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보낸 후, 자동차가 없이 근처 마을을 돌며 활동을 했다. 1월 24일, 시골 공소를 돌며 사목활동 하시는 신부님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갈 좋은 기회가 왔다. 가는 길에 함께 타고 가서 목적지에 나를 내려놓고 돌아올 때 다시 나를 태워 돌아오기로 한 것이다.
한번 가면 5~6일을 시골공소에 머물러야 하는데 신부님의 짐이 많은데다가 나의 짐까지 더하니까 짐이 태산과 같았다.
그러나 열심하신 신부님은 눈살한번 찌푸리지 않으시고『우리 둘이 하니, 하느님께서 우리를 모든 위험에서 지켜주실 것입니다』라고 하시며 길을 떠나자고 하셨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상상이 안될정도의 험한 길을 달릴 때, 나는『하느님, 저 깊은 구렁텅이를 지날 때 당신이 자동차 바퀴를 들어 주소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오늘 주님을 직접 뵙게 될 것 같습니다』하며 기도했다.
Dongumbu라는 마을공소에 다다라 신부님은 나를 그곳에 내려놓고『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하며 목적지를 향해 먼길을 가셨고, 나는 공소 뒤 조그만 공간에다 짐을 챙겼다.
잠시 후 신자들과 주님들이 인사(구경)하러 몰려오고, 꼬마들은 동양인이 식인종인 줄 착각하는지 울며 도망가는 등 소란을 피웠다.
다음날은 우리회 주보성 바오로 사도의 개종의 날 이었는데 새벽에 신자들과 멋진 공소 예절을 마친 후, 물 한잔 끓여먹고나니, 남녀노소 환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끝나기 전에 공소회장이 코플리개 30명 정도를 데려와서 지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헐벗고, 꾀죄죄한 기도ㆍ노래ㆍ인사법 등을 가르치고 춤을 추며 1시간가량을 보내고 나니 부인들이 바느질 가르쳐 달라고 몰려왔따.
12시가 되도록 점심을 먹지 않고 머물고 있는 그들을 억지로 돌려보내고 점심을 끓여먹고나니 2시쯤 또 다시 우루루 몰려와서 해가 져서 어두울 때까지 배우고 갔다.
나의 둘레에는 부인들, 꼬마들, 모기들, 파리들로 만원이었다. 마지막에는 쓰러질 듯 고단한 것은 물론, 입이 마르고, 열풍의 모래 때문에 목이 칼칼하고, 혀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저녁에 멀건 죽을 끓여먹고나니, 신자들이 말도 서툰 나를 대접한다고 왔다. 깜깜한 밤에 까만 얼굴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데, 문득 하늘을 쳐다보니, 칠흙 같은 하늘에 무수히 영통한 별들이 쏟아질 듯 가득했다. 정말 아름다운 밤 이었다. 아! 얼마나 멋진 밤인가!
다음날도 계속 일 속에 파묻혀 있는데, 오후 5시경 뜻밖에 신부님이 어떤 마을에 미사를 봉헌하러 가시면서 나를 데려가려고 일부러 찾아 오셨다.
마을 주민들이 우리를 반기는, 반기지않는, 우리는 험한 길을 달려 빨마가지로 엉성하게 둘러쳐진 공소를 찾아갔다. 미사 후 신부님께서 캄캄하고 험한 길을 되돌아와 다시 나를 내려주고 왔던 길을 돌아가셨다. 신부님과 함께 나는 한낮의 일들과 끓는 태양 때문에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도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이것은 분명, 하느님 때문에 머리가 약간 부족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겠지」
이렇게 5박6일을 지내고나니 신부님이 나를 실어가려고(?)오셨다. 배고픔, 혀조차 움직이기 어려운 목마름, 쓰러질듯한 고단함, 끓는 태양, 변소, 잠자리의 불편함들이 우리를 방해하기보다는 하느님 하시는 일에 참여한다는 사실에 감사 드릴뿐이다.
「마지막 날에 신부님이 오셔서 첫 시골 경험이 어떠냐?」하며 쳐다보는 얼굴은 며칠 못 씻어서 마치 산적떼 같은 몰골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 내 좋은 나라를 뒤로하고 하느님 때문에(?) 낯설고 물설은 아프리카로 들어온 멍청한 선교사들이 있는가 하면, 이 보잘 것 없고, 돌려받을 것 없는 이 멍청한 선교사들을 위해서 기도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선교사들보다 더 더 멍청한(?) 은인들을 세상에 있게 하신 하느님은 얼마나 멋진 분이시며, 그 힘은 얼마나 크신가.
하느님이 만드시고 극진히 사랑 하시는 헐벗고, 굶주리는 이들을 위해 나눔의 형제가 되어주실 분들을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보내주실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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