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ㆍ장암으로 세 차례에 걸쳐 생사를 건 대수술을 받아야 했던 송종범(사바ㆍ54세ㆍ경기도 시흥시 은행동목화연립 3동 314호)씨는 앞으로의 삶은 주님께 덤으로 거저 받은 것이라며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주님을 위해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한다.
지난 37년 유아세례로 교회공동체의 한 가족이 된 송씨는 중학시절 당시 서울 도림동본당 성가대지휘자였던 외삼촌으로부터 오르간을 배워 중3때 본당 성가대 오르간반주자로 처음 성가대와 인연을 맺었다.
입대 후 군악대에서 활동하며 음악에 대한 폭을 넓혀가던 송씨는 지난 58년 대전 대흥동성당에서 당시 본당보좌신부였던 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의 주선으로 성탄자정미사의 반주를 맡기도 했다.
그 후 35년간을 본당 성가대지휘자로서 살아온 그가 성가대에 대한 애착이 남달리 강한 것은 당연한 일.
86년부터 신천본당 어머니성가대의 지휘자로 활동을 해오던 송씨는 부활절 전례준비로 무척 바빴던 88년 3월 성가지도 중 심한 통증을 느껴 진찰을 받은 결과 위암ㆍ장암으로 판정되어 수술을 받고 1년여의 투병생활을 해야만 했다.
『이제는 생을 마감해야 하나보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두려움보다는 주님께 대한 감사가 앞섰다』며 당시를 회상하던 송씨는 1년여의 투병생활동안 본당신부를 비롯한 교우들, 신천연합의원 양요한 원장 그리고 특히 어머니성가대의 눈물겹도록 고마운 기도정성에 자신이 회생할 수 있었다며 가슴 북받쳐한다.
지난 날의 삶을 보속하라는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그는 지금도 1년에 서너차례씩 정기검진을 받으며 복대를 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불편한 몸이지만 성가대에 쏟는 열정은 식을줄 모른다.
35년간의 성가대 생활을 통해 하느님을 더욱 가까이 체험할 수 있었다는 송씨는『성가대는 전례의 일부분을 직접 담당하는 것으로 주님께 가까이 나아갈 수 있는 큰 은총임에도 성가대원 조차 깨닫지 못하는 경우를 볼 때 무척 안타깝다』며『성가대원들의 소명의식과 책임감의 결여가 성가대를 원만히 이끌어 나가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토로한다.
온 몸이 아프고 기력이 다된 듯 하다가도 지휘자석에만 서면 기쁨이 샘솟고 힘이 넘친다는 송씨는『성가대의 팀원이 잘 이루어져 하모니를 이룰 땐 천상기쁨을 맛보는 것 같다』며『신자들이 성가로써 주님께 올리는 기도를 기쁨에 맛들일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재속 프란치스꼬 3회 종신회원이기도 한 송씨는 청년시절 주일학교 교사로서 학생들과 함께 불우 어린이를 돕기 위한 활동을 전개한 인연으로 지금도 소년ㆍ소녀가장 등 불우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크다.
송씨는 자신이 생활보호 대상자이며 세자녀를 비롯한 가족의 생계를 부인 강순자(레지나ㆍ50세)씨에게 의지해야하는 어려운 처지임에도 불구, 오갈 데 없는 두 소년을 데리고 함께 살고 있다.
그는『다른 사람들이 밥 먹을 때 우리는 국수 먹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기회가 닿으면 불우청소년 2~3명쯤 더 데려와 함께 살고 싶다』며『덤으로 받은 삶 주님 뜻대로, 사부이신 프란치스꼬 성인을 본받으려 노력하며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그렇게 살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송씨는 낮시간을 이용하여 성가대 지도를 원하는 본당이 있다면 기꺼이 달려가서 주님께서 주신 귀한 재능을 더욱 폭넓게 활용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한편 송씨가 살고 있는 목화연립은 지난 86년 목동철거민이 집단 이주하여 정착한 마을로 현재 1백5세대가 살고 있는데 이중 가톨릭신자는 40세대.
송씨를 비롯한 이곳 주민들은 이들이 정착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던 김수환 추기경, 정일우 신부, 제정구씨의 고마움을 항시 새기며 융자 받은 주택부금도 낼 수 없는 어려운 처지이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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