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서 7장에서 8장에 이르는 기나긴 논쟁에 예수께서는 적대하는 유대아인들에게 당신의 메시아 신원을 누누히 강조하였다. 이어지는 9장은 장막절을 기회로한 논쟁을 마무리하는 기적 이야기로 끝내고 있다.
예수께서 실로암 연못에서 배내 소경을 기적적으로 고쳐 어두움속에 신음하던 사람에게 광명을 주고 똑똑히 보게 하는데 유대아사람들이 이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이리저리 트집을 잡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예수께 대한 증오는 극에 달한다. 이 이야기는 얼핏 다른 기적 이야기와 다를 바 없는 기적중의 한 사건으로 읽혀질수 있지만 요한 복음사가는 각별한 기법으로 이 이야기를 돋보이게 한다.
어두움속에서 빛을 받은 사랑과 스스로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발로 암흑속으로 들어가는 무리의 대조가 뚜렷하며 전에도 말씀하신 대로「나는 세상의 빛이다」라는 예수의 말씀이 돋보인다. 1절부터 4절까지로 끝나는 9장은 눈먼 사람으로 시작하여(1절)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눈뜬 소경이다라는(41절) 말로 끝난다.
기적을 표징(標徵)으로 표현하는 요한 복음서는 이 이야기의 신학적 표징을 암흑을 밝혀주는 빛이신 예수를 드러내 보이면서 기적 이야기는 간단하게 처리하고(6절~7절)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질문과 소경이었던 사람의 대답이라는 형식의 대화에서 진실을 보는 눈과 진실앞에 눈감는 눈뜬 소경을 첨예하게 대립시킨다.
소경이었던 사람은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사람들이 예수라는 분을 알게 되었고(11절), 그분이 예언자라는 것을 위협에 굴치않고 고백하였으며(17절) 그의 올바른 논리로 예수는 결국 하느님이 보내신 분이라는것을 적대자들 앞에서 변호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예수앞에서는 그 분이「사람의 아들」이라는 신앙을 얻게 된다. 그 반면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를 사기한으로 몰아 가려고 소경이었던 시람과 그 부모에게 협박조의 질문으로 사실 증거를 얻으려다가 실패하고 제 입으로 진실을 인정하게 되며(17절) 끝내는 예수의 말씀으로 구제불능의 죄인으로 판단받게 된다(41절). 이 대화에서 진실은 아는 것은 사실에 입각해서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데 있다. 소경이었던 사람은 세번 모른다고 대답하였고(12절, 25절, 36절) 진실을 외면하는 바리사이파인들은 세번 아는체 하면서(16절, 24절, 29절) 자기들의 암담한 아집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든다. 소경이었던 사람의 대답중『그 분이 죄인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내가 소경이었는데 지금은 잘 본다』는 대답과(24~25절) 말실수를 유발하려고 같은 질문을 거듭할때『그 대답은 벌써 했는데 또 묻는 것을 보니 당신들도 그 제자가 되려고 하는 것입니까』라고 한 대답(27절)과 예수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다라는 어거지 발언에 대하여『분명히 내 눈을 뜨게해 주셨는데 어디에서 오셨는지 모른다니 말이 됩니까』(30절~31절)라고 대답한 말은 진실이 협박보다 우세하다는 것을 돋보이게 해 준다.
참고로 공관 복음서에서 소경을 눈뜨게 한 기적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예리고의 소경(마르10, 46~52 루가17, 35~43 마태20, 29~34)
2) 갈릴래아의 두 소경(마태9, 27~31)
3) 갈리래아(가정르나음?)의 귀머거리소경(마태12, 22~23)
4) 벳사이다의 소경(마르8, 22~26)
5) 예루살렘 성전정화때(마태21, 14)
실로암소경 기적의 교훈
1) 어두움이 빛을 이기지 못한(요한1, 5). 예수께서 세상에 오신 것은 구세주로서 인류를 죄에서 구제하기 위한 구세주이시라는 것을 요한은 어두움과의 투쟁에서 빛의 승리라는 것을 주제로 삼고 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8, 12)라는 예수의 말씀은 죄(진실을 외면하는 아집)의 암흑세상을 눈뜨게 해준다. 이 사상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5, 14)라는 말씀으로 세상구제사업이 교회에 위임된 것임을 밝히는 초대교회의 교훈이기도 하다.
2) 실로암의 소경과 바리사이파인들과의 토론은 초대교회에서 교회반대자들에 대한 호교론적인 토론을 반영한다. 초대교회가 정리해야 할 문제는 안식일을 주일로 바꾼데서 오는 유대아인들쪽의 저항이었다. 이 문제는 손병신의 치유와 안식일법 논쟁 (마르3, 1~6), 18년간 허리를 펴지못하는 불치병의 치유와 안식일법논쟁(루가13, 10~17), 베짜타연못에서의 중풍병자치유와 안식일논쟁(요한5, 5~9)에서 충분히 토론되었고 여기서는 예수의 신분설정이 초대교회의 또 하나의 문제였음을 반영한다.
소경이었던 사람은 분명히『내 눈을 뜨게 해준 분이 하느님의 사람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는 논증과『하느님은 죄인의 청은 안들어 주시지만 그분의 뜻을 따르는 사람의 청은 들어주신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라는 대답에서「우리」는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대명사이다. 세번째 초대교회문제는 90년대에도 예수를 메시아로 믿는 사람들을 유대아인들은 그 회당에서 추방하는 파문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바리사이파인들의 질문을 받은 소경의 부모는 직접대답하지 않고 자기 아들이 나이가 있으니 그에게 직접 물어 보라는 완곡한 대답에서 알수 있다. 이 사실은『너희는 회당에서 매질을 당할 것이다』(마태10, 17)라는 예언이 초대교회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3) 세례식의 예표이다. 초대교회의 카타꼼바에는 배내 소경의 눈뜨는 장면이 7번이나 그려져 있고 이 그림은 그리스도교의 세례와 연결되어 있다. 그후 초대교회 세례예식서는 요한9장의 이야기를 그대로 도입하였다. 예비자는「주님, 믿습니다」의 대답과 더불어 예수께서 하신 대로의 절차(침바름 등)를 그대로 실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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