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7월 17일부터 27일까지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개최된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 제5차 총회에 참석하였다. 4년마다 개최되는 FABC총회는 지금까지「대북」(1974년), 「캘커타」(1978년), 「방콕」(1982년)및「동경」(1986년)에서 개최된 바 있다.
아시아각국 주교회의의 대표글과 FABC 산하 여러위원회의 위원들 및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유럽, 미국, 태평양지역의 주교회의 대표들이 참석한 이번 총회에는 특히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톨콤 추기경, 교황청 사회홍보위원회 위원장 폴리 대주교 및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쉬 주재 교황대사들이 참석하였다.
이번 총회의 참석자는 모두 157명으로 추기경 5명, 대주교 및 주교 94명, 신부 29, 몬시뇰 4명, 수녀 5명, 수사 3명, 평신도 15명이었다. 한편 이번 총회에 베트남 주교들이 끝내 참석하지 못한 것은 참석자 모두에게 커다란 아쉬움을 안겨주었다.
「1990년대의 아시아 교회의 새로운 도전: 응답에의 부름」을 주제로 개최된 이번 총회는 7월 18일 오전 9시15분에 시작된 개회식에서 인도네시아의 종교부장관 무나위르 스자랄리씨가 환영사와 개회 선언을 함으로써 막이 올랐고 개회 벽두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톰코 추기경의 기조 강연이 있었다.
톰코 추기경은 기조 강연에서 아시아의 교회가 당연한 도전에는 빈곤, 난민, 인군 침해, 환경파괴, 종교적 다원주의 등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종교적인 성격을 지닌 것들이 있으나 이보다 중대한 도전은 거대한 아시아대륙을 복음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교회는 인간해방과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 즉 인간개발과 복음화를 깊이 연관있는 것으로 보지만 결코 같은 것으로는 보지 않음을 강조하였다. 톰코 추기경은 아시아 각국의 교회가 구원의 성사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박애적 조직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나 않는지, 하느님 나라의 가치가 순전히 지상적, 사회적 실재로 축소되고 있지나 않는지, 복음화의 방향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면서 복음선포야말로 교회의 중심이자 최고 사명임을 강조하였다. 즉 톰코 추기경은 그리스도인들은 사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리스도의 정신과 사랑으로 신앙을 증거한 기회로 삼아야 하며 복음선포의 우선적 임무를 저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특별 메시지를 통해 1990년대의 아시아 교회가 당면할 도전으로 세속화, 물질주의, 공산주의, 인권침해, 빈곤, 몇몇 지역에서의 종교적 불관용을 들면서 주교들의 주된 임무는 악을 단죄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개와 희망의 메시지를 선포하는 것임을 강조하였다. 교황은 그리스도의 사도는 단지 사회 활동가가 아니며 그리스도 신앙은 단지 하나의 인간주의적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인간개발활동에 투신하더라도 항상 복음선포의 임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교황은 복음 전파에 있어서 평신도의 역할이 필수적임을 밝히면서, 사도행전을 인용하여 이미 초대 교회의 사도들이『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을 제쳐 놓고 식량 배급에만 골몰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우리는 오직 기도와 전도하는 일에만 힘쓰겠습니다』(사도6,3)라고 결정한 바와 같이 평신도와 성직자의 역할 구별을 존중하면서 평신도의 참여를 확대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한편 교황은 평신도들은 공동선의 구현을 위해 자신들의 신앙을 공적으로 드러내야 하는데 이들의 전문분야의 지식과 신앙교육 수준에 차이가 있으므로 성직자는 세상의 성화가 고유 사명인 평신도를 교육하는데 적극 나서야 함을 강조하였다. 교황은「한국」과「베트남」의 복음화의 역사를 보면 평신도들이 복음화 활동을 훌륭히 수행해왔음을 알 수 있다고 언명하였다.
교황은 성직자와 평신도들의 관계는 보완관계이고 성소가 부족하다고 해서 평신도가 성직자의 직무를 대신할 수 없으며 교회의 생활과 사명에 성직자는 절대적으로 본질적이므로 성소 증가를 위해 노력하도록 간곡히 당부하였다.
이번 총회의 발제 강연은 인도의 펠릭스 월프레드 신부와 필리핀의 안토니오 람비노 신부가 말았다. 펠릭스 신부는 아시아 교회가 당면하게 될 도전을 공업화와 근대화가 가져오는 사회 문화적 부작용을 중심으로 분석하였고 람비노 신부는 이러한 도전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서 대화, 식별, 행동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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