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흥업소 종사자들이나 범죄자들 사이에 복용돼 오던「백색의 악마」히로뽕이 이젠 가정주부, 회사원 심지어 청소년층까지 파고든데 이어 얼마 전부터는 마약종류 가운데 폐해의 정도가 가장 심하다는 코카인 마저 그 복용실태가 적발됨에 따라 바야흐로 우리나라도 마약전쟁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당시 마약을 국내 공적1호로 삼을 만큼 이제 전세계적으로 마약은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외국에 비하면 아직 초창기라고도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마약실태와 문제점 및 대책 등을 살핀다.
마약 상용 실태
지난 2월 대검찰청 집계에 따르면 89년 한해동안 히로뽕ㆍ대마초 등 마약류 사범 3천8백76명이 적발돼 이중 2천1백4명이 구속되고 1천7백29명이 불구속됐다.
이 가운데 히로뽕 사범은 88년3천3백70명보다 40%가량 줄어든 1천9백94명이며 대마초(마리화나) 사범은 88년 3백51명에 비해 1천25명으로 2백92% 늘어났다.
또 아편사범은 88년 2백68명이던 것이 비해 8백57명으로 늘어나 3백19%나 증가하여, 히로뽕 대제마약으로 대마초, 아편 등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84년부터 88년까지 연평균 1백80%증가율을 보여오던 히로뽕 사범이 작년에 크게 줄어든 것은 89년초 마약단속 지휘권이 보사부에서 대검찰청으로 이관 격상되고 수사관이 대폭 증원된데 힘입어 작년 한해동안 부산의 최재도를 비롯 서울의 피터팬사건, 유한농장파 사건 등의 적발로 거물급 히로뽕 밀조사범들이 차례로 검거돼 국내공급량이 일시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마약사범이 지역과 직업 연령적으로 골고루 퍼지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히로뽕의 본기지로 부산이 꼽혔으나 작년의 경우 서울 경기 지역이 37.4%로 늘어났으며, 히로뽕 안전지대였던 광주 전남지역도 7.8%나 차지, 히로뽕이 전국적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과거에는 주로 폭력배나 유흥업소 종사자, 일부 연예인 등에 한정됐던 복용자가 이제는 강정제, 살빼는 약, 피로회복제, 잠안오는 약b등으로 교묘하게 위장돼 회사원 운전사 학생 가정주부 농민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투약장소도 술집 등 유흥업소에서 청소년 오락실ㆍ만화가게 심지어 가정에 까지 침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연령별로도 하향추세가 두드러져 2,30대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58%를 차지하고 있다.
마약 전담 관계자들에게 따르면 적발된 3천8백여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전국적으로 히로뽕 상용자만도 13만명이 넘으며 이중 부산에만 5만명이 있다는 것이다.
폐해
우리나라의 경우 5, 60년대는 아편이, 70년대는 대마초가 일부 연예인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때 성행했으나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으로 주춤했다.
70년대 중반들어 한국에서 제조, 대부분 일본으로 흘러들어가던 히로뽕이 일본의 강력한 해상루트 봉쇄로 국내에 주저앉으면서 80년대 들어 히로뽕이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이 중남미와 자국의 마약조직과 힘겹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대상인 코카인마저 상륙하고 있어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이들 마약 가운데 아편이나 대마초는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낮으며, 또한 상용자를 현실도피적으로 만들어 피해가 개인과 가정으로 한정되는 감이 있지만 히로뽕은 중독성도 강할뿐만 아니라 복용자의 성향이 공격적으로 나타나 각종 범죄와 직결돼 훨씬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히로뽕과 관련한 최악의 참사는 작년 5월 부산에서 일어났다. 히로뽕 중독자 여인준씨(30)가 자기 집에서 아내(29)와 7세, 5세난 두 아들을 흉기로 차례로 난자, 살해하고 자신도 목매 자살한 사건이다.
히로뽕에 만성중독되면 극도의 공포와 피해망상증, 심지어 정신분열증상을 보여 순간적인 발작을 일으키고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을 이 사건이 단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히로뽕 밀조ㆍ판매는 적게는 수십배에서 많게는 수백배의 이문을 남기기 때문에 폭력조직과 자연히 연계되고 있다.
만약 히로뽕 밀매루트가 완전히 조직폭력배의 손아귀에 장악된다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바탕으로 미국의「마피아」나 일본의「야쿠자」같은 거대 기업형 폭력조직이 한국에도 자리잡을지 모를 일이다.
