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사랑의 나라
(요한3장13~21:31~36)
새로나야 된다는 교설을 강조한 니꼬데모와의 대화는 예수의 독백형식으로 그리스도교의 교리 줄거리를 이루는 설교로 변하여 제시된다. 세례자 요한이 나타나서 세상에 알린 하느님나라의 성격과 거기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이 예수그리스도를 통하여 제시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둘로 씻는 예식을 통한 세례뿐아니라 성령으로 다시 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의 나라는 영적 성격을 띤 나라이기 때문이다. 영적으로 새로 난다는 교리는 이미 구약성서에서 예시된 바 있다.
이사야서에『다른 너의 후손위에 내 영을 부어주고 너의 새싹들에게 나의 복을 내리리라(44장3)』하였고『나의 영을 너에게 불어넣고、나의 말을 너의 입에 담아준다(59장21)』라고 한 주 하느님 야훼의 말씀은 에제키엘서에서『나는 그들의 마음을 바꾸어 새 마음이 일도록 할 것이며 그들의 몸에서 돌을 빼내고 피가 흐르는 마음을 박아 주리라(11장19:36장26)』라고 했다.
이 구약성서의 말씀을 잘 새겼더라면 예수의 새로 나야한다는 교설을 못알아들을리 없었건만 이스엘의 유명한 율법교사라고 하는 니꼬데모는 만사를 인간적으로만 생각하던 타성에 굳어져서 영성적인 하늘나라의 사정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너는 이스라엘의 이름있는 선생이면서 이런 것들을 모르느냐』예수의 말씀이었다. 세속에 찌들은 그들에게 하늘나라 사정을 설명하는데는 예수께서 퍽 어려움을 겪었다. 그 나라는 전적으로 영성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는 이방인의 지혜를 빌어 이를 설명했다. 그것은 바람의 비유였다. 소크라테스는 바람의 예를들어 인간의 정신적인 힘을 설명한 적이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결과를 보면 그 힘은 알 수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바람이 불때는 그것을 느낀다. 바람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우리 몸속에 생기를 불어준다. 성령의 영기 (靈氣)도 이와같이 인간의 영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러일으킨다. 이 교설은 그리스도교 왕국에 입국하는 관문인 세례성사의 진수를 이루게 된다.
예수의 새로운 가르침의 둘째 요점은 사랑의 설교이다. 사랑은 하느님 나라의 본질적 상황이다. 삶은 사랑으로 싱싱해지고 죽음은 미움에서 온다. 이 대조는 세속과 하늘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하늘나라의 주인이신 하느님은 사랑의 곳집 (창고) 이시다. 거기서부터 모든 사랑이 흘러나오는 사랑의 표본이시다. 그 사랑으로 세계와 인간을 창조하셨고、미움으로 죽음의 길을 치닫는 인간을 구원하시려고 자신을 희생으로 바치셨다. 이때부터 사랑은 좋은 것을 주는 것과 자기희생으로 표현되는 아름다움이 생겼다.
그리스도인들은 지혜를 인간의 최고품으로 발견하였고 동양사람들은 효도를 최고덕성으로 삼았지만, 이제 예수께서는 사랑을 처음으로 영원한 생명의 생명력으로 역설하신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죽지않고 영원히 살도록 하셨다』고 설파하셨다. 그러니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이 세상을 살리는 사명을 띠고 사람의 아들임을 믿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죽느냐 사느냐하는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문제이다, 이것을 믿지않는 사람은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며,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미워하기 때문이다. 미워하면서 사는 사람은 암흑을 걷는 사람이며 빛을 외면하고 헛딛는 발걸음을 옮겨 결국은 죽음에 이른다. 이러한 뜻에서 요한 복음서는『빛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자기들의 행실이 악하여 빛보다 어둠을 더 좋아하였고 이 사실이 바로 그들 자신이 스스로 죄인 판결을 받았다.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것은 사도요한이 복음서 초두에 내서웠던 요한복음서의 주제였다. 『말씀이 참 빛이였고 세상에 오셨는데 그분을 믿는 사람은 혈육으로 난 사람이 아니고 하느님께로 부터 난 사람이다(요한1장10~13)』
이러한 하느님의 사정、즉 하늘나라 사정을 알려주시는 분은 아버지 품안에 계신 외아들로서 하느님과 똑같으신 그분이 (요한1장18) 친히 보고 들으신 것을 증언하신 것이다. 이 증언은 이미 세례자 요한이 세상 사람으로서 세상일을 들어 증언하였지만 위로부터 온 하느님의 사자(使者)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세상의 이치를 넘어 사랑으로 말씀하신다.
그런데 니꼬데모가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유대아의 지도층은 이를 믿지 않는다. 이들은 오늘날 예수를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하느님의 사랑은 이와같은 배반자들을 살리려는 희생으로 극치에 이른다. 과거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하느님을 배반해 벌을 받아 모두 뱀에 물려 죽게 되었을때 하느님은 당시 백성을 측은히 여겨 모세로 하여금 구리뱀을 만들어 높이 들게하고 누구든지 그것을 쳐다보면 죽음에서 모면토록 하셨는데 (민수21장4~9) 하느님이 보낸「사람의 아들」예수 그리스도는 그때의 구리뱀처럼 죄인들의 구원 표적이되어 십자가에 달려 그를 쳐다보는 모든 사람이 믿고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하실 것이다.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설교는 세상창조-인류구원으로 나타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복음의 골자로 제시한다.
이 사랑을 골자로 그리스도의 교리는 사도 바오로에 의하여 그리스도를 닮는 신자들의 모범으로 제시된다. 『사랑은 참아주며 친절하며 시기하지 않고 교만하거나 무례하지 않으며 사리사욕이나 앙심을 품지도 않으며 오직 진리만을 기뻐한다(I고린13, 4~6)』하늘나라가 이 세상에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서울가톨릭대교수>
※이번호부터 신약성서 해설 연재번호가 40회에서 35회로 재조정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