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의 대전(大殿) 낙성식이 되어 황족들과 대신들 그리고 샬 신부도 참석하게 되었다. 오후 4시에 축하 연회가 열렸는데 순치황제의 상과 샬 신부의 상을 똑같이 차리게 하였다 한다. 그날이 금육일이 되어 샬 신부가 음식을 먹지 못하자 황제는 어류와 우유를 가져오게 하여 샬 신부에게 주었다 한다. 연회가 끝난 후 황제는 자신이 그린 그림과 황제의 어인(御印)이 찍힌 부채 두개를 샬 신부에게 주었다. 샬 신부가 황궁에서 황제와 밤 늦게까지 있다가 귀가하게 될 때는 황제가 귀족 청년 4~5명으로 하여금 샬 신부를 호위하게 하였으며 밤에 승마를 하면 낙마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황제는 샬 신부에게 밤에 승마를 하지 못하게 하였다 한다.
순치황제는 6백명의 기병과 많은 수행원을 대동하고 샬 신부의 사제관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1656년과 1657년 2년동안 순치 황제는 샬 신부의 사제관을 24차례나 방문하였다. 황제는 사제관에 오면 먼저 성당으로 들어가기도하고 어느 때는 연락도 없이 사제관으로 불쑥 찾아오기도 하였다.
당시 관습으로 황제가 앉았던 자리는 금황생포로 덮어놓고 아무도 앉지 못하게 하는데 샬신부 사제관은 순치황제가 모두 앉았던 곳이므로 거의 다 금황색포로 덮혀있었다. 그리하여 순치황제는 샬 신부에게「마화(샬 신부를 가르킴) 당신도 이런 미신을 지키셔요? 이런 예절은 무얼지킵니까. 마화 어느 곳이나 앉으셔도 좋습니다」하였다. 순치황제는 사제관 정원에 과일을 손수 따서 먹는 등 일반소년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하였다 한다.
순치황제는 길들인 코끼리 18마리를 데리고 와서 성당 앞 대로에서 경주를 하게 하였는데 사람이 코끼리에게 밟혀 죽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순치 황제는 1657년 3월 14일 탄신일 전날에도 사제관에서 오랫동안 지냈다하여 탄신일에 황족 귀족 문무관원들의 배하(拜賀)를 받고 축하연이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샬 신부의 사제관으로 가겠다고 발표하므로 샬 신부가 급히 사람을 시켜 사제관에 축하연을 준비하였다 한다. 순치황제는 정사에 게으름을 피우고 사냥을 즐기거나 주연과 가무를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황음(荒淫)에 빠지므로 샬 신부가 충고하는 상소문을 올리면 순치황제는 수노(羞怒)하여 얼굴을 붉히고 샬 신부를 피하기도 하였다 한다. 그러나 순치 황제는 곧 샬 신부를 불러 충고를 받아들이겠으니 계속 충고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1652년 산 부처라고 일컬어지는 서장(西藏)의 달라이 라마가 3천여명의 라마와 3만여명의 몽고인의 호위를 받으며 북경에 와서 황제를 알현하게 되어있었다. 황제는 노정(路程)이 약2개월 되는 먼 거리까지 나가서 달라이 라마를 영접하려고 하였다. 샬 신부는 황제가 먼 거리까지 나가 영접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상소를 올려 황제는 친왕을 대신 파견하여 북경성 밖에서 영접해드렸으며 황제는 자금성에서 달라이 라마를 접견할 때 단지 존경을 표하였다. 황제가 달라이 라마를 접견한지 얼마 안되어 국가의 재난이 연거푸 일어났다. 민가에는 천연투가 유행하고 기근으로 국민들의 생활은 어려움을 겪었다. 샬 신부는 황제에게 진언하여 국고에서 은전 40만냥을 내어 기민을 구제하였다. 샬 신부가 순치 황제에게 상소한 것이 약3백여통 되는데 순치황제는 특별한 내용이 씌여있는 것은 문서고에 보관하고 나머지 중요한 것은 사냥 나갈 때도 휴대하여 수시로 읽었다 한다. 샬 신부는 1651년부터 1660년까지 10년간 순치황제의 실제상 섭정자였으며 중국의 조신 중에 가장 유력한 신하였다. 당시 예수회 회원들은 샬 신부에게「왜 순치 황제에게 일료를 권하지 않았느냐」고 비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문제는 사람들에게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샬 신부도 순치 황제를 입교시키려고 노력하였으며 그의 회고록 중에도 많이 나타나 있다. 당시 몽고에서는 라마교를 믿었으며 청나라 정부에서는 몽고족을 회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라마교를 우대하지 않을 수 없었고 순치황제가 천주교에 입교 할 수 없었던 원인 중에 하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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