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쫓겨나다시피 박해자들의 손을 벗어난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다시 갈릴레아의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회당에서 가르치셨다. 그 하신 일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과 병자와 허약자를 고쳐주시는 일이었다.
때는 겨울, 팔레스티나에서는 추수 때이다. 이와 같이 예수님의 사목행각을 전반적으로 기술하는 것은 마태오가 예수의 중요한 설교교훈을 내리는 장면을 유도할 때 쓰는 기술방법이다. 산상 교훈을 내리기 전에도 비슷한 말로써 유도하였다(마태 4,23).
산상교훈에서는 (마태5장~7장) 하늘나라가 지상에 임하였음을 선포하셨고 이번에는 이 나라를 전하고 유지하라는 파견교훈을 주내용으로 한다.
첫번째 교훈에서는 말씀에 뒤이어 기적으로 말씀을 확인시켰고(마태 8,1~9,31) 두번째 교훈에서는 파견하는 사도들에게 기적의 권능을 주신다. 열두 제자를 불러 모으시고 마귀를 쫓아내는 권능과 병을 고치는 능력을 주시며 하느님나라를 전하고 병든 자를 고쳐주라고 하셨다. 사도교회는 주님의 명령으로 파견 되었으며 주님이 주신 권능을 행사하며 그 명을 따랐다. 사도들은 그 후계자들에게 이렇게 하였고 자금도 교회는 신품(神品) 성사로써 주님의 파견을 받고 그 신권을 행사한다.
이들은 목자이며 밭의 추수꾼이다. 이들이 해야 할 일은 광대 하며 막중하다. 하느님의 백성은 아브라함이 축복받은 겨레로서 가끔 평화스러운 양떼로 비유되어 왔고. 하느님이 그 목자로 표상되었다(에지 34,11 이하) 그런데 하느님의 위임을 받았던 이스라엘의 목자들은 위임받은 양들을 버리고 자기 배를 채우는 데만 골몰하고 있었다(에제34,2 이하).
이 버려진 양떼、 목자없는 양떼(민수27,17 : 열왕상 22,17)의 구약 예언자들의 사목상(司牧狀)을 예수께서는 함께 살고 있는 동족들을 바라보며 그 어느 때보다도 실감하고 있었다. 마르꼬는 이 버려진 양떼에서 굶주린 군중을 보아 이 대목을 예수님의 빵의 기적으로 군중을 먹이는 장면에서 언급하였고(6,34) 마태오는 이 양떼가 지도자도 없이 헤매며 지치고 시달리고 있는 영상을 그려 영적인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였다.
역사적으로 맺혀져 내려오는 이 양떼의 영상은 예수의 연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밖에 없었고 하느님나라의 사목책임자로서 목자파견이라는 다급한 사정을 절감하였다. 사도교회는 자신들이 주님의 파견을 받은 목자들이란 자각을 가지고 교회활동을 시작하였고 예수 그리스도를 으뜸 목자로 생생하게 모시고 있었다 (베드전 5,4).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제자들은 목자로 보내는 으뜸목자 예수의 마음은 착찹하였다. 오랫동안 목자없이 살아온 저 양떼들이 측은하기는 하지만 고분고분하지는 않다. 나중에 72인 제자들을 보내면서도 같은 심정이었다. 「너희를 이리떼 속으로 보내는 것 같구나」(루가10,3) 그러나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지도자없는 양떼들은 죄의 길을 걸어왔다. 하느님의 지시대로 길을 걸어오지 않고 제멋대로 살아왔다. 이 방종한 양떼 중에서 건질 수 있는 양들을 건져내야 한다.
이 엄청난 일거리를 단 12명의 제지들에게 맡기는 것은 무모에 가깝다.
예수께서는 이 일거리를 깨우치노라고 양떼의 영상에서 밀밭추수일의 영상으로 바꾸어 말씀 하신다.「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추수의 이미지는 하느님의 일의 완성을 상정하는 구약사상이다(이사9,2~3 : 27,12 : 호세6,11 : 요엘4,13)
그러나 주님의 일을 위임맡은 목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인간은 자기 힘으로 하느님의 일을 다 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인간들은 목자로 선택되면 세상에 하느님의 일을 크게 외치면 된다.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이루어 주신다. 그러니 일을 주관하시는 하느님께 추수할 일꾼들을 더 보내 달하고 기도할 필요가 있다. 이 기도는 예수님 자신이 이리떼 속에 12제자를 보내면서 열렬히 기도하고, 사도들이 교회활동을 시작하면서 늘 기도한 내용이다. 그 후 어제도 오늘도 교회는 끊임없이 이 기도를 바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일거리를 위임받은 일꾼은 암담하기만 하겠지만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 용기는 믿음에서 나온다. 하느님 뽑아주셨는데 낙심할 것이 무엇인가.
주님의 밭에서 일하는 일꾼은 추수의 기쁨을 맛 볼 것이며 주님이 주시는 기쁨은 무한하며 즐거움에 넘칠 것이다(이사9,2~3). 그저 성실하게 부지런히 그러나 현명하고 잽싸게 일 할 수 있게만 해주소서. 제가 대령하였습니다. 저를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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