개방하고 교회에서 운영하는 병원 등을 통해 가난한 이들과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교회 구성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평신도 개개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평신도들은 각자 삶의 터전에서 이웃을 생각하는 절제있는 생활을 통해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노동자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자신의 일에 임하고 자본가는 적정한 이윤을 남기며 그들의 직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수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끼에 몇 만원씩하는 외식、사치성 호화 외제품 구입 등의 과소비를 절제하며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용하고、농민들의 고충을 생각하는 신자가 돼야 한다.
또 세입자들에게 전ㆍ월세값 안올리기 내지는 적게 올리기를 실천하고、빈민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단체들을 물질적ㆍ정신적으로 후원하 것 역시 훌륭한 나눔실천 운동이다.
교회공동체는 물질만능ㆍ권위주의적 가치관에서 벗어나야하며 평신도의 위치와 주체적 능력발휘가 보장되는 교회상이 정립돼 공동체안에서 참된 형제애를 느낄수 있고 인간다운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돼야한다.
교회가 가난한 이와 함께 하기위해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교회공동체의 최우선적이며 본질적인 사목이라는 시각의 변화가 요청된다.
본당 차원에서는 봉헌금ㆍ교무금 등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가난한 이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성당을 멀리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본당에서 미사 중 행렬을 이루어 봉헌하는 방법에서 탈피、가난한 이들이 소외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본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나눔이 일회적이고 동정적인 차원의 불우이웃돕기가 아닌 반모임ㆍ빈첸시오회 등에서 가난한 이들과 지속적인 연계를 맺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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