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금년「세계 평화의 날」담화문을 통해 발표했듯이 환경보전 문제는 이제 창조 질서의 보전이라는 측면에서 신자들의 사명이 됐고, 한국주교회의도 이에 부응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주부터 한국교회 환경보전 공식 주무 기구로 지정, 다각적인 환경보전운동을 펼치고 있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본보를 통해 환경보전에 관계된 여러 문제를 심도있게 게재한다. <편집자註>
내가 사목하고 있는 구로동 지역은 전국에서 대기 중 아황산가스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최근에는 맑은 날씨인데도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를 뿌옇게 흐리는 광화학(光化學) 스모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자동차와 공장의 소음, 분진 등으로 주거 환경이 좋지 않으며 조용한 시골에 며칠 다녀와서 구로동에 도착하면 머리가 아파오며, 대기오염의 심각함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우리는 환경 파괴 문제가 단지 어느 특정지역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점점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어디 한국만의 문제일까? 현대세계와 문명이 부딪친 전 지구적인 과제라고 하겠다.
이런 면에서 지난 1월 1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평화의 날」메시지는 오늘의 환경보전 문제에 대한 교회의 사명과 책임을 일깨워주는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하겠다. 기독교 교회협의회(WㆍCㆍC)가 지난 3월 한국에서 세계대회를 가졌는데 주제는「정의, 평화, 창조 질서의 보전」이었으며, 기독교 형제들도 오래전부터 환경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과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이 환경보전문제는 그리스도교가 당면한 이 시대의 징표(마태오 16,3)라고 하겠다.
▲창조설화(창세기 1~3장)에서 본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인류의 역사 안에서 인간이 자연에 대하여 가진 태도는 대략 아래와 같다.
첫째는 신비로운 존재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숭배였다. 이 우주와 대자연은 때로는 천재지변 등으로 인간을 괴롭히고 위협하는 세력이었기에 인간은 종교의식 등을 통하여 자연의 재앙을 피하거나 진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대자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은 인간에게 자연에 대한 숭배와 예찬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둘째로 우주만물의 주인이시고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고백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창조주 하느님이 인간이 경배해야할 절대적인 분이됨으로써 모든 피조물은 상대적인 존재가 되었다. 자연은 이제 더 이상 인간의 생사와 길흉화복을 좌우하는 신적이거나 악마적인 영역이 되지 못하고, 인간은 대자연 대신에 하느님만을 숭배하고 향하도록 초대되었다.
더욱이 하느님이 인간에게 호의적이고 인간을 환대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자, 인간은 우주에 대한 하느님의 지배권에 참여하게 되고 하느님의 대리자가 될 수 있었다.
셋째는 창조설화(창세기1~3장)에서 본 자연과 인간의 관계이다. 현대 세계의 환경파괴, 생태계의 위기는 산업화된 국가들로부터 시작되었다. 현재의 상황은 근대 이래 과학과 기술문명이 초래한 생태학적 위기, 자연에 대한 파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대 세계의 위기는 자연의 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기술과 자연과학을 통해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며 단순히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 됨으로써 일어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힘」과「초능력」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에 기인한다. 이 욕망은 그리스도교의 문화권 안에서 오해되고 오용된 성서의 창조신앙을 통하여 더욱 강화되었다. 「땅을 정복하라」(창세기 1,26~28)는 성서 말씀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지배와 세계정복, 그리고 세계지배를 위한 신적인 계명으로 간주되었다. 「힘」에 대한 무한한 추구를 통하여 인간은 하느님, 「전능하신 분」과 비슷하게 될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서구의 교회에 의해 대변된 창조신앙은 오늘의 세계적 위기에 대하여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다(J. 몰트민「창조안에 계신 하느님」35~36p에서 인용).
그렇다면「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창세기1,28)는 말씀의 본래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1989년 유럽교회 일치대회에서 나온 선언문은 창조신앙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창조주 하느님께서 창조 중에(창세기1,28:2,15) 인류에게 특별한 위치를 주셨음을 확신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에게 속한 이 세상 안에서 청지기가 되어야 합니다.
청지기는 소유주를 뜻하지 않습니다. 하느님만이 온 세상 피조물의 소유주입니다. 피조물 중에 가장 많은 특권을 지닌 인간존재의 특별한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질서지워졌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것이 안식일의 근본적인 의미입니다(창세 2,3)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이 모든 창조와 전역사의 시작이고 중심이며 정점입니다(묵시록1,8). 그러므로 여러 세기에 걸쳐 지배적이었던 윤리관을 재고해야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즉 인류로 하여금 창조계를 그들의 고유한 목적에 따라 지배하라고 명령하셨다는 것은 하느님 말씀의 진정한 뜻과 배치됩니다. 그러므로 인류는 하느님께 복종하는 가운데 피조물 전체를 보존하고 발전시킬 의무를 지닙니다」
부연하자면「정복 하여라」(창세기 1,28)는 말씀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권을 뜻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땅을 위임하신 하느님의 뜻은 목자와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주신데 있다.
이 말씀은 오히려 인간이 자연 안에 있고, 자연에 속해있음을 뜻한다.
현재와 같은 환경오염과 자연파괴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원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전적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하느님과 더불어 그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사는 삶이 인간의 삶이다.
자연은 단순히 인간에게 외적으로만 조건지워지지 않고 인간의 삶의 중심이며 필요조건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는 인간측에서 자연에게 비는 화해를 요구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연과 연결되어 있고 자연 안에 놓여 있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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