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탄생하실 때 조국 유대아는 위대한 지도자 마카베오 왕조가 몰락하고 순수 이스라엘 혈통이 아닌 에돔족의 이루메아인 헤로데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 헤로데 대왕이라고 불리는 이 자는 유대아의 왕이 나셨다는 소리를 듣고 그 아기를 죽이려고 무고한 어린이들을 집단 학살한자이다. 오로지 권력을 위하여만 살고 있던 그는 마카베오 왕조 마지막 왕 히르키누스 2세(기원전63~40)의 군장교 안티파테르의 아들로서 세력이 강한 쪽에 편들었다가 기회를 놓치지 않는 교활한 자였다.
히르키누스 2세 왕의 손녀딸 마리암과 정략결혼을 하여 정권을 잡고 로마황실에 탄탄하게 하였다. 이렇게 시작한 헤로데 왕조 일가는 평탄치를 못하고 일가 안에서 음모와 분쟁으로 불행한 정치생활을 하였다. 헤로데는 10명의 여자와 결혼하면서 여자들의 농간에 휘말리기도 했고 여자들을 정치권력유지에 이용하기도 하였다. 이 여자들에게서 낳은 많은 아들딸들도 역시 근친결혼을 하면서 정치노름에 몰두하였다.
그 중 우리가 잘 아는 사람들은 헤로데가 죽으면서(기원전 4년) 배다른 3형제 아들에게 왕국을 분할 통치케한 분봉왕 아르켈라오, 헤로데 안티파스, 필립이 있다. 이 중 헤로데 안티파스는 예수께서「그 여우」(루가13, 32)하고 부른 교활한 자로서 아버지의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아 권력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는 인물이었다. 이자는 갈릴래아와 페레아를 통치하면서 종주국 로마황실에 아첨하여 왕칭호를 따냈다. 그는 로마황제 티베리우스의 이름을 따서 갈릴래아 바다 서해안에 티베리아데스란 도시를 건설하고 자기 영지의 수도로 삼았다.
한편 그는 국경지대에 나바테아라는 강력한 아라비아 부족 국가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여우같은 안티파스는 나바테아왕 아레타스 4세의 딸과 정략결혼을 했다. 그러나 그 주도면밀한 권력유지를 위한 두뇌회전도 한 여인을 만나면서 혼미에 빠졌고 정치운명을 망가뜨렸다.
그는 로마에 아첨하기 위하여 로마를 방문하였다. 로마에는 그의 배다른 또 하나의 형제(아마도 형)자기와 같은 이름의 헤로데가 살고 있었다. 이자가 복음서에서 헤로디아의 남편 필립이라고 지칭된 자인데 헤로데 대왕의 제3부인의 아들로서 무관의 왕자로 로마에 와서 연줄을 탐색하고 있었다.
헤로데 안티파스는 형의 집에 머물면서 이복 형수 헤로디아에게 쑥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 여자는 헤로데 대왕의 둘째 부인을 할머니로 한 손녀딸이고 남편 헤로데 필립은 셋째부인의 아들이다. 그런데 헤로데대왕은 헤로디아가 3~4세 때에 아들 헤로데 필립과 약혼을 시켜 결국 이복삼촌과 살게 되었다. 무능하고 관직없는 남편에 실증이 난 헤로디아는 대왕의 넷째부인의 아들이며 분봉왕인 헤로데 안티파스의 추파를 한 눈에 받아 들였다. 그녀는 물론 전처를 내보낼 것을 요구하였다. 술에 취한 듯 여자에 취한 분봉왕 안타파스는 그 요구를 받아들였고 형수 헤로디아와 결혼하였다. 이 때가 기원 26년경이였다.
이럴 듯 난잡스러운 헤로데 일가 통치를 개탄하고 고발한 것은 회개의 설교를 하던 세례자 요한이었다. 분봉왕의 헤로데와의 결혼은 율법에도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세례자 요한의 이 비난도 헤로디아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주었다. 자기 자신의 신상에 대한 비난도 참기 어려웠지만 그보다도 요한의 비난은 군중 속에 여론화하여 새 남편의 위치를 위태롭게 했기 때문이었다.
여자의 속삭거림은 이 눈가시를 쉽게 감옥에 처넣을 수가 있었다. 집회서의 말씀대로(25, 13이하)한 여자의 마음속에 사악이 도사리기 시작하면 그 어느 악도 여자의 악심과 견줄 수가 없다. 그 악은 끝에 복수를 하고야 만다. 반대로 남자는 악했다가 선했다가 변덕이 심하다.
헤로데는 요한을 감옥에 처넣었지만 남자의 변덕일까 아니면 자기 신상을 생각했을까 그를 성자로 인정하고 가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였다. 그를 죽이라는 헤로디아의 앙탈을 듣지 않았다. 여자는 이럴 때에 기회를 엿보며 기다리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세례자 요한은 복음서에서 늘 엘리아와 비교되며 다시 살아나 민중 앞에 나타난다고 예언한 엘리야가 곧 세례자 요한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권력자의 비행을 꾸짖은 정의 구현행동에서 같고(열왕 상21, 17~26: 역대 하21, 12~19: 이사야의 순교 2, 14~16)간악한 여인의 원한을 사 박해를 당한 점에서(열왕19, 2)같다.
엘리야는 사악한 왕 아합이 왕비 이세벨의 농간에 빠져 천하에 못할 짓을 자행하는 것을 꾸짖었다. 「당신은 이스라엘을 망치는 장본인입니다」라고 규탄하였던 곳이다. 이세벨은 자기 일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엘리야를 참을 수가 없어 천벌까지 받겠다고 맹세하며 죽이기로 공언하였다. 엘리야는 위기를 피하여 탈출하였다. 헤로데의 아내 헤로디아는 악녀 이세벨보다 더 교활하고 더 영리하였다. 때를 기다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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