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을 든채 착잡한 심정이 되어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자녀가 결혼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유난히 의식하게 되는 것은 역시 계절도 계절이려니와 나이에 대해 보다 민감해진 탓인가 합니다. 어차피 나는 사위 볼 팔자는 못되므로「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될텐데, 그 친구의 사윗감이 어떤 인물인지 또 그 친구가 어떤 장인이 될지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그사람을 사윗감으로 결정하고 결혼식을 치루게 된 과정을 내 기준에 준해서 짐작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그 사람의 됨됨이를 봐야겠지요. 어떻게 생겼으며 체격이나 건강상태는 어떤지, 경제적 능력은 어느 정도이며 성격은 어떠하고 무엇보다 자기 딸을 얼마나 사랑할지 가늠해가며 확신이 생기면 사윗감으로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사윗감으로 결정되고 나면 혼인 날자를 정하고 결혼식 준비에 착수하게 될 것입니다.
딸을 혼인시킴에는 혼수를 비롯한 제반 돈드는 일도 있고 본당신부를 만나 사무적인 처리도 해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딸을 보내기 전 마지막 마무리 준비로 새 가정의 한 아내로서 한 며느리로서 또 장래 어머니로서의 마음가짐과 삶에서 오는 어려움을 극복한는 지혜 그리고 그외 부모로서의 훈계 등으로 인격적 준비를 시켜야할 것입니다. 그런 준비 과정에서도 자주 사윗감에 대한 뿌듯한 느낌도 갖게될 것입니다.물론 모든 면에 만족스럽진 못하겠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사윗감이란 생각도 들고 장차 만족스런 사위를 생각하며 흐뭇한 기쁨에 잠기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위를 위한것이라면 아무것도 아까운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이런 기쁨을 장래 사위에 대한 믿는 마음에서 나온 것입니다. 아울러 그를 믿는 마음이 없었다면 이 혼인이 성사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아마도 자기 사윗감이 자랑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청첩장을 친지들에게 보내는 마음은 그날에 이 흐뭇하고 자랑스런 맘을 다시 한번 확인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대림절 첫주일에는 오시는분이 어떤 분인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 분은 성탄절에 어린 아기로 탄생할 분이며 또한 먼 훗날 영광에 싸여 오실 분으로 소개했습니다. 둘째 주일에는 그 분을 맞이하는 내 자신의 준비를 하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을 바로 잡고 회개하여 그분을 맞이할 채비를 하게했습니다.
또 셋째 주일에는 어는 정도 준비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분과 그 분이 가지고 올 구원을 생각할 때 오시는 분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삶의 위로와 맘 속에 간직한 기쁨을 기억하게 했습니다.그리고 오늘 대림시기의 이 마지막 주일에는 그 기쁨이 믿음으로부터 오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문안의 말씀이 내 귀를 울렸을 때에 내 태중의 아기도 기뻐하며 뛰 놀았습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복되십니다』(루가1,44~45)
마리아가 구원자를 품에 지닐 수 있었던 것은 마리아의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천사 가브리엘의 전달말씀을 듣고「주님의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정녕 복된 자」되었습니다.
이제 이땅에 그리고 성탄절을 준비해온 우리의 가슴마다에 구원자 그리스도가 오실 날이 임박했습니다.
이땅에 오시는 구원자를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바탕은 나의 믿음입니다. 마리아와 같은 믿음만이 우리도 그리스도를 내 안에 받아들일수 있습니다. 또 나에게 구원을 가져다 줄 이 믿음 때문에 우리는 구세주의 탄생을 기뻐하고 기다립니다.그러므로 성탄을 준비하는 우리의 마지막 점검은 바로 우리의 신앙입니다.
사람들이 내게 어떤 종교를 믿느냐고 물으면 천주교를 믿는다고 대답합니다. 그럼 과연 천주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그분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시라 대답할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그 믿음이 내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그분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세상 구원을 위하여 당신 외아들을 이 땅에 보내주셨으며, 탄생하신 아드님은 우리 죄를 사하시기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3일만에 부활하시고 승천하셔서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고 마지막 날에 선인과 악인을 심판하러 다시 오실 것이라』잘 대답합니다만 그 믿음으로 내가「정녕 복된 자」되었다고 생각합니까? 내가 이 마음을 가졌기에 하루의 삶이 기쁩니까? 나의 신앙이 참으로 자랑스럽습니까?
성탄을 기다리는 마음은 적어도 잔치를 준비하며 기다리는 마음이라야 하겠습니다. 오실 분이 어떤 분인지, 내자신의 준비에 미비한 부분은 없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 분에 대한 믿음과 기대는 무엇인지 또 그 분이 우리에게 오심이 자랑스럽고 모든이에게 자랑하고 싶은지?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마음은 기쁘고 흐뭇하며 잔치가 임박했을 때 처럼 흥분과 설레임이 있을 것입니다. 이미 그 분은 우리 마음에 와 계시고 또 환영과 축복 가운데 우리게 오실 것입니다.
이런 사람만이『성탄을 축하합니다』하는 인사를 할 자격이 있고 따라서 크리스마스 카드도 잔치에 초대하는 청첩장을 보내는 마음으로 띄우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크리스마스 카드는 모두 부도수표 같은 수표요 고지서 같은 청첩장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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