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이번호부터 지상 신학강좌 제5편「윤리신학」을 가톨릭대 교수 최창무 신부의 집필로 연재합니다. 지난 호까지 신론을 집필해주신 최영철 신부께 감사드립니다.
윤리신학이란 무엇인가? 글자대로라면 윤리를 신학적으로 다룬다는 의미이겠다. 윤리신학은 신학의 한 분야로서 인간의 삶을 신학적으로 다루는 학문이다. 이를 개신교 계통에서는 기독교 윤리학이라 하며 가톨릭에서만 일반적으로 윤리신학이라고 부른다.
학문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신학도 그의 고유한 발달과정을 가지고 있으며 오늘의 윤리신학이라고 하는 독립된 과목은 16세기말에서 17세기 초에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는 명칭에 관한 것일 뿐 학문의 내용면에서는 이미 성서와 교부들에 근거하고 있다.
인간의 삶을 신학적으로 다룬다는 말은 게시된 삶의 진리를 믿음의 빛으로 조명받고 성서와 교회의 전통에 기초를 두며 교회의 교도권의 지도를 받아 구체적 삶의 원리와 규범을 연구하고 체계화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윤리신학은 어떤 특정종교인이나 종파에 대한 생활규범이나 윤리가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고 하는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으며 영원한 삶에로 초대받은 전 인류를 위한 포괄적이며 보편적 삶의 의미와 가치를 지향하는 학문이다. 개개인을 위해서는 인격의 성장과 성숙을 위한 길을 제시하고 사회적으로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동선을 추구하며 보다 인간화 된 사회를 지향한다. 이렇게 보면 인류의 역사가 구세사임을 즉 하느님과 인간과의 역사임을 알게 되는 공부이다.
윤리신학은 인간의 풍습과 관례, 전승되는 윤리, 도덕의 규범들과 새로이 형성되는 삶의 현장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위의 소재를 다룸에 있어 윤리학적 논리로서보다『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14, 6)하신 예수님의 가르침과 삶을 기준으로 한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8, 12).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는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와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체(神秘體)인 교회가 기준이 되고 인간의 학문적 노력으로 형성된다.
윤리신학의 대상이 인간이고 인간의 삶이기 때문에 인간과 관련되고 인간을 위한 다른 모든 학문들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으므로 상호보조와 협력이 필요하다.
성서학: 『신학의 영혼과 같은』(계시헌장24) 성서를 연구하는 성서학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윤리신학은 성서 주석과 성서신학을 통하여 성서에 계시된 진리를 보다 폭넓게 알아듣고 이해하여 실제 생활원리의 기초로 삼는다.
교의신학: 윤리신학은 교의신학과 함께 조직신학(組織神學)을 이루고 있다. 교의신학이 주로 게시진리와 하느님과 성삼위(聖三位)의 구세경륜(救世經綸)을 고유대상으로 한다. 반면에 윤리신학은 하느님의 반영(反映)이며 상대역(相對役)인 인간과 인간의 삶의 원리와 원칙들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느님과 인간과의 구원의 역사 안에서 교의신학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말씀하시는 방향(創造ㆍ救援ㆍ完成)에서 고찰하고 윤리신학은 인간이 하느님께 응답하는 방향에서 연구한다. 이 두 신학의 분야는 마치 부름과 응답처럼 대응되어 하나를 이루고 있다. 17세기 후반부터는 불행하게도 이두 분야의 학문이 너무 분리되어 발전하며 신학의 풍요로운 결실을 내지 못했다.
실천신학: 윤리신학은 개인이나 공동체의 삶을 다루는 학문분야로 실천신학과는 내용면에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특히 사목신학, 교회법 등과는 같은 소재와 대상을 두고 학문의 고유한 원리와 원칙면에서 구별된다. 윤리신학이 연역적 방법으로 연구한다면 사목신학이나 교회법은 실제적이고 귀납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것이 특성이라 하겠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윤리신학과 영성신학의 관계로 깊어졌다. 과거에는 윤리신학이 계명과 규범에 대하여 최소한의 의무와 권리를 다루고 영성신학은 완성에 이르는 원리와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서술한 적이 없지 않았으나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이후는 많이 변화되었다. 윤리신학이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원리와 원칙을 연구한다면 영성신학은 삶의 방법과 목표에 대한 원론을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하겠다.
윤리신학은 이미 13세기부터 원론(原論)과 각론(各論)으로 구분하여 논하여 왔는데 흔히 기초 윤리신학과 특수 윤리신학이라고도 했다. 이는 번역에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원론적 부분에서는 윤리신학을 연구하는데 있어 전제하거나 기초로 삼는 주제들, 이를테면 그리스도교적 인간 이해, 윤리성의 원천(源泉), 규범(規範), 죄(罪), 덕(德) 등을 다루었으며 각론에서는 대신윤리(對神倫理)와 대인윤리(對人倫理)을 중심으로 말한다면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를 규정하고 마땅한 예배와 경외심을 요구하는 전반부와 인간의 현세생활과 이웃과의 관계에서 요청되는 후반부의 내용들이라 하겠다.
필자는 윤리신학을 다루는데 있어서 원론인 기초 윤리신학과 윤리신학 각론으로 다루겠으며 윤리신학 각론에서는 편의상 인간의 삶의 생활군이라고 할 수 있는 네개의 분야로 구분하여 다루려 한다. 기초 윤리신학에서는 인간론 개관, 행위론, 규범론, 죄론을 다루고 윤리신학 각론에서는 대신윤리 1편과 대인윤리(個人ㆍ對人ㆍ社會) 3편으로 구분하여 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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