전문가들의 추정으로 국내 마약산업의 규모가 이미 수천억원대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2월 히로뽕 사범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형사정책연구원의 보고에 의하면 중독자의 36%가 폭력ㆍ절도ㆍ강간 등 강력사건을 저지르고 있어 마약류의 확산은 범죄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개인의 파멸은 물론 가정의 파탄까지 불러와 상용자의 확산은 결국 사회와 국가의 기초마저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약 복용 원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ㆍ정해창)이 지난해 9월말 현재 마약류 투약 협의로 실험을 선고받고 전국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 5백99명 가운데 2백6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2.2%가 기분을 좋게하기 위해서 라고 대답했으며, 15.2%는 뚜렷한 목적 없이, 12.6%는 피로회복을 위해, 그리고 11.3%는 성적인 쾌감을 얻기 위해 복용했다고 응답했다. 결국 상용자의 60%가량이 쾌락추구를 위해 마약을 복용한 셈이다.
이는 곧 뚜렷한 가치관이 부족한채 물질문명 속에서 쾌락추구로 흘러가는 현세태를 반영하는 하나의 단면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문제점 및 대책
마약문제 대책에 있어 직접적이고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마약 밀조와 판매가 지하 범죄조직과 확고한 연계를 맺기 전에 밀조단계에서 밀조자와 원료 및 가공품을 적발해 내는 것이다.
3천만명 이상이 헤로인 코카인 마리화나 등 각종 마약을 상용하는 미국이나 2백만명이상이 상용하는 일본의 경우가 되면 이미 마약을 근절할 능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의 국가는 이제 더 이상의 확산방지와 중독자의 치료에 마약정책에 주력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미국은 마약의 원료와 가공품 공급지인 중남미 제국들을 상대로 국제마약전쟁을 벌이고 있으나 중남미 제국들 가운데 상당수 나라의 수출주종 품이 바로 코카인이기 때문에 쉽사리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히로뽕 상용자가 13만명에 달하나 공급 루트를 확실하게 뿌리뽑지못할 경우 몇년안에 1백만명선은 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므로 지금부터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우리나라에서 전혀 자체생산되지 않는 히로뽕의 원료 염산 에페드린과 아편 등 천연 마약이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을 통해 들어오므로 공항과 항만의 검색을 한층 강화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마약감시견 6마리가 김포공항에 배치된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감시장비가 없는 실정이어서 그 보완이 시급하다.
또 과거 보사부 산하 마약담당관 60여명이 대검에 이관됨에 따라 현재 수사관수가 다소 늘어났다고는 하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편 마약은 국제적인 범죄조직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므로 국제적인 공조 수사체제의 확립도 급선무이다.
특히 최근들어 미국과 유럽을 휩쓸고 있는 코카인이 들어와 연예인 등 일부인사들이 이를 복용, 사회적인 물의를 빚고있는 만큼 새 마약에 대한 대책도 서둘러야할 것으로 보인다.
중독자의 치료시설 확충도 시급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국립의료원을 비롯 6군데의 치료시설이 있으나 규모나 치료장비 수준이 보잘 것없다. 「마약도시」라는 오명을 쓰고있는 부산의 경우만 해도 시립 부산의료원의 10개 병상(20명 수용)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감자는 구치소에서 금단증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이를 참다못해 교도관을 매수, 구치소에 까지 마약을 들여와 복용한다는 보도가 나올정도이다.
또 현행법은 복용자가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게되면 담당의사가 당국에 신고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마약에 빠져든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마약을 계속 복용하게 되는 악순환을 겪고있다.
따라서 일정기간을 정해 자수토록하는 한편 이들에게 처벌을 관대히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갱생의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의인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죄인을 구원하는 교회라면 마약문제가 중대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교회도 이제 이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교회는 마약중독자를 치료, 갱생시키는 시설은 없다.
다만 알콜과 도박 중독자를 치료하는 곳은 몇군데 있다.
그리고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서울시로부터 위탁운영을 맡고있는 시립 서울동부아동상담소(책임ㆍ조영숙 수녀)에서 마약중독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하는 본드나 부탄가스 흡입 청소년들을 치료 감호하고 있을 뿐이다.
우선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평신도사도직협의회나 여성연합회 등 사도직단체들의 계몽활동을 꼽을 수 있다.
마약의 속성상 일단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들고 첫 복용자의 경우 마약의 폐해를 자세히 모른채 호기심이나 친구의 권유로 별 악의없이 빠져드는 경우도 있으므로 유관단체와 연계, 홍보활동을 통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전문 병원을 설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근원적인 대책은 마약이 뿌리내리지 못할 건전한 사회분위기조성일 것이다.
부동산투기로 떼돈을 벌 수 있고 불의와 부정으로 치부를 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라면 1천만원어치의 에페드린으로 수십억원을 단번에 벌수 있는「마약산업」근절키 어려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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