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는 유구거리를 다시 배회하다가 가출한지 석달만에 지서 경찰에게 붙잡혔다. 강권에 못이겨 집에 들어 가긴 했지만 여전히 집안에 있는 것이 바늘방석 같이 어색하고 불안하기만 했다. 낮에는 앞산이나 뒷산 양지쪽에서 가랑잎을 이불삼아 잠을 청했다. 밤엔 헛간 볏짚더미에서 지새다시 피했다.
6개월이 지났을 무렵 그의 부친은 마침내 그들을 내보내고 손수 부엌일을 맡아서 하시며 외출 하시게 되면 아내몰래 방앗간 할머니에게 아들의 식사를 부탁하시곤 하셨다. 인수가 세끼 먹는다는 구실로 노인은 쌀 두되정도 가져가고 장독에 있는 장들을 마구 퍼갔다.
어느날 그의 부친은 아들을 데리고 일자리를 따라 서울 근교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매일 일터에 나가시고 인수는 한동안 무위도식하며 강가나 아니면 거리를 하는일 없이 배회하면서 엄마없는 서글픔과 허전함에 늘 우울했고 해질 무렵이면 더욱 슬펐다.
그의 이런 심정을 알아주는 사람은 이 넓은 하늘아래 단 한사람도 없었다.
서울에 올라온지 1년후 부친은 또다른 이혼한 부인과 두번째 새 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이불보따리와 살림도구 몇개를 사가지고 행당동 산 꼭대기를 오르는 그의 두눈엔 구슬같은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두번째 새 엄마! 먼 발치에서 몇번 보았던 그 여자, 짙은 화장으로 화류계 여자처럼 보였던 키가 작고 목소리가 카랑카랑했던 그 여자…. 인수는 또다른 세계에서 이방인처럼 새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설움이 홍수처럼 북받혔다. 해만지면 심한 우울과 얼굴도 모르는 자기를 낳아준 생모가 보고싶어 남모르게 울어야만 했다.
인수는 두번째 가출하여 생각하다 못해 용감하게 뛰어든 곳이 용산청과시장이었다. 시장에서 청과물 리어카를 끌며 짐을 옮겨주는 일에 종사했고 하루에 수입은 2.3 천원정도 됐다. 그때의 수입으로는 상당히 큰 것이었다. 부지런히 벌어 저축한 관계로 1년6개월만에 백만원정도 돈을 모을수 있었다. 그 돈으로 시장 부조상회 앞에서 앞자리 장사를 시작했는데 상회앞에서 장사한다는 명목으로 시장쓰레기 상하차 하는 것을 도와 주어야했다. 하루평균 4~5천원정도 벌이로 어느정도 생활이 안정되어갔다.
그러나 인수의 마음 한구석에는 허전함과 공허감이 늘 가득 차 있었고 그래서 괴로웠다. 그리고 친한 친구도 없이 무취미 생활에 신앙도 없는 그는 자연히 눈에 보이는 흔한 술집과 착착달라 붙는 윤락가를 배회하는 탕아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엄마 사랑에 굶주리고 한이 맺힌 10대의 외로운 소년인 그가 분별력없이 한번 빠진 향락의 함정은 걷잡을 수 없이 점점 그의 심장을 깊숙히 잠식하여 갔다. 그래서 매일 윤락가 거리에서 흥청거리게 되었다. 그는 자연 스럽게 하루살이 인생으로 차츰 일에도 흥미를 잃어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정신이 번쩍 들어 윤락가에서 밭을 빼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을땐 남은것이라곤 무일푼에 극히 초췌해진 알몸뚱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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