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선교파견이다. 인류복음화를 위한 12제자 첫 파견이다. 예수께서 12제자를 불러 그들에게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를 고쳐주고 심지어는 죽은 자를 되살리는 권능을 주시고 세상에 보내셨다. 가서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와 있다고 전하라. 이것이 그들에게 주는 지상명령이었다. 이 말씀은 예수께서 세상에 나타나 발한 제1성이기도 하였다.
12제자는 예수께는 상당히 소중하였다. 이들을 뽑을 때 예수께서는 산에서 기도하신다음 제자들을 불러 그 중 마음에 두셨던 열두 제자를 뽑아 사도로 삼으시고 당신 곁에 있게 하셨다(마르3, 13~14). 사도는 파견된 자란 뜻이다. 그 때 마음에 두셨던 일을 지금 하시고 계신 것이다.
마르꼬복음서에 따르면 그들은 둘씩 짝지워져 파송된다. 여기서 둘씩이라는 표현은 마르꼬가 강조하려는 특기사항이고 이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복음서에서 사도 명단이 둘씩 짝지워져 있고 사도교회에서 사도들이 선교활동을 떠날 때 늘 둘씩 짝지워져 다녔다. 초대 그리스도교의 선교관습이었던 것이다.
이 관습은 그 이후 교회에서도 오랫동안 지켜져 왔고 지금본당에 사제 둘이 함께 상주하는 것도 여기서 연유하는 전통이다. 그것은 복음선포에 두 사람의 증인이 지닌 효력을 부여한다는 구약성서의 말씀을 따른 것이기도 하고(신명 19, 15). 사목활동에서 서로 돕고 위로가 되어 더 큰 효과를 나타낸다는 전도서의 말씀(4,9)을 따른 것이기도 하다.
주님은 이들을 파견하시면서 몇가지 지침을 정해주셨다. 적대시하는 지방에는 가지 말고 우선 이스라엘의 잃은 양들을 찾아가라는 것과 그들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축복을 내리고 그들을 고통과 악에서 구해주라는 것이었다.
우선 적대하는 지방을 사마리아와 이교도동네로 들었다. 이것은 필립보가 사마리아 지방을 전교했다는 사실(사도8, 5와26)과 온 세상에 가서 세례를 주라는(마태28, 20)예수의 마지막 말씀과 위배되는 것처럼 들린다. 이 말씀은 우선 마태오복음서에만 있고 마태오는 유대아 교우들에게 이 복음서를 썼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마리아는 정통적인 유대아인들에게는 이방인들 점령 하에서 그들과 어울려 우상숭배에 젖었던 사람들이고 그들이 증오하는 불구대천의 민족이다(집회50, 25~26). 그러니 이 지방들은 우상들의 지방을 상징한다. 이들은 하느님나라의 적대자들 이다. 구원은 복음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것이다. 그러니 이스라엘의 길 잃은 양들을 찾아가 또 한 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예수께서 구약성서의 말씀을 이루고 계신다는 것을 밝히려는 마태오복음서의 특징이다. 에제키엘 에언서는 이렇게 예언하였다: 내가 몸소 내 양떼를 기를 것이다. 주 야훼의 말씀이다. 헤매는 것은 찾아내고 길 잃은 것은 도로 데려 오리라(34, 16). 이스라엘은 요한이 올바른 길을 가르쳐 줄 때 뉘우치지 않았고 믿지 않았다(마태21, 32). 그들은 하느님나라를 빼앗기로(43절) 그 대신 새 이스라엘이 구원을 받을 것이다.
새 이스라엘은 복음 말씀을 받아들이고 믿는 사람들의 나라이다. 제자들에게 이스라엘의 길 잃은 양을 찾아가라고 말씀하신 것을 인용하면서 마태오는 하느님께서 유대아인들에게 모든 노력을 다 기울였지만 결국은 그들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배역했다는 것을 암시하고 그 대신 구원의 빛을 새 이스라엘인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받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이 공동체는 모든 백성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마태8, 11이하: 15, 21이하)
믿지 않고 반대하는 자들과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어디서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말도 듣지 않거든 그 집이나 도시를 떠날 때에 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 버려라. 유대아인들은 이방지방에서 돌아올 때 발에 묻은 이방의 흙을 털어버리고 자기 땅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우상숭배로 더렵혀진 모든 것을 거룩한 땅에 묻히지 않으려는 행위였다. 이 행동은 유대아공동체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우리 복음서에서는 복음말씀을 거절하는 모든 사람은 유대아인까지 포함해서, 우상숭배의 이방인과 같이 부정한 사람취급을 받는다는 상징이 된다.
소돔과 고모라는 창세기 때부터 그들의 패륜 때문에 가혹한 천벌을 받은 상징으로 전해져 내려온다(창세19, 24~28). 복음선포의 전교활동을 거역하는 도시가 받을 법은 이 보다 더 엄중한 것이라는 경고는 사도들이 전교활동에서 얼마나 많은 반대에 부딛쳤는가를 알려준다. 그러니 파송된 사람들은 한 눈을 팔수가 없다. 전도여행의 필수품 장만에 조바심을 하는 것조차 복음전파에 분심이 된다. 제자들은 오로지 전교에만 마음써야 한다.
여행에 금지된 사항이 6가지나열되어 있다. 지팡이, 빵, 전대, 돈, 두 벌 신과 두 벌 옷. 여기서 마르꼬만은 지팡이를 허용한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마르꼬는 보다 광범위한 지역을 포괄하는 사도시대의 선교활동을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선교에 파송된 제자들의 생활에 관한 조바심포기는 예수자신의 생활태도를 본받은 것이며 또 한편으로는 지팡이, 전대, 겉옷 한 벌만 걸치고 거리를 방황하던 견유학파 철학자들의 가난보다 더 가난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해 두었을 지도 모른다.
하여튼 일하는 사람은 그 공동체가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 제자들을 받아들이고 그의 말을 믿는 집을 찾아 그 곳에 머물라는 것은 초대교회의 본당을 뜻한다. 그 집은 평화를 얻을 자격이 있다. 히브리어로 샬롬은 기쁜 소식을 반기는 평화의 소리이다(이사52, 7: 나흠2, 1). 샬롬이라는 인사 속에는 하느님의 방문이라는 뜻이 깃들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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