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의 기후를 보면 2계절이 있다. 11월~4월말~10월 까지가 건조기이고, 4월까지가 우기이다.
건조기가 시작되면 태양은 점점 더 뜨겁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끓는 듯 덥다. 확실한 온도계가 없어서 유감이다. 집에 55도까지의 온도계가 있다.
하루는 너무 더워서 도대체 몇도 일까? 하며 그 온도계를 햇볕에 내어놓았는데 2분만에 55도까지 올라가 버렸다.
물을 바케스에 담아 햇볕에 두면 뜨거워진다. 그늘이 30도를 넘는다.
게다가 말 그대로 열풍이 사하라 사막의 모래를 품고 불어오면 이때는 온 천고운 황토색 모래로 버썩 거리며, 많은 사람들은 눈병ㆍ목병을 앓고, 재채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땀을 닦으면 손수건은 흙색이며, 몸이나 옷도 모두 고운 모래색으로 변한다.
창문에 유리가 없으므로 몇번을 털고 쓸어도 모래가 수북히 쌓인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모래, 모래 뿐이다. 또한 건조기에는 정글의 숲을 태운다. 주민들은 불이 꺼지고 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배가 고프니까 그 곳에가서 타 죽은 동물, 들쥐 같은 것을 찾아 나선다. 숲이 탈 때 날아오는 잡초의 재들은 하늘을 검게 뒤덮고, 마치 검은 눈 인냥 펄펄 내린다.
12월ㆍ1월에 우리나라에는 흰 눈이 오고, 이곳에는 모래눈, 잡초의 재가 된 검은 눈이 펄펄 내린다. 아마 상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때에는 밤과 새벽엔 춥고 해가 뜨면 태양은 끓는다.
밤과 낮의 기온차가 40~50도가 넘고, 그들은 옷과 덮을 것이 없으니, 모두가 감기에 걸려 콧물, 기침 감로 고생이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게『그곳은 더워서 감기환자는 없겠지요』하며 편지해 올 때, 너무나 상상을 초월한 환경이므로 나는 혼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성탄절 2주 동안은 특히 바쁘게 지냈다. 성당에 못나오는 노인들, 불구자들을 신부님과 함께 방문하여 고백성사를 주고, 봉성체하며 작은 선물들을 나눠줬다. 가끔 할아버지는 신부님께 고백성사를 보고, 할머니들은 나에게 고백성사를 보겠다고 하여 나를 당황하게 했다.
성탄구유는 특이하다. 그 풍습대로 아기 예수님의 구유는 흙집에 초가 지붕이며, 구유의 옆에는 바나나 나무와 빨마나무 가지들이 축축 늘어져 있어 이색적이다. 이런 행사로 이어져, 성탄전야에는 젊은이들이 성당 밖에 켐파이어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예수님 탄생에 대한 성탄 연극을 한다.
까만 소녀, 소년이 성모와 성 요셉이 되어 까만 진짜 애기를 앉고 성극을 하는 것을 보며 얼마나 가난한 성탄인가를 보면서, 우리 구원을 위해 가난 속에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의 크신 신비를 묵상하면서 이 가난한 곳에 분명, 아기 예수님의 크신 은총이 충성히 내리실 것이라 생각하며『주님 주님께서 만드신 이 가난한 이들에게 강복 하소서』하는 기도를 드린다. 8시30분쯤 미사가 시작됐다. 자정미사를 시도 해봤지만 사람들이 졸기 때문에 어렵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꿈 속의 얘기이고, 미사 때는 모기떼들이 쉴새없이 여기저기를 물어대고 큰 축일의 기쁨과 환희로 사람들은 환성을 지르고 춤을 추면 너무 더워서 모든 땀구멍은 쉴새없이 땀을 분수처럼 쏟아낸다. 미사가 끝나면 정신이 얼얼하다
성탄 본날 아침 대미사는 거창하다. 열명 이상의 복사들이 신부님을 에워싸고, 춤추는 소녀들은 미사 입장 때부터 흔들고 춤추며, 또 한 선교사마다 자기 고유의 언어로 성탄 인사를 하면 신자들은 기뻐 고함을 지르며 흥겨워 한다.
아무리 가난한 이 사람들일지라도 나눔의 정신은 있다. 봉헌 때 신자 각자가 마뇩(나무뿌리로서 이나라 주식), 바나나, 옥수수, 이냠, 호박 등을 가져와서 미사 후에는 마을의 불구자, 자녀 없는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노래와 춤을 추며 이 선물들을 나눠준다. 우리나라와는 그 형식이 다르지만 이들 나름대로의 불우 이웃돕기에 참여하여 주님께서 초라한 말구유에 탄생하신 그 신비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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