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책을 놓고 창가에 가서 힘껏 창문을 열어 제꼈습니다. 그리고 오늘따라 유난히 파아란 하늘을 올려 바라보며 크게 심호흡을 하려는데 문득 예수님 승천하시던 날 두 천사가 갈리레아 사람들에게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하늘로 올라가신 저 예수는, 그분이 하늘로 가시는 것을 너희가 본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행전1, 11)
바쁜 일상생활에 묻혀 언제 세월이 가는지도 모르게 벌써 전례주년의 B해를 보내고 C해 첫날인 대림 제1주를 맞이했습니다.
해마다 이 때가 되면 신경 쓸 일은 자꾸 많아지는데 일손은 잡히지 않고 어물쩡 하다보면 이내 성탄절을 맞게 됩니다. 그래서 올해는 보다 보람있는 대림시기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 시기를 우리는 한편으로는 구세주가 보잘것 없는 한 어린 아기로 이 세상에 태어난, 미구에 맞이할 성탄절을 준비하면서 또 한편 오늘 복음성서에서 『구름을 타고 권능을 떨치며 영광에 싸여 오는』예수를 보게 될 날을 기다립니다.
성탄 준비에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은 상인들인듯 합니다. 백화점에는 이미 한달전부터 산타 할아버지와 함께 오색 전등불이 반짝이고 각종 성탄 카드와 특별선물 세트가 시민의 마음을 유혹합니다.
우리 그리스도 신자의 축제인 성탄절을 그들에게 빼앗긴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는 지혜롭고 부지런한 상인들을 탓하기보다 우리들의 나태하고 습관에 젖은 자신들을 반성해야 겠습니다. 적당한 시간에 판공성사나 보는 것으로 나의 성탄준비를 끝내버린 습관이 부끄럽습니다.
그렇잖아도 할 일이 많은데, 성탄성가 연습 때문에 성가시다고 짜증스러워 하면서 불평했던 적도 여러번이었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찾아보는 일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고 성탄을 준비하며 특별한 기도나 봉사를 해 본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공장이나 백화점은 고객의 취향에 맞게 해마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 전략을 수립하여 성탄절에 한몫보려고 하는데, 이 은총의 시기에 「나도 한몫」보려는 마음을 내 것으로 챙겨야 겠습니다. 그래서 세상일에 쓰는 마음의 10분의 1이라도 성탄을 기억함으로서 하다못해 마음의 십일조를 오시는 그리스도께 바치고 싶습니다.
성탄의 은총은 해방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다시 오시는 날 우리를 영원히 해방시켜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너무 많은 제약가운데 파묻혀 있습니다.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싶지만 돈이 없습니다.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싶지만 건강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내앞에 닥친 일만 생각해도 너무 바쁩니다.
손이 열개라도 쉴 손이 없을 것입니다.
하루가 48시간이라도 잠잘시간이 늘어날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첩은 해야할 일과 만나야 할 사람으로 꽉차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과 피곤한 육체로 지쳐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 이기적이고 육체적인 욕망과 유혹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 탄생의 은총은 우리를 이 모든 속박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줄 것입니다.
그 분이 오신 것은 이땅의 죄와 죄의 결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곧 우리의 희망입니다.
이번 대림시기에 성탄절을 잘 준비하는 나 자신을 자주 생각합니다.
구원을 기다리는 희망으로, 성탄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마음은 바로 일생을 준비하며 「영광에 싸여」다시 오실분을 기다리는 마음이기에, 대림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는 일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자주 하늘을 바라봅시다!
창문을 열 때마다. 신발을 신고 외출할 때에도 일에서 잠깐 해방되고 싶을때도,
고독이 온 몸을 엄습할 때도, 눈물이 날 때도,
맘의 여유가 생겼을 때도,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도,
강한 유혹을 느낄 때에도… 머얼리 하늘을 바라 볼때마다 『구름을 타고 권능을 떨치며 영광에 싸여』오실 그분을 그려봅시다.
이것이 곧 오늘 복음 성서의 말씀대로 「늘 깨어 기도하는」자세일 것입니다.
지난호까지 수고해주신 조광호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성베네딕도 수도회 서경윤 신부님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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