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초나라의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그만 잘못하여 차고있던 칼을 강물에 빠뜨렸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당황하지않고 뱃전에다 흠을 내어 표를 만들어 놓고 태연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광경을 본 뱃사공이 그 사나이에게 그 연유를 묻자, 지금은 바쁘니 후일에 찾아와 빠뜨려버린 칼을 찾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배가 움직인 까닭에 칼은 그가 배에 표시한 바로 그밑에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 후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완고하고 고집스럽게 사는 사람들을 가리켜 각주(刻舟)라 일컫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사를 하면서 제 아내를 잃어버린 바보가 있다는 말을 듣고, 공자는 자신을 잃어버리고 사는 바보들도 얼마든지 있는데 왜 유독 아내를 잃어버린 사람만이 바보겠느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이면 모두에게도 옳은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 자신의 생각만이 진리인양 여기는 우리들일진대 어찌 뱃전에 흠을 낸 초나라의 사내만을 비웃을 수 있겠는가? 따지고보면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상대의 사고방식을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들 대부분이 바로 각주인 것이다.
그래서 흔히 우리는 세대차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리고 스승이나 부모의 가르침보다는 동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현대를 횡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쩌면 이런 말들이 주는 의미는 우리들이 믿음과 사랑을 강물에 빠뜨린 채 저마다 자신만의 배에 표를 내고 태연해하는 초나라의 사내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서 강물을 보지 못하고 자신만의 영역을 고수하고 자기 세대만을 주장하는, 고집하는 고집장이들이 바로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시대 속에서 모든 이웃과 함께 고락을 나누는 사람들이 되어야겠다. 그래서 물에 빠뜨린 믿음과 사랑을 되찾고 나아가서 잃어버린 자신을 발견해야할 것이다.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원주교구청 임병호 교육과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터는 서울고덕동본당 주임 흥문택 신부님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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